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SK하이닉스의 고민…서울 R&D센터는 불가능한가

(서울=뉴스1) 장은지 기자 | 2018-03-28 06:00 송고 | 2018-03-28 10:31 최종수정
SK하이닉스 이천 M14 공장 . © News1
SK하이닉스 이천 M14 공장 . © News1

서울의 한 명문대학에서 전자공학과 석사과정을 마친 김모씨(31)는 지난해 10월 SK하이닉스의 신입공채에 합격해 1박2일 오리엔테이션까지 참석했지만 고심 끝에 입사를 포기했다. 한 달여간 더 시험을 준비해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다른 금융사에 입사했다. 그가 전공한 반도체 연구와는 거리가 멀었지만, 반도체 분야 투자운용을 위해 관련 전공자가 필요했던 금융사와 서울 근무를 원했던 그의 이해가 맞아떨어졌다.
김모씨는 "가까워도 이천, 멀면 청주로 내려가서 살아야 하는데 서울에서 나고 자란 영향인지 마음을 먹기 쉽지 않았다"며 "함께 공부한 대학원 연구실만 봐도 최근 뜨고 있는 낸드플래시에 관심이 많지만 청주 근무를 원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도 했다.

취업이 쉽지 않은 시대지만, 여전히 기업들의 고민은 '인재확보'다.

특히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1000명 이상의 채용계획을 밝힌 SK하이닉스의 고민은 더 깊다. 동종업계 1위인 삼성전자에 인재를 빼앗기지 않는 것이 인사팀의 가장 큰 숙제인데,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장의 경우 수도권인 경기도 기흥, 화성에 있다 보니 통근환경에서도 삼성전자에 밀리는 실정이다. 매 채용시즌마다 'S급 인재' 확보는 전쟁 수준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SK하이닉스 내부에서는 'S급 인재'들을 한데 모을 수 있는 서울 소재 R&D(연구개발)센터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다만 반도체 생산라인과 연구소가 가까이 있어야 하는 현실적 한계가 번번이 발목을 잡는다. SK하이닉스 단독 연구소가 어렵다면, SK그룹의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도록 그룹 통합 R&D 거점 설립이 인재 확보에 큰 도움이 될 것이란 의견도 있다. 지방이 아닌 서울에 통합 R&D 거점을 두면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 인재 확충에도 효과적일 것이란 이유에서다.
본사인 이천도 문제지만, 청주로 가려는 인력은 더욱 적다. SK하이닉스가 가장 공을 들이고 있는 낸드플래시 팹(Fab)이 있는 생산거점인 청주에 대규모 R&D 인력이 필요하지만, 막상 신입사원을 채용해놓으면 청주행을 꺼리는 경우가 많다. 각 대학에서 진행하는 채용설명회에서도 가장 많이 나오는 질문 중 하나가 청주에 관한 질문이다.

SK하이닉스 고위관계자는 "면접에서는 지방 근무에 대해 질문하면 다들 패기 넘치게 청주에 가겠다고 하지만, 막상 입사해서 다니다보면 청주 근무를 꺼린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특히 최태원 회장이 '도시바 메모리' 인수라는 승부수를 던질만큼 공을 들이고 있는 낸드플래시는 우수 인재 확보가 가장 절실한 분야다. SK하이닉스는 낸드 양산에 대응하기 위해 올 연말 완공을 목표로 청주 M15팹을 건설하고 있다.

그나마 사정이 나은 삼성전자의 경우에도 새로 지은 평택 반도체공장에 인력을 배치하는 일로 어려움을 겪었다. 삼성전자는 낸드플래시 생산을 평택에 집중하기로 한 만큼, 가능한 많은 인력을 평택으로 보내길 원하고 있지만 직원들이 끝까지 거부하면 강제할 수는 없기 때문에 인사팀이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삼성전자 DS부문 채용설명회에서 인사 담당자를 가장 곤혹스럽게 한 대목도 "평택에 내려가면 어떤 혜택이 있느냐"는 취업준비생의 질문이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경영진들은 어떻게 하면 우수 인재들을 수도권에 위치한 다른 기업에 뺏기지 않을 수 있을까, 또 입사 이후 퇴사나 전배 요청을 막을 수 있나 등을 고민하기 바쁘다. 전기전자공학이나 재료공학 등 이공계의 경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모두 지원해 중복 합격하는 경우가 많아 매번 삼성전자에 공들여 뽑은 인재를 뺏겨온 하이닉스로서는 인재 선확보가 가장 절실하다고 한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하반기 최종합격자 오리엔테이션에서는 중도 이탈을 막기 위해 신용카드를 만들 수 있는 사원증을 미리 나눠주고 회사의 복지제도 등을 자세히 설명하면서 애사심을 키우는데 중점을 뒀다. 또한 낸드플래시 컨트롤러 관련 소프트웨어 인력들은 서울과 가까운 분당 사옥에서 일할 수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것이 SK하이닉스 경영진들의 생각이다. 이천과 청주에 임직원들이 지역에 애정을 갖고 다닐 수 있게 명문 중고등학교를 설립하는 아이디어도 매년 나오는 이야기지만 현실화가 쉽지 않다고 한다.

SK하이닉스 고위관계자는 "중국정부의 막대한 반도체 투자와 미국 인텔의 야심찬 뉴메모리 개발을 보고 있으면 결국 우리 반도체기업의 승부는 우수인재를 통해 글로벌 기술리더십을 계속 가져가는 것 밖에는 없다는 결론에 도달한다"며 "우리 반도체 기업에게는 우수인재 확보가 가장 큰 과제"라고 강조했다.


seeit@

이런 일&저런 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