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야근·주말 근무에, 하루건너 술자리…'주52시간' 비껴난 영업맨

새벽 출근→회의→매장점검·영업→복귀→잔무·야근 반복
직원 선호도↓…"근로시간 단축돼도 우린 그대로"

(서울=뉴스1) 양종곤 기자, 정혜민 기자 | 2018-03-20 09:47 송고 | 2018-03-20 11:31 최종수정
© News1 방은영 디자이너

# A중견기업 영업직원들은 매일 새벽에 출근한다. 전날 집계된 일일 매출실적을 토대로 회사에서 매출회의를 열기 때문이다. 회의를 마치면 담당 상권을 둘러보고 저녁에 다시 회사로 돌아와 일과 보고를 마친다. 회식도 잦고 주말도 없다. 전직 영업직원 B씨는 "주말에 지점에서 일이 터지면 우리가 관리자로서 현장으로 간다"며 "높은 수당 때문에 영업부서로 왔다가 견디지 못해 비영업부서로 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 B대기업 영업직원들은 매월 마지막 날에는 밤 11시까지 야근을 해왔다. 한 달 실적을 마감하기 위해서다. 회사의 실적 압박 강도는 시스템적으로 심해지고 있다. D씨는 "전에는 회사에서 1억원 목표 매출만 정해줬는데 지금은 이 제품 몇천만원, 저 제품 몇천만원 식으로 품목까지 정해주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들은 대부분 대리점을 관리해야하기 때문에 대리점 사장이 부르면 업무 다 제치고 '달려가' 저녁을 먹는다.

'주52시간 근무'가 현실이 되고 있지만 영업직에겐 '그림의 떡'이다. 요즘 유행하는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 역시 남의 나라 얘기다. 기업들 역시 주52시간 근무제가 본격 시작되면 영업직의 근무시간을 어떻게 관리해야 할지 고민이다. 

20일 재계에 따르면 주요 기업들은 근로시간 단축 사각지대로 '영업직'을 꼽고 대책을 검토하고 있다. 업무 특성상 '시급개념'을 적용하기 힘들다는 판단에서다.

B씨는 "회사가 회사밖에 있는 우리의 출퇴근이나 업무시간을 단속할 수 없지 않겠느냐"며 "근로시간 단축이 되더라도 우리는 논외대상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고 말했다.
영업직군이 지금껏 기업에서 자리잡을 수 있었던 배경은 '인센티브'다. 이들은 계약 성과와 비례해 기본급 외 수익을 더 받는다. A중견기업의 경우 인센티브를 평균치로 하면 동기직원 대비 2~3배까지 연봉이 오른다고 한다. 하지만 인센티브는 능력에 따라 천차만별이어서 본인 연봉에 대해 불만이 늘 뒤따르기 마련이다.

문제는 영업직군만의 업무형태를 별도로 두는 기업이 없다는 점이다. 영업직군이라도 비영업직군처럼 대우하거나 일해야 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E기업의 경우 오후 5시까지 매장에서 업무를 마치면 사무실로 복귀한 뒤 내근을 해야 한다. 잔업을 하다보면 9시에 퇴근하는 일이 다반사다. F씨는 "현장 외근이 많고 매장에서도 돌발 상황이 생기는 데 회사로 돌아와야 한다"며 "근로시간이 단축되더라도 실질 업무시간은 별 차이가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근로시간 단축에 맞춰 영업조직을 관리하려는 움직임도 이들은 달갑지 않다. B대기업은 주52시간 근로시간 단축을 월 기준으로 맞출 수 있다는 점을 착안해 업무량이 몰리지 않는 주의 경우 조기퇴근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 제도 또한 영업직의 업무특성상 허점이 있다. D씨는 "오후 3시에 퇴근하더라도 대리점 사장이 저녁 한끼 먹자고 하면 응할 수밖에 없다"며 "회사가 영업직원의 근로시간을 관리하기 위해 온라인 접속 시간 체크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영업직원의 가장 큰 고민은 역시 매출 압박이다. 영업조직은 매출 계획을 이행해야 하고 의사 결정도 '탑 다운 방식'이 정착화됐다. 이 구조 탓에 업무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직원이 많다.

B씨는 "비영업직원은 '너희가 높은 연봉을 받으려고 선택한 것 아니냐'고 말하기도 하는데 그럴 때마다 '너희가 일해보라'고 되받아주고 싶다"며 "회사는 영업직원이 번 돈으로 굴러가는데 조직에서나 사회에서나 우리에 대한 평가가 너무 박한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ggm11@

이런 일&저런 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