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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서 대나무 숲을 본 적 있나요

봄에 걷기 좋은 부산의 해안·숲길

(서울=뉴스1) 윤슬빈 기자 | 2018-04-01 13:34 송고
기장군 철마면 아홉산 숲의 굿터© News1
기장군 철마면 아홉산 숲의 굿터© News1

부산을 색으로 표현하자면 '파란색'을 떠올릴 수 있다. 바다가 주는 이미지가 강렬해서다. 그러나, 부산을 깊숙이 들여다 보면 초록색이 곳곳에 숨어 있다.
아직은 차갑게 느껴지는 바닷바람을 뒤로 살랑살랑 바람에 흔들리는 들꽃 사이로 저 멀리 바다를 보며 거니는 해안 산책로부터 걷기만 해도 힐링 되는 황톳길과 하늘을 덮을 듯 빼곡히 나무들이 들어선 숲길까지 '초록 초록'하다.
 
봄, 초록 녹음으로 가득한 부산의 걷기 좋은 명소들을 만나보자.
  
이기대 자연마당에서 바라본 오륙도© News1 윤슬빈 기자
이기대 자연마당에서 바라본 오륙도© News1 윤슬빈 기자

◇오륙도 그리고 유채꽃과 동백꽃

해운대, 태종대 등 부산에선 경치가 좋다고 알려진 곳엔 마지막에 '대'(臺)가 붙는다. 이기대도 그렇다.

이기대만의 매력은 바로 '해안 산책로'다. 그저 바다만 보이는 것이 아니라 썰물에 따라 섬의 개수가 다르게 보이는 '오륙도'와 들에 핀 봄꽃들과 해운대의 고층 빌딩들이 파노라마 식으로 펼쳐진다.

해안 산책로는 770km의 동해안 산책로인 해파랑길 일부이자, 부산의 총 21개 갈맷길 중 가장 인기 있는 2-2코스의 한 구간이다. 정확한 코스는 용호 부두부터 오륙도 선착장까지로 거리는 4.7km이지만, 굳이 다 걸을 필요는 없다. 

이기대 해안산책로의 마지막 구간. 저 멀리 광안대교가 보인다.© News1
이기대 해안산책로의 마지막 구간. 저 멀리 광안대교가 보인다.© News1
바닥이 유리로 되어 마치 바다 위에 떠 있는 듯한 아찔한 체험을 할 수 있는 이기대 스카이워크© News1

사진을 찍고 천천히 풍경을 즐기고 싶다면 오륙도 선착장 주변만 거닐어도 좋다. 주변이 훤히 보이는 자연마당도 있고, 바닥이 훤히 보이는 스카이 워크도 잘 조성돼 있다.  
최근 시티투어 버스 운행으로 아찔한 스카이 워크 위에서 인증 사진을 찍는 외국 여행객들도 쉽게 볼 수 있다.

회동수원지 땅뫼산 황토숲길을 거니는 사람들© News1
회동수원지 땅뫼산 황토숲길을 거니는 사람들© News1

◇자연에 오롯이 나를 맡긴다

맨발로 산길을 걷는 곳도 있다. 정확히 말해 보들보들한 황톳길에 몸을 맡기는 것이다. 금정구 회동수원지엔 천천히 호수를 보며 걷기 좋은 땅뫼산 황토숲길이 있다.

회동수원지는 둘레는 20km, 총면적은 2.17㎢에 달하는 호수를 끼고 편백 숲, 갈맷길(8코스) 등 다양한 산책로가 조성돼 있는데, 그중 단연 인기 있는 코스가 땅뫼산 황토숲길이다.
 
회동수원지에 있는 땅뫼산 전경. 부산 금정구 제공© News1
회동수원지에 있는 땅뫼산 전경. 부산 금정구 제공© News1

숲길은 약 1km 거리로 20분 이내에 걸을 수 있다. 황톳길은 그저 딱딱할 것만 같지만 의외로 촉감이 부드럽다. 걷다 보면 밧줄로 된 길도 나타나는데 지압 효과를 톡톡히 한다. 황톳길이 끝날 때쯤이면 호수를 바라보고 있는 정자가 나타난다. 잠시 쉬어갈 겸 앉아서 바람을 맞아도 좋고, 주변에 핀 벚꽃을 그저 감상해도 좋다. 

아홉산 숲을 거니는 방문객 들© News1

◇한 집안에서 400년 가까이 지켜온 숲

기장군에 가면 '부산에서 가장 때 묻지 않은 숲'이라고 자신 있게 평할 수 있는 숲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희귀한 구갑죽을 시작으로 금강소나무, 맹종죽, 편백 등이 군락을 이루는 52만 8952㎡ 규모의 '아홉산 숲'이다. 

하나의 수목원을 방불케 하는 이곳은 놀랍게도 한 집안에서 400년 가까이 가꾸고 지켜오고 있다. 일반인에게 공개된 지는 약 1년 반 정도로 그 덕에 아득한 옛날부터 일제강점기 해방과 전쟁을 거치고서도 자연 모습 그대를 간직하고 있다. 한때는 출입자 수를 일주일에 20명으로 제한했으며, 지금도 철저한 보호 수칙이 행해지고 있다. 

금강소나무 숲을 지나는 여행객들© News1
금강소나무 숲을 지나는 여행객들© News1

이곳에서 꼭 봐야 할 숲이 있다면 '금강소나무 숲'과 '굿터'다. 

일제 강점기 태평양 전쟁으로 인한 수탈로 국내의 금강소나무 수가 급격히 줄었을 당시, 종택이 지혜를 내어 나무들을 지켜낸다. 나무들은 나이테 조사 결과 400년이 훌쩍 넘었다. 흠집 없이 잘자라 약 116그루가 보호수로 지정 받았다.
 
굿터를 거니는 연인들© News1
굿터를 거니는 연인들© News1

숲 깊숙이 더 들어가면 영화나 드라마의 명장면에서 등장한 굿터가 나온다. 맹종죽이 빼곡히 들어선 숲은 영화 군도, 협녀, 대호와 드라마 달의 연인 등에 등장했다. 

무엇보다 굿터가 특별한 이유는 국내 어느 유명한 대나무 숲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낙서나 북적대는 인파가 없다는 것이다. 400년 이상 숲을 지켜온 한 집안의 노력에 대한 마음에 보답하듯 방문객들도 한마음으로 잘 지켜준 덕이다.


seulbi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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