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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기 집회자들은 왜 손에 성조기와 십자가를 들고 있었나

[새책]'권력과 교회'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2018-03-30 16:31 송고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1년을 맞은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안국역 앞에서 열린 '태극기 집회'에서 새로운한국을위한국민운동 등 보수단체 회원들이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며 박 전 대통령의 석방을 촉구하고 있다. 2018.3.10/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1년을 맞은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안국역 앞에서 열린 '태극기 집회'에서 새로운한국을위한국민운동 등 보수단체 회원들이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며 박 전 대통령의 석방을 촉구하고 있다. 2018.3.10/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조용기(목사)가 주류 기독교와 더 가까운 곳에서 신드롬을 일으켰다면, 최자실(조용기 목사의 장모)은 주류 기독교로부터 거리를 둔 지역에서 신드롬을 일으켰어요. 그게 바로 '산기도원'이에요. 조용기의 교회와 최자실의 산기도원의 결합, 이것이 1970~80년대 한국 개신교계에 휘몰아친 '조용기 현상'의 실체였어요."(김진호)
"산기도원이 길을 잃거나 해체되어서 그런 이들이 (박근혜의) 아스팔트 지지층으로 나왔다는 말씀을 하신 바 있죠."(한홍구)

한손에는 태극기, 또 다른 한손에는 성조기를 쥐고 흔들고, 대형 십자가를 앞세우고 행진한다. 김정은 가면을 쓰고 적화 통일 반대를 외치고 군가를 제창한다. 개신교 단체가 주관하는 소위 '태극기 집회' 참가자들의 모습이다. 

민중신학자인 김진호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연구실장은 최근 출간한 책 '권력과 교회'(창비)에서 페미니스트 신학·철학자인 강남순, 박노자 오슬로대 교수,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 김응교 숙명여대 교수와 한국 기독교의 권력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개신교에 대한 비아냥의 말인 ‘개독’이 널리 퍼진 데서 알 수 있듯 오늘날 한국 교회는 한국사회의 적폐가 축약된 '반지성주의'의 온상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교회가 안고 있는 적폐는 기독교라는 종교를 넘어서 해방 후 70여년간 한국사회의 지배권력과 다층적으로 얽혀 팽창해온 것이라고 저자는 주장한다. 특히 한홍구 교수와의 대담에서 저자는 ‘태극기부대’로 대표되는 반지성주의의 뿌리를 찾는다.
저자는 태극기부대의 원류를 멀게는 한국전쟁 전후 ‘반공’을 앞세운 서북청년단의 극우 행동주의, 좀더 가깝게는 산업화시대 사회 주변부로 밀려난 이들을 포섭한 ‘산기도원’의 부흥회(1970~80년대 산속 기도원에서 주로 병의 치료를 위해 열렸던 부흥회)에서 찾았다.

책에 따르면 국내에 기독교(개신교)는 국경과 가까운 서북지역을 통해 '장로교 근본주의'가 강한 서구 선교사들이 전파했다. 이들의 영향을 받은 서북 지역 목사들은 북한정권이 수립되자 월남하는데, 강력한 우익세력의 성장을 바란 미 군정은 이들 월남 목사들에게 적산을 불하하며 물적 토대를 집중적으로 제공한다. 이는 그후 해방 공간의 테러 핵심 집단이 되고 군으로도 많이 포섭된, 그리고 이들 중 일부는 오늘날 '가스통 할아버지'가 된 서북청년단의 물적 토대가 된다. 

저자는 태극기 부대의 또 다른 원류는 산기도원에서 찾았다. 1970년대 성공신화가 지배하던 한국이지만 모든 이들이 성공할 수는 없었다. 산업화에서 밀려난, 국가도 가족도 책임지지 못한 많은 사회적 약자들이 몰려든 곳이 바로 형제복지원 같은 수용시설, 그리고 산기도원이었는데 교회의 지원이 끊기고 경영난으로 속속 문을 닫으면서 이곳에 있던 이들은 1990년대 이후 다시 거리로 내몰린다.

이들은 주류 교회로 포섭되지 못하고 가족도 받아들이지 않아 국가가 노인들에게 주는 돈으로 근근이 살게 된다. 그러면서 이들 중 일부가 '예수천국 불신지옥'을 외치며 거리를 다니거나, 반공·반동성애를 기치로 보수 결집을 꿈꾼 극우적 목사·엘리트 집단에 포착되어 태극기 집회에 나간다는 설명이다.

책은 이외에도 일부 교회의 목회자 세습, 국가의 세무 담당 공무원조차 열람할 수 없는 교회의 재정 장부, 여성·성소수자·무슬림을 향한 목사의 혐오발언에 ‘왜’라는 질문을 할 수 없게 만드는 소통 구조 등이 생겨나게 된 이유와 배경을 고찰한다. 그리고 더 나아가 어떻게 하면 개신교 집단이 사회에 좋은 영향을 미치는 영성을 발휘할 수 있을지, 혐오의 대상이 되고 마는 사회적 약자를 공동체가 어떻게 책임질 수 있을지 고민한다. 이뿐만 아니라 책은 곳곳에서 사회정치적 정보들과 함께 신학적인 물음과 깨달음도 안겨준다.  

"(선한 사마리아 인 이야기에서) 사마리아 인이 강도 만난 사람을 구원한 사람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구원자는 강도 만나 죽은 듯 쓰러진 사람일 수 있습니다. (…)그 사마리아 인이 다른 곳에서는 그리 훌륭한 사람이 아닐 수 있어요. 하지만 그 순간 그 사람이 그렇게 행동한 것은 강도 만난 사람이 있었기 때문이에요. (…)우리가 관심이 없어 보지 않았던 것이 어느 날 내게 보였을 때 그가 나의 구원자라는 얘기를 하는 거예요."(김진호)

◇권력과 교회 /김진호 지음 /창비 /1만6000원

책 '권력과 교회' 표지(사진출처: 예스24)



ungaung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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