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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전문가들 "자율주행차 사망사고, 인간이면 막았을 것"

자율주행 시스템 실패· 운전자 감시 태만 지적

(서울=뉴스1) 박승희 기자 | 2018-03-23 16:05 송고
지난 19일(현지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템피 지역에서 발생한 자율주행차 보행자 충돌 사고 관련 블랙박스 영상. <출처=로스앤젤레스타임스(LAT) 갈무리> © News1
지난 19일(현지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템피 지역에서 발생한 자율주행차 보행자 충돌 사고 관련 블랙박스 영상. <출처=로스앤젤레스타임스(LAT) 갈무리> © News1

우버의 자율주행차가 보행자를 치어 숨지게 한 사건의 블랙박스 영상이 공개됐다. 이를 분석한 전문가들은 이번 사고를 '자율주행 기술의 실패'라고 분석하며 인간이 운전하는 차였다면 보행자가 사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22일(현지시간) CNN 등에 따르면 경찰은 이날 사고 당시 자율주행차의 전방과 내부에서 찍힌 영상을 공개했다. 앞서 예비조사에서는 우버의 자율주행 차량보다 피해자 여성의 과실이 클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지만, 공개된 영상을 본 전문가들의 분석은 이와 달랐다.

미시 쿠밍스 듀크대 공대 교수 "이 여성은 덤불에서 불쑥 튀어나온 것이 아니었다"며 "이미 여러 개 차선을 거쳐 도로를 건너오고 있었고, 이 정도는 우버 자율주행 시스템이 발견할 수 있었어야 하는 범위였다"고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이론적으로 기계는 인간보다 어두운 곳에서 물체를 식별하는 능력이 훨씬 뛰어남에도 불구하고 이번 사고가 발생했다고 강조했다.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에이지랩(Age Lab)은 이번 사고는 자율주행 시스템이 훈련을 통해 습득하기 어려운 '드문' 상황이었으며, 익숙하지 않은 장애물 등 차량을 혼란스럽게 만들 수 있는 이른바 가장자리 사례(edge case)라고 지적했다. 사람의 경우 유연하게 판단할 수 있었곘지만 기계의 경우 오류가 날 수 있는 상황이었다는 것.
또 전문가들은 자동차의 '눈'인 레이더에서부터 도로 위 물체를 식별할 수 있는 논리 시스템, 브레이크를 적용하는 통신 채널, 자동 제동 시스템에 이르기까지 자율주행 시스템의 자체의 실패가 이번 사고의 원인일 가능성을 제시했다.

이들은 우버가 사고와 관련한 기술 세부사항을 공개해야 한다고 촉구했지만 우버 측은 이와 관련해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자율주행차에 탑승한 '안전 운전자'가 전방을 주시하지 않고 아래쪽을 바라보다가 충돌 직전 놀라 운전대를 움켜잡는 모습. <출처=로스앤젤레스타임스(LAT) 갈무리>  © News1
자율주행차에 탑승한 '안전 운전자'가 전방을 주시하지 않고 아래쪽을 바라보다가 충돌 직전 놀라 운전대를 움켜잡는 모습. <출처=로스앤젤레스타임스(LAT) 갈무리>  © News1

자율주행 차량 관련 연구를 수행하고 있는 사우스캐롤라이나 대학 법대 교수인 브라이언트 워커 스미스는 더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만약 운전자가 인간이었다면 여성이 차선 건너에서 걸어오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해 사고를 피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스미스는 피해자는 차량과 충돌하기 약 2초 전부터 영상에서 보이기 시작했다고 말하며 "2초는 운전자의 평균 반응시간이다. 즉, 위험을 경계하고 있었던 (사람) 운전자였다면 최소한 방향을 틀거나 브레이크를 밟으려고 시도할 수 있었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전문가들은 자율주행차에 '안전 운전자'로 탑승해 있었던 남성의 태도 또한 문제 삼았다. 전문가들은 사고 당시 운전자가 안전 모니터링을 적절하게 수행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안전 운전자'는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전방을 주시하는 등 안전 노력을 성실히 해야 하지만, 연구에 따르면 운전자 대부분은 따분해하며 전방 주시를 성실히 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사고 당시 탑승했던 운전자도 사고 직전까지 아래쪽을 바라보고 있었으며 충돌 직전 앞을 보곤 깜짝 놀라 운전대를 움켜쥐었다.

전문가들의 분석은 자율주행 시스템 옹호론자들의 주장 논리와 완전히 대치된다. 옹호론자들은 압도적으로 많은 수의 자동차 충돌 사고가 인간의 실수로 발생하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자율주행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지난 19일 미국 애리조나주에서 차랑 공유 서비스업체 우버의 자율주행차가 자전거를 끌고 도로를 무단 횡단하던 보행자와 충돌해 사망사고를 냈다. 이는 자율주행차량의 첫 보행자 사망사고로, 경찰 당국은 예비조사에서 우버의 과실보다 피해자 여성의 과실이 큰 것으로 보고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seung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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