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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간호사도 '태움' 피해자…"군대폭력 보다 더 심해"

"소수니까 배려?…남자 잡는 일 비일비재"
"성폭력 차단 이유로 권한 있는 자리엔 못 가"

(서울=뉴스1) 이원준 기자, 차오름 기자 | 2018-02-26 17:38 송고 | 2018-02-28 14:33 최종수정
© News1 최진모 디자이너
© News1 최진모 디자이너

병원 내 적폐의 하나로 꼽히는 '태움' 피해를 호소하는 여자간호사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남자간호사들도 "태움엔 남녀 구분이 없다"며 한목소리를 냈다. 태움이 후배 여자간호사를 대상으로 한 선배 여자간호사의 갑질이라는 고정관념과는 달리, 성별을 불문하고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간호사 조직 안에서 '소수자' 취급받는 남성들은 "소수라서 주목받지 못할 뿐 남자간호사도 여자간호사와 마찬가지로 '태움'을 가하기도, 당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서울 강북의  한 대학병원 중환자실에서 3년 8개월 동안 간호사로 일한 뒤 퇴직했다는 A씨(30)는 "태움이 여초집단의 문화처럼 부각되고 있지만 남자간호사도 예외는 아니다"며 "남성이 소수라서 선배 남자간호사가 챙겨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A씨는 "병원에서 근무할 때 남자선배가 장기 입원환자 인계장을 찢어 집어던진 일도 있었다"며 "대학 간호학과 재학 중에도 '인사를 안 했다'는 이유로 남자선배들이 남자후배들만 따로 부른 적이 있다"고 털어놨다.

그는 "남성이라는 이유로 더 차별받기도 한다"며 "힘을 못 쓰면 '여자만도 못한 남자'라고 지적받고, 성격이 여성스럽다는 이유로 '게이 같다'는 말을 듣기도 했다"고 들려줬다.
서울 강남의 한 대학병원 수술실에 근무 중인 B씨(36)는 "남자간호사가 여자간호사보다 오히려 더 심하게 태움을 당한다"고 호소했다. 그는 남성을 겨냥한 태움은 '남자간호사부터 잡아야 다른 간호사들이 말을 잘 듣는다'는 인식 때문에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B씨는 "진급에도 순서가 있는데 연차가 낮은 간호사가 실력이 좋거나 환자들 사이에 칭찬이 자자한 경우 태움의 표적이 된다"며 "간호사가 태움을 주도하기도 하지만 의사가 뒤에서 지시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B씨는 남성이 여성보다 사회적 강자로 인식되지만 간호사 집단에서는 약자라는 문제점도 지적했다. 그는 "병원에서는 여성이 강자임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약자라고 오해를 받는다"며 "성폭력 여지를 차단한다는 이유로 남성들에겐 수간호사, 책임간호사 등 권한 있는 자리를 주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남자간호사들 사이에도 똑같이 태움의 악습이 존재하지만, 아무래도 기혼 여자간호사들의 괴롭힘이 남성보다 더 심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대구의 한 대학병원에서 9년째 일하고 있다는 C씨는 "가정이 있는 여자간호사들이 육아 등 가사노동의 부담 때문에 병원에서 조금이나마 편하게 일하려는 경향이 있다"며 "앞서 근무한 간호사에게 해당 시간대에 발생한 일을 모두 처리하라며 남기는 일이 잦다"고 말했다.

C씨는 "육아를 책임지지 않는 남자간호사들이 기혼 여자간호사보다 더 긴 시간 근무를 하며 희생하는 편이다"라며 "일과 가정이 양립되지 않아서 생기는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대한간호협회에 따르면 올해 기준으로 협회에 등록된 간호사 39만5172명 중 남자간호사의 비율은 3.8%(1만5020명)에 불과하다. 

남자간호사들은 병원 내 태움이 "군대 폭력보다 심하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군대는 육체적 고통이 큰 대신 정신적 스트레스가 병원보다 덜하고, 공동생활을 하는 만큼 관계가 틀어져도 회복할 기회가 주어진다는 이유에서다.

A씨는 "군대는 '동기'라는 소통 상대가 있어서 위로받을 수 있지만 병원은 각자 퇴근하고 나면 그만이다"며 "병원에 처음 입사했을 때 훈련병이 된 것처럼 억압된 기분을 느꼈다"고 말했다.

C씨는 "다수인 여자간호사들은 함께 탈의실에서 옷을 갈아입고 집에 가며 대화를 나누지만 남성들은 업무 이후에 낄 기회가 거의 없다"며 "남자간호사는 왕따가 된 것 같은 기분을 느끼기도 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C씨는 "군인이 자대배치를 받기 전 훈련소를 거치듯이 간호사도 일괄적으로 교육받을 수 있는 기관이 필요하다고 느낀 적이 있다"고 덧붙였다.

(자료사진)
(자료사진)



wonjun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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