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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연극·문학에 미술계까지…유명 화가, 제자 성추행 파장

피해자 '외로운 싸움'…학교 손놓은 사이 2차 피해도
학교 측 "해당 교수 휴직 중…법원 판결 지켜봐야"

(서울=뉴스1) 최은지 기자, 박동해 기자 | 2018-02-23 18:16 송고 | 2018-02-24 11:41 최종수정
© News1 최진모 디자이너
© News1 최진모 디자이너

연극과 문학계에서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운동이 번지는 가운데 유명 화가이자 서울 소재의 미술대학 교수가 학생들을 성추행한 사실이 확인돼 파장이 일고 있다.
특히 이 교수는 제자들을 성추행하고도 오히려 피해 학생들에게 책임을 돌렸다. 피해 학생들은 용기를 내어 고소를 했지만 예술계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가해자에게서 2차 피해까지 당하며 홀로 싸울 수 밖에 없었다.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다.

여기에 학생들을 최우선으로 보호해야 할 학교마저 이를 외면하면서 2차 피해를 미연에 방지하지 못한 학교측 대응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A 교수는 지난 2015년 제자 2명을 강제 추행했다. 그는 자신의 연구실로 제자를 불러 범행을 저지르기도 했다. A 교수는 범행을 저지르고도 피해 학생들에게 부당한 처사를 자행했다. 한 피해 학생에게는 부당하게 최하 점수를 주기도 했다. (관련보도 : '유명 교수 화가, 제자들 성추행에 2차 가해까지…法 징역형')

23일 뉴스1 취재결과 피해 학생들은 사건이 발생하고 1년이 넘게 주변에 알리지 못하고 홀로 피해를 감내했다. 가해자가 미술계에서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고, 향후 이들의 진로를 결정할 지도교수였기 때문이다.
그러는 사이에 A 교수는 다른 제자들에게 '원래 여학생들이랑 술을 안마시는데 그 날 이상하게 B가 하도 마시자고 해서 갔더니 그거 다 함정이었다' 'B가 꽃뱀이다' '교수자리 달라고 협박하려고 꾸민거다'라는 말을 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월 학교 측에 성추행 사실을 알렸고 도움을 요청했으나 "법원에서 판결이 나기 전까지는 안된다"며 "수업을 계속 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었다고 한다.

학교 측의 부실한 대응에 결국 피해 학생들은 2차 피해를 당했다. 경찰 수사가 진행된 후인 지난해 4월 A 교수는 학과 학생들의 수업시간에 '나를 고소한 것은 누군가의 사주를 받은 것이다' 'B가 먼저 나에게 술을 산다고 했다' 'C가 먼저 노크도 없이 내 방에 들어왔다'는 취지로 피해자들에게 책임을 떠넘겼다. 1심 법원은 이와 같은 A 교수의 주장이 모두 사실이 아니라고 판단하고 강제추행과 명예훼손 혐의를 인정했다.

피해 학생들은 학교로부터 도움을 받지 못하고 용기를 내 고소를 했지만 형사절차를 홀로 감당해야 했다. 피해 학생들은 변호사를 선임하지 못해 인터넷으로 검색하고 형사소송법 등 법 공부를 해야 했다. 가해 교수는 대형 로펌을 선임했다.

이들을 도와준 것은 주변 친구들이었다. 직접 피해자로 나설 순 없지만 같은 피해를 받은 학생들과 A 교수가 피해 학생들을 대한 태도 등을 목격한 학생들이 진술을 도왔다.

피해 학생은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처음에는 그냥 없던 일로 하려고 생각했다가 또다른 피해 학생이 나오는 것을 보고 더 이상 피해받지 말고 다른 피해 학생도 만들지 말자고 해서 결심하게 됐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20대의 절반을 이 일 때문에 힘들었다. 그렇지만 형사절차는 제가 선택한 것이기 때문에 탓을 할 수는 없을 것 같다"고 심경을 밝혔다.

© News1 최진모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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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학교 측은 "학교에서는 A 교수가 기소될 쯤 휴직처리 시켰다"며 "휴직 외에 퇴직은 법원 판결을 지켜봐야 한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내놓았다.

그러나 피해 학생이 피해 사실을 학교에 밝혔을 때 즉각 조치를 취하지 않고 방치해 2차 피해까지 발생한 것에 책임이 있다는 지적이다. 대법원 확정 판결까지는 통상 2~3년이 걸리는데, 범행 발생부터 확정 판결을 기다리는 사이에 학교는 피해 학생을 보호하기 위한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더구나 해당 학교 측은 "피해 학생에게 판결문을 줘야 법적 검토를 할 수 있다고 하는데 학생이 그것을 가져오지 않았다"며 "판결문이 있어야 우리가 정확하게 대처할 수 있다"며 오히려 피해 학생에게 책임을 돌리기도 했다.

A 교수의 태도 역시 '점입가경'이었다. 그는 1심 재판에서 '작은 것이 큰 물을 흐렸다'며 '예뻐해 주겠다고 한 것인데 여기까지 왔다'고 억울함을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선처해 주신다면 역작을 남겨 미술계를 일으켜보겠다'고도 했다고 한다.

현재 검찰측과 A 교수측은 모두 항소한 상태로 2심 재판을 앞두고 있다.


silver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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