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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계에도 '미투' 확산…타 분야보다는 '잠잠'한 이유는

불교, 게시판 통해 폭로…개신교 언론 보도로 성폭력 의혹
"확산 힘들다" 관측…"폐쇄적 구조에 익명 커뮤니티 없어"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2018-03-12 16:57 송고 | 2018-03-12 17:00 최종수정
8일 오후 전북 전주시 한옥마을 경기전 앞에서 열린 세계여성의날 기념 전북여성대회에 참석한 여성들이 손피켓을 들고 있다.2018.3.8/뉴스1 © News1 문요한 기자
8일 오후 전북 전주시 한옥마을 경기전 앞에서 열린 세계여성의날 기념 전북여성대회에 참석한 여성들이 손피켓을 들고 있다.2018.3.8/뉴스1 © News1 문요한 기자

성폭력을 고발하는 '미투 운동'(나도 말한다)의 불길이 천주교를 시작으로 종교계에도 옮아붙으면서 최근 직장인 대상의 한 애플리케이션 익명 게시판과 언론 매체 등에 불교와 개신교 성직자를 향한 성폭력 의혹이 제기되었다. 하지만 종교계에선 "전반적으로 종교계는 다른 분야보다 잠잠한 편"이라면서 "폐쇄적 속성으로 인해 미투 운동이 계속 확산할 지는 미지수"라는 의견이 나온다.
불교계 미투는 지난 8일 직장인 대상 앱 게시판인 블라인드에 익명의 피해자 A씨가 4년 전 유명 사찰에서 종무원으로 일하던 중, 70대 스님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하며 시작되었다. 이를 최초 보도한 미디어오늘에 따르면 A씨는 성폭행을 폭로하면서도 "아주 큰 절에 직위도 있던 스님, 공부하기로 소문났던 그 절에서 있었던 일이지만 이게 공론화된다면 종교계의 판도가 싹 뒤바뀔 일을 여전히 묻고 삽니다"며 자신은 물론 가해자에 대해서도 특정하지 않았다. 

개신교에서도 최근 한국 기독교계의 거물급 목사에게서 10여년전 수차례 성희롱과 성추행을 당했다는 폭로가 불거졌다. 한국일보 8일자 보도에 따르면 경기도 한 교회의 신자였던 여성 B씨는 기독교단체의 전 공동회장이자 이 교회 당회장인 목사에게서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B씨는 교회 소유 땅을 빌려 꽃집을 운영하던 자신을 해당 목사가 “예쁜 사람이 혼자 살아 아깝다”며 귀 뒤를 만지고 끌어안고, 지방 출장을 가서도 불러 성추행했다고 했다. 또 교회장로이자 교사가 여성 C씨를 중학생 때부터 성추행, 그후 대학생이 되자 성폭행하려 했다는 지난 3일자 JTBC보도도 있었다.

불교계에서는 지난해 경북의 한 사찰 주지의 성폭행 의혹 등이 불거졌지만 이는 미투 운동 이전이다. 경북 사찰의 주지는 승적에서 빼달라는 제적원을 조계종에 제출해 이미 승적이 박탈되었다. 또 다른 불교 교육 기관의 이사장은 올해 초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다. 앞서 천주교 측에서는 수원교구에 속한 한 신부가 해외 선교 활동 중 여성 신자를 성폭행하려 했다는 폭로와, 천주교인권위원회 간부가 여성 활동가를 성추행했다는 폭로가 있었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인 김희중 대주교가 지난달 28일 천주교 수원교구 소속 한 모 신부의 성추문 사건에 대해 사과하고 있다. © News1 임세영 기자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인 김희중 대주교가 지난달 28일 천주교 수원교구 소속 한 모 신부의 성추문 사건에 대해 사과하고 있다. © News1 임세영 기자

하지만 종교계에선 미투 운동이 다른 분야보다 폭발적으로 확산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종교계 한 관계자는 "교인들이 성직자를 '신의 대리인'으로 간주하는 데다가 교계의 폐쇄적인 구조때문에 피해자가 용기를 내기 힘들다"고 했다.
또 교인들이 모여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큰 익명 커뮤니티가 없다는 것도 한계로 지적되고 있다. 종교계 다른 관계자는 "지금까지 성직자의 성폭력에 대한 폭로는 피해자들의 자발적인 미투보다는 교계 언론의 취재나 노회나 교회 재판부 사건기록 등으로 드러난 게 더 많았다"고 밝혔다.


ungaung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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