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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의 前차관 별장 성접대 의혹' 대검 본조사 제외…왜?

2013년 불기소 처분 비판자초…"재조사에 검찰 부담"
법무부 "방대한 기록 검토 진행…의견 조율 중"

(서울=뉴스1) 윤진희 기자 | 2018-04-04 14:02 송고 | 2018-04-04 16:50 최종수정
사회 지도층 인사들에게 성 접대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건설업자 윤중천씨의 강원도 원주 별장/뉴스1
사회 지도층 인사들에게 성 접대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건설업자 윤중천씨의 강원도 원주 별장/뉴스1

검찰 과거사위원회(위원장 김갑배)는 2일 1차 사전조사 대상 사건 12건 가운데 8건을 대상으로 대검에 본조사를 권고했다. 하지만 이날 발표된 8건 가운데 2013년 '김학의 전 법무차관' 사건은 포함돼 있지 않아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당시 이른바 별장 성접대 의혹으로 세간에 알려진 사건이다.

과거사 위원회는 이날 앞서 선정된 1차 사전조사 대상 12건 중 △김근태 고문은폐 사건(1985년) △형제복지원 사건(1986년)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1987년) △강기훈 유서대필 사건(1991년) △약촌오거리 사건(2000년) △PD수첩 사건(2008년) △청와대 및 국무총리실 민간인 불법사찰의혹 사건(2010년) △남산 3억 원 제공 의혹 등 신한금융 관련 사건(2008, 2010, 2015년), 8건에 대해 본조사를 권고했다.

이에 따라 서울동부지검에 꾸려진 대검진상조사단이 본조사에 착수한다. 

© News1 방은영 디자이너
© News1 방은영 디자이너

김 전 차관 사건은 사실여부를 떠나 국민의 비상한 관심을 받았고 우리 사회 지도층일각의 도덕 불감증에 대한 비난 여론이 거셌다. 김 전 차관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등장한 동영상도 있었지만 검찰은 불기소 처분으로 사건을 마무리했다.

당시 검찰의 불기소 처분에 검찰 내부에서조차 검찰의 부실, 편파수사를 통한 '제식구 감싸기'라는 자성의 소리가 나왔다. 그러니 검찰을 향한 국민의 시선은 결코 고울 리 없었다.  

하지만 이번에도 김 전 차관의 별장 접대 의혹사건은 본조사 대상에서 제외됐다. 많은 국민이 아쉬워하는 게 당연하다. 서초동 법조타운 주위에서는 검찰개혁 논의가 본격화하는 현재의 국면에서 고위직 검사의 향응수수를 공식 인정하는 것에 부담을 느껴 이 사건을 제외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 '별장 접대'의혹 사건 불기소…전형적 검찰권 남용 지적

지난 2013년 드러난 김 전 차관의 별장 접대 의혹사건은 전형적인 고위직 검사의 권력형 뇌물 비리사건이라는 게 당시의 여론이었다.

2013년 3월 경찰청 특수수사대는 강원 원주시 별장에서 이뤄진 성 접대 동영상을 입수했다. 경찰은 해당 별장에서 음란비디오와 쇠사슬, 채찍도 찾아냈다. 접대에 동원된 여성 30명을 확인하기도 했다.

경찰이 입수한 동영상 속에는 상의는 속옷 차림, 하의는 벌거벗은 상태의 남성이 여성을 뒤에서 안은 채 노래방기계의 반주에 맞춰 노래를 부르면서 성관계를 하는 장면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영상 속에 등장하는 남성의 외모, 목소리, 애창곡을 통해 김학의 전 법무차관이 향응수수 당사자로 지목됐다. 당시 경찰은 음성전문 분석가에게 의뢰해 영상 속 남성이 김 전 차관과 95% 확률로 동일인 추정이 가능하다는 의견을 받았다.

김 전 차관에게 향응을 제공한 것으로 알려진 건설업자 윤중천씨 역시 김 전 차관이 별장에 방문했다는 진술을 했다. 윤씨는 접대에 동원된 피해여성들에게 마약을 투약했다는 혐의도 받았다.

김 전 차관은 2013년 3월 법무부에 사직서를 내고 별도의 사실확인 및 징계절차를 거치지 않고 사직했다.

