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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운동? 3.1혁명?…100주년 앞두고 "제 이름 찾아줘야"

3.1절 표기에는 격에 걸맞은 의미가 결여돼
"혁명적 사건, 3.1혁명" vs "사회적 합의로 굳어진 용어"

(서울=뉴스1) 권혜정 기자, 차오름 기자 | 2018-03-01 08:00 송고
(자료사진) © News1 최창호 기자
(자료사진) © News1 최창호 기자

1919년 3월1일 우리민족이 일제의 강점에 항거하고 독립선언서를 발표해 독립의지를 세계에 알린 날이다. 이를 기리는 국경일 3.1절이 올해로 99주년을 맞았다. 
당시 서울에서 시작돼 약 3개월간 전국에서 나라를 찾기 위한 만세운동이 이어졌다. 그날을 기념하기 위한 3.1절 100돌을 코앞에 두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3.1절 대신 새 이름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다른 국경일과 비교했을 때 3.1절의 경우 명칭에 역사적인 의미가 충분히 담겨 있지 않다는 지적이다. 

예컨대 1945년 8월15일, 일제강점에서 해방된 날을 기념하고 경축하는 국경일은 광복절로, 단군이 최초의 민족국가 고조선을 건국한 10월3일은 개천절로 역사적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이와 비교했을 때 3.1절은, 명칭 자체에서 날짜 이상의 의미를 읽어내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한국 근현대사의 쟁점과 과제를 연구해온 민족문제연구소는 몇해 전부터 3.1혁명 100주년 기념사업회를 운영, 3.1절에 제대로된 이름 찾아주기 운동을 벌이고 있다. 

박한용 민족문제연구소 교육홍보실장은 "3.1절이라는 명칭에는 역사적 의미가 충분히 포함돼있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3.1 독립운동은 민족자주 독립운동인 동시에, 민주주의운동이라고도 한다"며 "상징적인 사실은 3.1운동 이후 대한제국 임시정부가 아닌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만들어졌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당시 대한민국 마지막 황제가 살아있었지만 애국지사들은 훗날 독립에 대비해 민주공화국이라는 국체에 합의, 대한제국이 아니라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수립했다"며 "3.1운동은 제국에서 민국으로 이행된 역사가 담긴 혁명적인 사건"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3.1운동은 민주주의운동을 함유한 범민족적 투쟁으로, 3.1절에 단순한 독립정신의 의미만을 넣을 것이 아니라 이를 통해 우리나라의 민주주의가 얼마나 성장했는지 그 의미를 되새길 수 있도록, 3.1혁명이라고 부르는 것이 마땅하다"며 "지금의 3.1절이라는 명칭은 역사적 유산에 걸맞은 이름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자료사진) © News1 여주연 기자
(자료사진) © News1 여주연 기자

이같은 움직임은 국민들 사이에도 퍼지고 있다. 한 시민은 청와대 청원을 통해 '3.1운동, 3.1절 이름을 바꿔달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는 청원 글을 통해 "3.1운동이라는 표기는 일제에 의해 강제된 표현"이라며 "1919년 3월 '기미독립운동' 당시 언론의 표현은 '기미 정치운동' '기미 만세운동' 으로 표현했으나 (나중에) 조선총독부에 의해 '정치' '만세'라는 표현 사용에 제약이 있었다. 결국 한국의 언론은 '기미xx 운동'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당시 한국인은 'xx'를 '독립'으로 인식, '기미독립운동'으로 이해했으나 이를 알게 된 조선총독부는 'xx'를 삭제하도록 했고 '기미운동' '3.1운동'으로 표현하게 됐다"며 "당시 '독립'이라는 말은 불경단어로 금기어가 된 상황이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는 "대한민국 헌법 전문에도 명시된 3.1운동, 이제 이름부터 바꿔 대한민국의 역사인식을 바로 세워달라"며 "3.1독립운동 거사일' '만세절' 등 역사인식을 담아낼 수 있는 용어를 하루 빨리 찾아달라"고 제안했다. 

전문가들 역시 비슷한 의견을 보이고 있다. 한상권 덕성여대 사학과 교수는 "3.1운동이라는 명칭이 적당한 용어가 아닌 것은 맞다"며 "3.1운동 당시 가장 중요한 사실은 민주주의 국민주권시대가 시작된 것으로, 우리나라 5000년 역사 중 처음으로 국민주권을 선언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같은 의미가 있는 기념비적인 사건이기 때문에 3.1절을 3.1혁명이라고 부르는 것이 맞다"며 "프랑스대혁명처럼 이전의 역사와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민이 주인이 된 시대라는 사실을 선언한 것이 가장 중요한 의미"라며 "혁명적인 사건이기 때문에 3.1혁명이라고 부르는 것이 맞다"고 덧붙였다. 

다만 오랜 기간 국민들이 사용한 명칭 자체에 의미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김태웅 서울대 역사교육과 교수는 "사람들이 (용어를) 표준화해 사용하고, 용어에 어떠한 의미를 부여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사회적인 합의가 3.1운동이라는 용어로 굳어졌다면서 "3.1운동이라는 용어에 독립운동이라는 개념도 들어가 있다고 볼 수 있다"며 "오랜 기간 입말로 써왔을 경우 하나의 보통명사가 됐다는 사실을 염두에 둬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jung90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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