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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시간 산행 끝…통영의 진짜 '봄'을 만났다

섬과 바다, 기암절벽이 어우러진 '사량도'

(통영=뉴스1) 윤슬빈 여행전문기자 | 2018-04-17 06:00 송고
지리산 숲길에서 바라본 사량도 마을© News1 윤슬빈 기자
지리산 숲길에서 바라본 사량도 마을© News1 윤슬빈 기자

"동피랑 마을도 갔고, 케이블카도 탔으니 통영여행 끝?"이라고 한다면, 통영의 반의반도 보지 못한 거다.
   
통영의 진가는 '섬'에 있다. 통영시 통계자료에 따르면 섬의 개수는 총 570개. 이미 너무 잘 알려진 '소매물도', '홍도'를 포함해 유인도는 43개이고 무인도가 무려 527개나 된다.  
통영에 속한 모든 섬은 우열을 가리기 어려울 만큼 한려수도의 비경이지만, 봄에 떠나려면 다른 섬을 제쳐두고 '사량도'부터 가자.
  
성자암에서 15분 거리에 있는 평바위 위에서 사량도의 마을 풍경과 사량대교를 바라보고 있는 등산객© News1 
성자암에서 15분 거리에 있는 평바위 위에서 사량도의 마을 풍경과 사량대교를 바라보고 있는 등산객© News1 

'사량'이란 생소한 이름의 이 섬은 통영 가오치항과 사천 삼천포항에서 배를 타고 약 40분이면 닿는, 봄이 되면 특히 '사랑'스러운 섬이다. 섬의 면적은 26.86km²로 주섬인 윗섬(상도)과 아랫섬(하도)으로 서로 마주보고 있으며 지난 2015년 개통된 사량대교로 연결돼 있다.

단 하루밖에 시간이 주어지지 않는다면, 섬을 한눈에 담을 수 있는 지리산을 가자. 윗섬의 중앙을 가로지르는 지리산은 정확히 말하면 지리산 천왕봉이 바라보이는 산 '지이망산'(智異望山)이다. 산의 능선을 타고 보이는 4면의 한려수도는 압권이다.
  
© News1 최진모 디자이너
© News1 최진모 디자이너

사실 사량도 지리산은 결코 만만한 산은 아니다. 최소 3시간, 최대 5시간을 투자해야만 오를 수 있다. 봉우리의 높이가 보통 해발 400m 이내라고 하지만, 산악인들 사이에선 산세 험하기로 악명이 자자하다. 
 
고소공포증이 있거나, 등산 초보자들은 가끔 네발로 기어야 하는 수고도 따른다. 그런데도 사량도 지리산을 오르는 이유는 통영 내에서 봄의 화사함과 다도해상을 가장 선명하게 만날 수 있어서다.

등산코스는 난이도에 따라 달라진다. 산악인들은 보통 '돈지~지리산~월암봉~불모산~가마봉~옥녀봉~금평'(약 8km, 4시간30분 소요)을 탄다. 그보다 난이도를 낮춘 것이 '옥동~성자암~월암봉~불모산~가마봉~옥녀봉~금평(진촌)'(약 5km, 3시간 소요)인데 이 코스도 쉬운 편은 아니다.

일명 상춘 등산객들은 '내지~월암봉~불모산~가마봉~옥녀봉~금평(진촌)'(약 5km, 3시간 소요) 코스를 이용한다. 
사량도 지리산 바위는 뾰족하고 날카로운 점판암이 큰 덩어리를 이루고 있어, 자칫 긴장을 늦췄다간 돌부리에 걸릴 수 있다.© News1
달바위(불모산)으로 향하는 길목. 불과 3~4년 전만해도 철제 손잡이가 없어 바람이 불면 절벽 아래로 떨어질 것 같은 공포심을 제대로 느낄 수 있던 구간이다.© News1
달바위(불모산)으로 향하는 길목. 불과 3~4년 전만해도 철제 손잡이가 없어 바람이 불면 절벽 아래로 떨어질 것 같은 공포심을 제대로 느낄 수 있던 구간이다.© News1

코스가 어찌 됐건 무조건 거치게 되는 곳이 불모산이다. 사량도의 실질적인 최고봉으로 나무가 없어 고려 시대부터 '불모산'(不毛山)으로 불렸으며, 사량도 사람들이 예부터 이 봉우리에 올라 달맞이를 했다고 전해지면서 지금은 '달바위'라고 더 많이 불린다.
  
