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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릎호소'까지 했지만…강서 특수학교 개교 돌연 연기

내년 3월→내년 9월…서울교육청 "부지확대 불가피"
학부모 "부지확대 이미 예정…선거때문이냐" 분통

(서울=뉴스1) 김재현 기자 | 2018-03-08 07:00 송고
지난해 9월 서울 강서지역 공립 특수학교 신설 주민 토론회에서 이 지역 장애학생 학부모들이 주민들에게 학교를 짓게 해달라며 무릎을 꿇고 호소하고 있다.(학부모 A씨 제공)© News1
지난해 9월 서울 강서지역 공립 특수학교 신설 주민 토론회에서 이 지역 장애학생 학부모들이 주민들에게 학교를 짓게 해달라며 무릎을 꿇고 호소하고 있다.(학부모 A씨 제공)© News1

서울 강서지역 특수학교(가칭 서진학교) 개교가 돌연 6개월 미뤄진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9월 이 지역 장애학생 학부모들이 이른바 '무릎호소'를 하며 조속한 설립을 촉구했던 그 학교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해 11월 개교연기 가능성을 인지했지만 이런 내용을 지난달 말이 돼서야 장애학생 학부모들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개교를 손꼽아 기다리던 학부모들은 서울시교육청의 일방적 결정과 불통을 지적하며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오는 6월 지방선거를 의식해 착공을 선거 이후로 미루면서 덩달아 개교까지 연기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8일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강서구 옛 공진초 부지에 들어설 서진학교의 개교시기가 기존 2019년 3월에서 같은 해 9월로 반년 연기됐다.

학교규모를 기존 계획보다 확대하면서 미뤄졌다는 게 서울시교육청의 설명이다. 원래 규모는 약 5000㎡(공진초 운동장 부지 내 새 교사동 신축)였는데 설계용역 과정을 거치면서 1만1000㎡(공진초 운동장 부지 내 새 교사동 신축+기존 교사동 리모델링 활용)로 늘었다는 것이다. 기존 교사동은 원래 특수학교 시설에 포함되지 않고 지역주민 편의시설로 활용될 예정이었다. 이에 따라 학급 수도 16학급(중·고교 과정)에서 22학급(초·중·고교 과정)으로 확대된다고 설명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기존 계획에서는 공진초 운동장 부지만 활용할 예정이었는데 특수학교 건립을 총괄하는 마스터플래너(MP)가 학교공간이 너무 협소하다는 의견을 전달하면서 (계획이) 수정됐다"며 "MP의 의견과 학교규모를 확대해달라는 학부모 측의 의견을 감안해 기존 교사동을 추가로 확보하고 리모델링·내진보강 등까지 진행하면서 개교를 늦출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이 강서지역 장애학생 학부모 측에 제공한 '서진학교 신축공사 추진경위 및 향후 추진일정' 문건과 서울시교육청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지난해 11월 계획에 없던 교사동의 내진성능평가 검증용역이 진행됐다. 절차가 추가되면서 덩달아 기존계획이 줄줄이 밀리거나 늘어났다. 착공시기는 올해 3월에서 6월로 바뀌었고 공사기간도 기존 12개월에서 14개월로 늘었다.

장애학생 학부모들은 갑작스러운 개교연기 과정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지난 6일 서울시교육청 항의방문을 하기도 했다.

이들은 서울시교육청이 기존 설계대로 진행했다면 개교가 미뤄질 이유가 전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해 9월 말 종료된 1차 설계 때 이미 특수학교 부지에 교사동을 포함하기로 돼 있었고 이 과정에서 노후화된 교사동의 내진보강 필요성도 모를리 없다는 것이다.

교사동 내진성능평가 검증용역을 실수로 뒤늦게 맡겼다 하더라도 이를 즉시 학부모들에게 알려 양해를 구했어야 했다는 지적도 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말 관련 설계용역을 추가로 맡기면서 개교연기 가능성을 충분히 인지하고도 정작 통보는 3개월이 지나서야 했다는 것을 납득할 수 없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특수학교 설립 추진과정에서의 불통도 지적했다. 학부모 A씨는 "학부모들은 서진학교 개교가 늦춰진다는 사실을 지난달 말 담당자 면담 과정에서 알게 됐다"며 "면담을 신청하지 않았다면 개교연기 사실을 지금까지 까맣게 몰랐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이에 대해 "당시 개교연기에 대한 최종결제 절차를 남겨둔 상황에서 때마침 학부모들이 면담을 신청해 알려드린 것"이라며 "결제가 끝나면 당연히 사실을 전달하려고 했다"고 해명했다.

이어 "최종적으로 결정되지 않은 사실을 전달하는 것도 맞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기습 개교연기에 분노한 학부모들은 오는 6월 교육감 선거를 의식해 미룬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이 변경된 착공 일자가 6월 언제인지 정확히 못박지 않은 점도 학부모들의 의심을 사고 있다.

학부모 B씨는 "원래 계획대로 이달 중 삽을 떴다면 지역주민들의 반대가 여전히 있는 상황이어서 분명히 갈등이 생겼을 것"이라며 "교육감께서 지방선거를 앞두고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분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일부러 착공을 선거일 이후로 미룬 것 아니냐 하는 의심도 든다"고 말했다.

지역주민과의 갈등이 상대적으로 적은 강남·서초지역 공립특수학교(가칭 나래학교)는 예정대로 2019년 3월 개교를 추진한다는 점도 석연치 않다고 보고 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학교규모가 커졌는데도 예정대로 내년 3월 개교를 추진할 경우 졸속공사가 될 우려가 있고 개교 후 나머지 공사를 진행하는 것도 안전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판단했다"며 "특수학교 학생·학부모들을 위해 안전하고 철저한 공사를 진행하려고 불가피하게 개교연기를 결정한 것이지 다른 이유는 없다"고 해명했다.


kjh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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