경찰은 2013년 7월 동영상 속 남성을 김 전 차관이라고 확정한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했다. 하지만 검찰은 이해 11월 김 전 차관은 물론 접대를 한 건설업자 윤씨에 대해 불기소 처분했다.

검찰이 김 전 차관과 윤씨에게 무혐의 불기소 처분을 내린 이유는 △윤씨가 성접대 사실과 동영상 촬영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는 점 △동영상 속 여성 신원의 특정 불가능이 주된 이유였다.

김 전 차관을 상대로 한 불기소 이유서 역시 검찰의 통상적인 불기소 이유서와 다른 방식으로 작성된 것으로 이번 취재과정에서 확인됐다. 통상 검찰은 범죄 혐의가 있지만 불기소 처분을 하는 경우에도 범죄 혐의를 먼저 기재하고 불기소 이유를 적시하는 방식으로 작성한다.

◇불기소 이유서에 범죄혐의, 즉 인정사실 기재 안돼 "이례적"

하지만 김 전 차관의 불기소 이유서에는 범죄 혐의를 받고 있는 사실, 즉 '인정사실' 자체가 기재돼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법조계 인사들은 '상당히' 이례적'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검찰 출신 A 변호사는 "불기소 이유서를 작성할 때는 인정된 사실은 기재한다”며 “당시 검찰 내부에서도 동영상 속 남성이 얼굴, 외형, 목소리에 애창곡마저 김 전 차관과 유사하다는 얘기가 있었다"고 말했다.

A 변호사는 "그럼에도 불기소 이유서에 김 전 차관의 의혹을 인정사실로 쓸 수 없어 결재 과정에서 해당 부분이 빠지게 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불기소 이유서에 '인정사실'로 고위직 검사의 혐의 사실을 기재할 경우 고위 검찰 비리를 공식확인하는 셈이 된다"며 "불기소 이유서를 쓰는 과정에서 피해자에게 성관계 사실을 공식 확인하는걸 피하기 위해 최종 결재과정에서 빠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2012년 4월 서울동부지검에 실무수습을 위해 파견됐던 전모 전 검사는 여성 피의자와 성관계 및 유사 성행위를 하는 일이 벌어지자 법무부는 징계위원회를 열어 해임 처분을 내렸다. 대법원은 공직자가 직무수행과 관련해 성관계를 가진 것을 ‘뇌물’로 보고 징역 2년을 확정했다.

검찰 출신의 B 변호사는 "김 전 차관에 대한 별도의 징계절차가 개시되지 않고, 포괄적 뇌물로 볼 수 있는 사건을 무혐의 불기소 처분한 것은 '제 식구 감싸기'라기보다는 검찰조직 비호를 위한 조직적 일탈로 보는 게 더 정확하다"고 짚었다.

이어 "포괄적 뇌물이 안 될 이유가 없는 김 전 차관의 사표수리 과정을 문제 삼으면 직무유기까지 연결될 수 있다"며 "사표수리 과정에는 당시 법무부 검찰국과 감찰담당관실이 다 연결돼 있는데 현재 그분들이 어디 계신지를 살펴보면 김 전 차관 사건 재조사에 대한 검찰 입장을 충분히 알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고위직 검사의 비리, 그것도 떳떳하지 못한 사건을 객관적으로 인정하는 순간 검찰의 치부가 드러나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라며 "치부를 숨기기 위해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는 직무유기를 하는 등 조직적으로 일탈한 사건이기 때문에 가급적 건드리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법무부 측은 김 전 차관 사건이 이번 과거사위 본조사 사건에서 탈락한 이유는 아직 기록 검토가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사건기록이 방대해 기록 검토가 계속 진행 중에 있고, 내부에서 의견을 조율중이라고 부연했다.

검찰 과거사위의 재조사 사건 선정을 위한 조사는 대검 진상조사단이 진행한다. 사건 관련자들의 사생활 보호 및 수사기록을 민간인인 과거사위원회 위원들에게 공개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이유에서다.

이 때문에 검찰 과거사위는 대검 진상조사단이 제시한 사전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논의한 뒤 본조사와 재조사 사건을 선정한다. [법조전문기자·법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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