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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기업인의 눈물]③윤소라 여성벤처기업협회 회장 "미투 계기로 벤처계도 돌아봐야"

"남성 중심문화 개선해야 벤처 활성화, 女기업인 육성"
"여성 스스로 변할 필요도…능력으로 승부해야"

(서울=뉴스1) 이승환 기자 | 2018-03-13 06:02 송고 | 2018-03-13 08:32 최종수정
편집자주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운동이 사회 전반으로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경제계는 미투 열풍의 무풍지대다. 반면 <뉴스1>이 만난 상당수 여성기업인들은 "성희롱·성추행은 너무 빈번해 특별하지 않을 정도"라고 입을 모은다. 가해자는 정치인부터 투자자와 공무원까지 다양했다. 하지만 쉽게 입을 열 수가 없다. 자칫 회사 전체가 흔들릴 수 있어서다.
직원들의 생계를 생각하면 더 나서기 어렵다. 남 모르게 눈물 흘리고 있는 여성기업인들의 실상을 들여다봤다.
윤소라 한국여성벤처기업협회 회장 겸 유아이 대표(유아이 제공) © News1
윤소라 한국여성벤처기업협회 회장 겸 유아이 대표(유아이 제공) © News1

"사회 전반에 뿌리내린 남성 중심의 문화를 개선해야 합니다. 그래야 유능한 여성기업인을 많이 육성할 수 있어요."

윤소라 한국여성벤처기업협회 회장(유아이 대표 겸임)의 말이다. 윤 회장은 지난 12일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미투 계기로 벤처계도 돌아봐야 한다"며 '미투 운동'으로 드러난 남성 중심의 문화가 여성 기업인의 육성·성장을 저해하는 주범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나는 페미니스트(여성주의자)가 아니다"면서도 "'미투 운동'이 여성기업인의 사업 환경 개선으로 이어져야 한다. 협회 회원을 포함해 상당 수 여성기업인이 성폭력 위험에 노출된 것은 부인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윤 회장은 남성 투자자와 동료 기업인 등에게 성적 피해를 경험한 사례가 무시할 수준이 아니다고 단언했다. 비즈니스 모임에서 남성이 여성을 동료 기업인이 아닌 '여자'로 인식하는 태도부터 고쳐야 한다고 꼬집었다. 

그는 "미투 운동을 계기로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는 사회 인식을 개선해야 한다"며 "남녀 평등주의가 안착해야 여성기업인도 남성과 대등하게 사업을 논의할 수 있고 적극적으로 판로 개척에 나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여성기업인 육성의 어려움은 한국만이 겪는 문제가 아니다. 지난해 6월 현재 미국 대표 우량주로 구성된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500개 상장 기업 가운데 여성 최고경영자(CEO)가 이끄는 기업은 28곳에 그쳤다. 여성 CEO 비중은 5%에 불과한 셈이다. 

그는 "미투 운동이 무섭게 확산한 것도 남성에 억눌렸던 여성들이 한꺼번에 폭발했기 때문"이라며 "여성 기업인 육성 차원에서도 미투 운동은 단기 흐름에 그쳐선 안 되며 장기적으로 사회의 낡은 문화를 혁신하는 동력으로 작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회장은 또 여성 벤처인을 위한 지원 예산을 확대해 달라고 정부에 주문했다. 벤처 예산 중 일부를 의무적으로 여성 기업인에게 배정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윤 회장은 "불리한 사업 환경에 처한 여성 기업인들을 위한 정부 차원의 지원은 분명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여성기업인 스스로도 변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윤 회장은 "여성 기업인 스스로도 돌아볼 필요가 있다"며 "비즈니스 만남에서 여성성을 드러내 이익을 도모하는 기업인이 아예 없다고 할 수 없다. 여성의 경쟁력은 능력이 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mr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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