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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훈련 강행' 美 '수용못해 큰소리' 北…고심 깊은 정부

전문가 "한미간 신뢰회복에 신경써야 할 때"

(서울=뉴스1) 문대현 기자 | 2018-03-01 18:41 송고 | 2018-03-01 20:09 최종수정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을 단장으로 하는 북한 고위급대표단이 27일 오후 2박 3일간의 방남 일정을 마치고 경기도 파주시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를 통해 출경하고 있다. 2018.2.27/뉴스1 © News1 사진공동취재단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을 단장으로 하는 북한 고위급대표단이 27일 오후 2박 3일간의 방남 일정을 마치고 경기도 파주시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를 통해 출경하고 있다. 2018.2.27/뉴스1 © News1 사진공동취재단

평창 동계올림픽 폐막식 참석차 한국을 찾았던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 등 고위급 대표단이 남북 접촉에서 '한미연합 군사훈련을 수용 못 한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지면서 정부의 고심이 깊어지게 됐다.

김 부위원장 일행은 우리 정부가 "연합훈련은 예정대로 할 수밖에 없다"고 하자 "군 등 내부의 반발이 있을 수 있어 수용할 수 없다"는 취지로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김 부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북미대화에 용의가 있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지면서 북미대화의 기대감이 커졌지만 이후 남북접촉 과정에서 미국을 대하는 북한의 입장이 명확하게 공개되면서 기대감이 사그라지게 됐다.

북한의 이같은 입장은 새삼스러울 것이 없다는 분위기다. 그간 북한이 연합훈련에 대한 반대 입장을 밝혀온 만큼, 이 접촉에서도 같은 입장을 되풀이한 정도에 그쳤다는 분석이다.

남광규 매봉통일연구소장은 "김영철이 직접 북미대화 의지를 밝히지 않아 완전히 신뢰할 수 없던 상황에서 연합훈련을 반대한다는 얘기까지 나온 것은 기존 입장과 변한 것이 없는 상황"이라며 "북한이 대화에 갈급해보이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정부는 평창 올림픽을 계기로 남북대화를 이끌어내고 이를 북미대화로까지 연결시키려 했으나 지금까지는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정부는 남북관계를 통해 비핵화와 관련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생각을 바꾸려하고 있지만 북한은 오히려 남북관계를 통해 우리측의 입장을 바꾸려 하고 있는 모양새다.

실제로 북한 매체들은 최근 연일 대미비난을 쏟아내며 한미 동맹을 균열시키고 남남 갈등을 야기하려 하고 있다. 지난달 28일 노동신문에는 자신들의 핵보유가 한반도 적화통일용이 아닌 미국의 핵위협을 제압하기 위한 용도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북한은 남북관계의 동력을 이용해 우리 정부가 자신들의 편을 들게 하고 남북이 함께 미국에 맞선다는 '우군화 전략'을 쓰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이 북한의 요구를 수용해주기를 기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마크 내퍼 주한 미국 대사 대리는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연합훈련의 추가 연기 가능성은 없다"고  가능성을 일축했다.

내퍼 대사대리는 "비핵화 목표가 없는 대화를 원하지 않는다"며 "북한으로부터 우리가 그런 태도를 보지 못한다면 그것을 볼 때까지 대화로 가는 길은 더 어려울 것"이라고 선언한 상태다.

향후 북미간 팽팽한 줄다리기가 예상되면서 우리 정부의 역할도 중요해졌다. 양측의 입장 차가 큰 만큼 어렵사리 연 남북대화의 끈을 놓지 않은 상태에서 북한과 미국을 동시에 설득해야 하는 과제를 떠안게 됐다.

특히 최근 남북관계가 급속히 개선되는 과정에서 불거진 한미간 온도차를 해소시키고 대북정책에 있어 한미간 신뢰를 회복시키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김 교수는 "보이지 않는 북미간 접점을 찾아내는 것이 정부의 과제가 됐다"며 "북한의 입장을 미국에 설명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지금은 오히려 한미관계를 굳건히 다져놓고 대북정책에 발을 맞춰 나가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

일각에선 대북제재로 인해 북한의 경제난이 심화되고 있는 만큼 북한이 스스로 곧 태도를 바꿀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처음부터 용납할 수 없다고 강경한 태도를 보이다가 이후 양보하는 척 물러서며 대미대화를 요구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eggod6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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