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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돌 생일잔치 대신 '공존·상생·협력·신뢰' 다짐한 삼성

삼성 창립 80주년 기념, 7분짜리 영상 사내방송으로 대신
비판여론 등 감안 '로우키', 100년 미래 "변화·쇄신" 함의 담아

(서울=뉴스1) 오상헌 기자 | 2018-03-22 14:32 송고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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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와 함께 호흡하고 세상과 함께 공존하는 길', '새로운 가치를 담아 제품을 만들고 신뢰받는 브랜드로 성장하는 길'.
22일 창립 80주년을 맞은 삼성이 '100년 삼성'의 지향으로 제시한 미래 방향성이다. 이날 삼성은 생일 80돌에도 공식 행사를 일절 갖지 않았다. 지난달 초 국정농단 항소심 재판에서 집행유예를 받아 석방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메시지도 없었다.

삼성 임직원들은 대신 80살 생일을 기념해 특별제작한 '다이내믹 삼성 (Dynamic Samsung) 80, 새로운 미래를 열다'는 제목의 7분짜리 영상을 사내방송으로 함께 시청했다. 임직원들은 업무용 컴퓨터에서 창립 후 기업사(史)를 돌아보는 80장의 사진을 넘겨 봤다.  

다큐멘터리 형식의 영상도 내용 면에서 지나칠 정도로 담담하고 건조했다. 초일류 기업으로 성장한 삼성의 자부심이나 자축 분위기는 전혀 감지되지 않았다. 구글·애플·인텔 등 내노라 하는 글로벌 기업과 어깨를 견주며 국가 경제에 기여해 온 '감동적 스토리'도 빠졌다. 재계 관계자는 "검찰 수사에 이어 정치권과 시민단체 등의 '삼성 비판'이 전방위적으로 이어지는 상황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고 했다.

삼성은 계열사들이 전사적으로 참여하는 봉사활동으로 80주년을 조용히 기념하기로 했으나 이 역시 외부에 적극적으로 알리지 않고 있다. 쉬쉬하는 분위기가 되레 역력하다. 삼성에 쏟아지는 '비판론'과 엮여 괜한 오해를 살 수도 있다는 판단때문으로 읽힌다. 
다큐멘터리 영상엔 추상적이고 간결한 메시지만 담겨 있었으나 적잖은 '함의'도 읽힌다. 삼성이 특별제작한 영상은 이병철 선대회장의 대구 삼성상회 설립(1938년), 이건희 회장의 취임(1987년)과 제2 창업 선언(1988년), 신경영 선언(1993년) 등 초일류 기업으로 성장한 삼성의 성장사를 먼저 비췄다. 그리곤 삼성의 미래를 △공존 △협력 △신뢰 △상생 △새로운 가치 등의 몇 가지 키워드로 압축해 제시했다.  

"100년 삼성을 위해 역동적인 에너지와 가치를 공유해 '사회와 함께 호흡하고 세상과 함께 공존하는 길'로 나아가겠다"는 게 첫 다짐이다. 뒤를 이은 "'새로운 가치를 담아 제품을 만들고 신뢰받는 브랜드로 성장하는 길'을 걸어야 한다"는 대목도 눈에 띈다.  

재계 한 고위 관계자는 "삼성이 그간 기술력과 수익성 측면의 초일류를 지향점으로 삼아 기업의 영속성 측면에 방점을 찍고 앞으로 달려왔다면, 앞으로는 보다 긴 호흡으로 주변을 돌아보면서 사회와 고객들의 삶에 가치를 줄 수 있는 존경받는 기업으로 변화하겠다는 뜻이 아니겠느냐"고 해석했다. 

여기저기서 쏟아지는 과한 비판 탓에 공(功)이 모두 묻히는 상황에 대한 섭섭함도 없지 않지만 내부에선 창립 80주년의 '빛과 그늘'을 정확히 평가하고 재도약을 위해 변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많다. 권오현 삼성전자 회장은 이날 영상 메시지에서 "변화를 위해 임직원들의 마인드셋(마음가짐), 일하는 방법을 다시 한번 변신해야 할 기회"라고 말했다. 

삼성은 이런 맥락에서 공존·신뢰·상생·새로운 가치 창출 등에 방점을 둔 변화와 중장기 이미지 개선 방안을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보여주기식 활동을 넘어 사회와 함께 호흡하고 공존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사회공헌 활동, 협력사 동반 성장 방안 등을 체계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bborir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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