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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 논란' 이윤택 정부 지원 사업에서 일체 배제"(종합)

예술위 긴급 회의, 23일 성명 발표…심의위원 후보도 제외
오태석 극단에 공문, 28일까지 답변 요구…문제 시 지원 중단

(서울=뉴스1) 박창욱 기자 | 2018-02-23 20:37 송고 | 2018-02-23 21:06 최종수정
성추행 논란에 휩싸인 이윤택 전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왼쪽)과 오태석 극단 목화 대표. © News1
성추행 논란에 휩싸인 이윤택 전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왼쪽)과 오태석 극단 목화 대표. © News1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성폭력' 논란이 불거진 이윤택 전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67)에 대해 "한국극작가협회의 요청에 따라 심의위원 후보 명단에서 배제했으며, 그와 관련된 사업은 올해 문예진흥기금 지원사업 선정에서 일체 배제할 것"이라고 23일 밝혔다.
예술위는 이날 오후 4시부터 3시간가량 예술위원 긴급회의를 열어 토론 끝에 이같은 내용을 담은 성명을 발표했다. 예술위는 또 이 전 감독이 대본을 쓴 오페라 '꽃을 바치는 시간'이 '오페라 창작활동 발굴지원' 쇼케이스 사업에 선정됐으나, 오페라 기획자 측이 최근 포기 의사를 밝혀 공연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꽃을 바치는 시간’은 2015년 ‘아르코 문화창작기금 희곡 분야’에서 좋은 점수를 받았으나, 당시 정부 압력으로 지원 대상에는 오르지 못했다. 이 작품은 지난해 다시 오페라 창작 지원 심사를 통과해 정부 지원을 받아 오페라로 제작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블랙리스트가 아닌 자신의 성추문으로 인해 지원에서 배제됐다. 이 전 감독은 지난 19일 가진 기자회견에서 성추행은 사과했으나, 성폭행 의혹은 부인했다.

예술위는 아울러 '성추행 의혹'이 제기된 오태석 연출가(78)의 신작 연극 '모래시계' 공연 지원 사업과 관련해 "오태석 연출가가 대표로 있는 극단 목화에 사실 관계 확인을 위한 공문을 전날 발송해 오는 28일까지 답변을 요청했으며, 문제가 확인될 경우 절차에 따라 적법한 행정 조치를 진행하겠다"고 강조해 극단 목화 측의 해명이 명확하지 않으면 예정된 공연을 취소할 방침임을 시사했다.

극단 목화는 예술위의 '2017 공연예술 창작산실' 사업에 선정돼 1억원의 제작 지원금을 받았고, 오는 3월13일부터 25일까지 예술위가 운영하는 서울 종로구 대학로예술극장에서 공연할 예정이었다.
예술위 한 관계자는 "문예진흥기금 보조사업 관리 규정에 따르면 문제가 있다고 판단될 때 지원 취소를 결정할 수 있다고 돼 있다"고 말했다. 공연계에선 예술위원들이 모두 이번 성추행 논란을 엄중하게 보고 사실상 공연 중단 의사 결정을 한 것이며, 이를 위한 행정 절차에 착수한 것으로 분석했다.

예술위는 극단 목화의 공연 중단 결정과 별개로 이미 지원한 공연 제작비 지원금 1억원의 환수 가능성도 검토할 예정이다. 예술위 다른 관계자는 "오태석의 연출이지만 공연 전체는 극단의 집단 창작물이어서 예술위 자문 변호사에게 환수 가능성에 관한 법리 검토를 의뢰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태석 연출가는 연극인들이 최근 성폭력을 고발하는 '#미투'(#Metoo, 나도 말한다) 운동에 따라 온라인에 올린 글을 통해 이윤택 전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과 함께 연극계 성추행 의혹에 휘말렸다. 고발 글에서 가해자는 ‘극단을 운영하는 교수님’ ‘이름만 들으면 누군지 아는 연극계 대가’ 등으로 표현됐는데, 연극계에선 오태석 연출로 지목됐다.

특히 오 연출가가 자신이 대표로 있는 극단 목화의 단원과 '성추행 논란'에 관한 새벽 대책회의를 했으며, 이 단원을 통해 오 연출가의 성추행 사실을 폭로한 피해자와 접촉한 정황이 뉴스1 취재 결과 확인됐다. 오 연출가가 주로 활동하는 장소에 찾아가 여러 차례 연락을 시도했으나, 그는 성추행 의혹에 대해 아무런 해명이나 반박을 내놓지 않았다.

예술위는 "최근 언론 등을 통해 불거진 문화예술계 성폭력 문제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성폭력 문제와 관련된 이윤택 및 오태석 관련 사업에 대해 단호하게 조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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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목화의 국내 공연 지원 중단 여부와 별개로 예정됐던 해외 공연 지원은 그대로 진행한다. 또 다른 문체부 산하기관인 예술경영지원센터는 오는 28일 개막하는 페루 리마페스티벌에서 개막작으로 선정된 오태석 연출, 극단 목화의 연극 ‘템페스트’에 대한 항공료 등 지원을 '오 연출가가 동행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진행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예경 측은 일방적인 지원 취소 시, 페루 축제 측과 공연 계약 파기로 인해 손해 배상 소송에 휘말릴 수 있어 단원들이 2차 피해를 입을 우려가 있고, 개막공연 취소로 다른 국내 공연예술단체의 앞으로 해외 진출에 미칠 악영향까지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단 목화의 페루 공연을 빌미로 한 오태석씨의 해외 도피성 출국을 발지하고 동시에 페루의 대표적인 공연예술축제에 피해를 끼치지 않는 선에서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향을 선택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극단 목화의 페루 공연은 예경의 ‘센터스테이지 코리아’ 사업에 따라 진행되는 것으로 국고로 항공비와 운송 비용을 실비로 지원한다. 지원은 극단 목화가 영수증을 제출하면 실비를 사후 정산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예경은 지원 예정 금액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페루 왕복 항공권 가격과 약 20명 선인 템페스트 공연 인원을 고려할 때 지원 금액은 1억원선에 달할 것으로 연극계에선 추산했다. 예경 관계자는 "국고가 낭비되지 않도록 엄격하게 집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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