능선을 타는 도중 계속 마주하게 되는 풍경들© News1
능선을 타는 도중 계속 마주하게 되는 풍경들© News1
지리산 숲길에 피어난 각시붓꽃(위쪽부터), 진달래, 개복숭아꽃© News1 

불모산의 험준한 고개를 후들거리는 두 발로 걸었다가, 손을 내디디며 네발로 기게 된다. 잠시 고개라도 들면, 고생을 잊게 하는 풍경이 펼쳐져 넋을 놓는다.
 
침엽수가 많아 다른 산과 비교해 가을 단풍이 단조로운 사량도는 봄엔 봄꽃들로 다채롭다. 산을 오르는 길에 수줍게 피어난 각시붓꽃부터 능선에 피어난 진달래와 개복숭아꽃, 산벚꽃까지 고생했던 건 잠시 잊고, 발길을 붙들고 사진찍기에 빠지게 만든다. 
 
출렁다리와 사량대교가 한눈에 보인다.© News1 
출렁다리와 사량대교가 한눈에 보인다.© News1 

다시 발길을 이끌고, 능선을 반쯤 지나 하산하고 싶을 때쯤 또다시 발길을 붙드는 이유가 생긴다. 사량도 지리산의 하이라이트인 출렁다리가 저 멀리 눈에 띄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물론 출렁다리 가는 길도 쉬운 일은 아니다.

가마봉을 거쳐야 하는데, 고소공포증이 없더라도 오금이 저리는 수직 절벽 낭떠러지에 기댄 철 계단을 타고 내려가야 한다. 공포심이 크게 느껴진다면 우회도로로 돌아가면 된다.

가마봉과 옥녀봉 사이를 잇는 출렁다리. © News1
가마봉과 옥녀봉 사이를 잇는 출렁다리. © News1

우여곡절 끝에 가마봉과 옥녀봉 사이를 잇는 2개의 출렁다리가 나타난다. 길이는 1호가 39m, 2호는 22.2m 정도다.

현수교 형식의 다리는 간담이 서늘해지는 스릴과 함께 남해안 비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이를 경험하기 위해 사량도 지리산을 오르는 이들도 있다. 다리는 이름에 걸맞게 생각보다 더 출렁거린다.
  
옥녀봉을 찍고 내려오는 길© News1 윤슬빈 기자
옥녀봉을 찍고 내려오는 길© News1 윤슬빈 기자

출렁다리를 겨우 지나 옥녀봉에서 마침 점을 찍으면 고행아닌 산행을 마무리한다. 온몸을 다해 긴장을 한터라 자칫 몸이 풀리고 경치에 넋 놓을 수 있으니, 내려오는 길은 더욱 조심해야 한다. 

봄 도다리(왼쪽), 털 게© News1
봄 도다리(왼쪽), 털 게© News1

산행 이후 체력을 보충하려면 도다리를 맛보자. 사량도는 봄철에 도다리가 많이 잡히기로 유명하며, 특히 마을 주민들이 직접 캔 쑥을 넣어 만든 도다리쑥국은 이때만 맛볼 수 있는 별미다. 

△꿀떨어지는 여행팁

서울에서 한라산을 오르기 위해 제주 당일치기를 하듯, 사량도도 단 하루만 시간내면 다녀올 수 있다. 대한항공 '김포~사천' 직항 노선이 매일 2회 운항하며, 공항에서 삼천포항까지 자동차로 20분이면 닿는다.


seulbi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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