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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웨마루가 뭐지?”…제주 바오젠 이름만 바꾸면 뭐하나

3개월 넘도록 도민·관광객 '몰라'…"내실 갖춰야"

(제주=뉴스1) 안서연 기자 | 2018-04-10 16:30 송고
10일 제주시 연동 옛 바오젠거리 입구에 '누웨마루 상징조형물'이 설치돼 있다. 2018.04.10/뉴스1 © News1
10일 제주시 연동 옛 바오젠거리 입구에 '누웨마루 상징조형물'이 설치돼 있다. 2018.04.10/뉴스1 © News1

‘제주 속 작은 중국’이라고 불렸던 제주시 바오젠거리 이름이 6년 만에 ‘누웨마루’로 바뀌었지만 변경된 지 3개월이 넘도록 도민들조차 알지 못해 ‘바꾸나 마나’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10일 제주시 연동 옛 바오젠거리 입구에는 ‘누웨마(한글 아래아)루’라는 글씨가 쓰인 상징조형물과 함께 한국어‧영어‧일본어‧중국어로 의미가 쓰인 현판이 내걸려 있었다.

누웨는 ‘누에’, 마루는 ‘언덕’을 뜻하는 제주어로, 신제주 지형이 누에고치가 꿈틀대는 형상을 닮았다고 해서 지어진 이름이다.

꼬리부분은 제주공항, 아랫부분은 해태동산(다령마루), 허리부분은 은남동(옛 바오젠거리 일대), 머리부분은 남조봉(남좃은오름)을 상징한다는 게 제주시의 설명이다.

예부터 풍수적으로 부지를 에워싼 주변 지형이 동물같은 모양에 비유될 때 지덕(地德)을 발휘해 복을 준다고 하여 ‘누에’를 따온 것으로, 지역의 인재를 배출하고 부자가 나는 명당자리라는 뜻이 담겼다.

누웨마루 상징조형물 아래 4개 국어로 누웨마루 의미를 담은 현판이 설치돼 있다. 2018.04.10/뉴스1 © News1
누웨마루 상징조형물 아래 4개 국어로 누웨마루 의미를 담은 현판이 설치돼 있다. 2018.04.10/뉴스1 © News1

제주시는 중국인 단체 관광객 수가 급격히 줄면서 바오젠이 사드 보복의 피해를 상징하는 거리로 시선이 바뀌자 도민들의 의견을 수용해 명칭을 바꾸기로 결정했다.

지난해 10월 한 달 간 명칭을 공모해 ‘누웨마루’를 최우수작으로 선정, 제주도로명주소위원회에서 명예도로명으로 의결됨에 따라 올해 1월부터 명칭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도민들조차 잘 알지 못하는 제주어 명칭에 뜻조차 유추하기 어려운데도 3개월이 넘도록 홍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상인들은 울상을 짓고 있다.

더욱이 돌하르방 모형의 바오젠거리 표지판 등 과거 흔적이 여전히 남아있어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10일 옛 바오젠거리가 누웨마루로 명칭이 바꼈는데도 돌하르방 모형의 바오젠거리 표식판이 그대로 남아 있다. 2018.04.10/뉴스1 © News1
10일 옛 바오젠거리가 누웨마루로 명칭이 바꼈는데도 돌하르방 모형의 바오젠거리 표식판이 그대로 남아 있다. 2018.04.10/뉴스1 © News1

이 구간에서 15년간 장사를 했다는 김지민씨(가명‧47‧여)는 “제주사람들조차도 잘 모르는 말로 이름을 바꾸다보니 중국인 종업원들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며 “외국인 손님들이 뜻을 물어보지만 제대로 설명도 못하겠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이맘때에 비해 매출이 10분의 1로 곤두박질 쳤다는 김씨는 “포장지만 바꿀게 아니라 편의시설 등 내실을 갖춰야 하는데 달랑 이름만 바꾼다고 이미지가 바뀌진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신애복 누웨마루거리상인회 회장은 “아직까지 지역 내에서도 (누웨마루로 바뀐 걸) 감지하지 못하고 있다. 바뀐 이름이 어렵고 생소해서 걱정”이라면서 “국내‧외 관광객들에게 제주에 가면 꼭 한번쯤 들러야 할 곳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서는 이름에 걸맞는 스토리를 엮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소 어려운 명칭이라는 지적에 대해 제주시 관계자는 “제주어 고어(故語)이기 때문에 생소할 수도 있지만 바오젠이 그랬듯이 몇 년 쓰다 보면 익숙해질 것”이라면서 “명칭부터 제주다움을 살린 만큼 용역을 맡겨 그에 걸맞게 컨셉을 잡아 거리를 조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존 설치물들을 철거하고 약 6억 원의 거리 조성 사업 예산을 확보하느라 시간이 지체됐다”며 “앞으로 간판도 제주어 간판으로 바꾸고 가족‧연인들이 찾는 포토존도 만들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10일 제주시 연동 누웨마루거리(옛 바오젠거리) 일대 모습.  거리 곳곳 설치물들이 수개월째 이렇다할 옷을 입지 못한 채 방치돼 있다. 2018.04.10/뉴스1 © News1
10일 제주시 연동 누웨마루거리(옛 바오젠거리) 일대 모습.  거리 곳곳 설치물들이 수개월째 이렇다할 옷을 입지 못한 채 방치돼 있다. 2018.04.10/뉴스1 © News1

제주시는 오는 11일 초대가수 등을 초청해 대대적으로 명예도로명 선포식을 갖고 적극적인 홍보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거리 곳곳에 아직도 이렇다 할 옷을 입지 못한 설치물들이 수개월째 방치돼 있는 상황에서 ‘세월아 네월아’ 늑장을 부려선 안된다는 게 상인들의 호소다.

한편 바오젠거리는 2011년 중국의 보건제품 판매 기업인 바오젠그룹이 1만1000여명에 달하는 우수직원들에게 제주로 포상휴가를 보낸 것을 기념해 제주도가 신제주 번화가인 연동 272-21~273-22번지 약 440m거리에 붙인 이름이다.


asy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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