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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시간 단축, 300인 미만 중소기업 비용부담만 8조6000억원

재계 "근로시간 단축하면 고용 확대?…현실은 달라"

(서울=뉴스1) 박기락 기자, 장은지 기자, 김정률 기자 | 2018-02-27 16:43 송고
홍영표 국회 환노위원장이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회의실에서 열린 근로시간 단축 관련 법안 통과 관련 3당 간사 기자 간담회에서 합의 사항 등을 설명하고 있다. 왼쪽부터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간사, 홍 위원장, 임이자 자유한국당 간사, 김삼화 바른미래당 간사.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이날 새벽까지 논의를 거듭한 끝에 주당 법정 근로시간을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처리했다. 2018.2.27/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주당 법정 근로시간을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에 합의하면서 경제계 우려가 커지고 있다.

우선 공휴일을 법정 유급휴일로 규정하는데 따른 영세기업의 부담 증가가 부작용으로 지목된다. 주로 서비스업으로 이뤄진 특례업종 축소(26개→5개) 역시 서비스 산업의 질적 저하를 자초할 가능성이 있다.

특례업종이란 사실상 무제한 근로가 가능한 예외 업종을 말한다. 법정 근로시간 예외대상을 최소화하려는 조치지만 업종별 근무 환경과 임금 생태계를 정교하게 파악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장기간 근로시간 단축을 추진하며 산업계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보완책을 병행한 일본과 프랑스의 사례를 유심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 근로시간을 줄여 근로자 삶의 질을 끌어올리면서도 산업계 충격을 완화한 이들 전례가 제도 연착륙 방안의 가이드라인이 될 수 있어서다.

◇ 근로시간 단축, 중소기업 부담비용 12.3조 추산

경제계가 근로시간 단축 합의와 관련해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대부분 충격이 중소기업에 전가될 수 있다는 점이다.

27일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근로시간을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하면 중소기업의 생산가용 인원 중 44만명이 빠져나가는 것과 같은 결과가 빚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 경우 종전 생산량을 유지하려면 12조3000억원가량의 비용이 필요하다는 게 중기중앙회 추산이다. 이중 70%인 8조6000억원은 300인 미만 사업장으로 전가될 것으로 우려된다.

이날 국회 환노위는 실제 근로시간 단축안(주당 68시간에서 52시간)을 기업 규모별 기준 3단계로 나눠 시행하기로 합의했다.

규모별로는 300인 이상 2018년 7월, 50~299인 2020년 1월, 5~49인 2021년 7월 시행으로 합의가 이뤄졌다. 이와 별도로 30인 미만 사업장에 한해 특별연장근로를 한시적으로 허용한다.

300인 이상 규모의 기업들은 근로시간 단축시행에 따른 대책을 마련할 여지가 있지만 문제는 중소기업들이다. 300인 미만 기업은 당장 2년 뒤부터 근로시간을 단축해야 한다.

이에 대비하려면 생산설비 효율화, 인력구조 고도화 등을 준비해야하는데 중소기업 경영여건상 2년은 부족한 시간이라는 게 경제계 우려다.

경총 관계자는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부족 근로시간이 모두 고용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정부 판단은 현실과 괴리가 있다"며 "노동시장 유연성이 떨어지는 국내 상황에서 근로시간 단축 비용 감당이 어려운 기업들은 생산량 감소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꼬집었다.

◇ 제도 연착륙, 일본 등 선진국 사례 참고해야

근로시간 단축 충격을 완화하고자 장시간 단계를 나눠 보완책을 병행한 다른 국가의 사례를 참고해야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일본의 경우 198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 말까지 수차례 법 개정과 실험을 걸쳐 근로시간을 단축했다. 이에 걸린 시간만 10년가량으로  '접객오락업 종업원 300인 이하', '영화·연극업 및 보건위생업 30인 이하' 등 유예조치를 세부화해 충격을 완화했다.

휴일근무 수당 부분에서도 우리 정부안은 다소 급진적이라는 분석이 많다. 환노위는 근로시간 3단계 시행과 함께 휴일근무 수당을 현행대로(8시간 이내 통상임금의 150%, 8시간 이상 통상임금의 200%) 유지하는데 합의했다.

우선 선진국들은 근무시간 단축으로 근로자 삶의 질을 끌어올리면서도 초과근로에 대한 보상 방식은 노사 자치 영역으로 남겨 비용부담을 유동성 있게 조정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국제노동기구(ILO) 협약에는 초과근로에 대한 통상적 임금의 25% 이상 가산해 보상한다는 지침 정도가 마련돼 있다. EU 근로시간 지침에는 관련 규정이 없으며 독일, 영국, 덴마크, 스웨덴 등도 법으로 강제하기 보다 노사자치 영역으로 남겨뒀다.

프랑스는 주35시간을 초과한 최초 8시간에는 25%, 8시간 초과분에는 50%의 초과임금 및 보상휴식을 부여한다. 일본은 월 60시간 이내는 25%, 월 60시간을 초과할 경우에만 50%의 가산임금을 지급한다는 규정이 마련됐다.  

◇ 주요 경제단체, 연착륙 방안 마련 촉구

현행 유급 주휴일도 전세계 관례가 드문데 공휴일까지 법정 유급휴일로 규정하는 것은 기업에게 이중고가 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국내 주요 경제단체들도 이번 환노위 결정에 일제히 우려의 뜻을 드러냈다.

경총은 대부분의 대기업이나 중견기업이 단협이나 취업규칙을 통해 이미 공휴일을 유급휴일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영세기업은 인력난 속에서 생산납기를 맞추기 위해 휴일근로가 불가피한 경우가 많아, 휴일이 늘어나는 효과보다는 부담만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역시 "근로시간 단축 및 특례업종 축소로 인한 기업의 생산차질 및 인건비 증가, 관공서 공휴일에 관한 규정 전면도입에 따른 영세기업의 부담 가중 등의 부작용이 최소화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대한상공회의소도 "공휴일의 민간 적용과 특례업종 축소 등으로 인해 해당 기업의 부담이 늘어난 것이 사실"이라며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근로시간 단축이 연착륙 될 수 있는 추가적인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영세기업이 몰려있는 중소기업계는 환노위의 결정에 가장 큰 우려를 드러냈다.

중기중앙회는 논평을 통해 "공휴일을 민간 기업에 적용하는 것은 휴일에도 쉬기 어려운 서비스업 종사자나 인력이 부족한 소기업의 상대적 박탈감과 비용 부담을 초래할 수 있다"며 유감의 뜻을 밝혔다.


kirock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