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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아직 기다리고 있어요. 용기를 내주세요"

49년만에 잃어버린 아들 찾은 70대 어머니
실종아동 당사자 직접 나서야 가능성 높아

(서울=뉴스1) 박동해 기자 | 2018-02-22 20:31 송고 | 2018-02-23 07:59 최종수정
지난해 5월 오후 서울 중구 을지로 페럼타워에서 열린 제11회 실종아동의 날 행사에서 실종 아동 가족들이 오열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2017.5.25/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지난해 5월 오후 서울 중구 을지로 페럼타워에서 열린 제11회 실종아동의 날 행사에서 실종 아동 가족들이 오열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2017.5.25/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지난해 5월에 실종아동의날 기획 기사로 장기실종자 가족 한기숙씨(77·여)와 인터뷰를 하고 48년 전 헤어진 아들 최원섭씨에 대한 기사를 쓴 뒤 전화 한 통을 받은 기억이 있습니다. 수화기 넘어론 "내가 기사에 나온 원섭이인 것 같은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하는 한 중년 남성의 목소리가 들렸습니다.(관련기사: "48년전 5살 원섭이를 제발 찾아주세요")

저도 너무 흥분해서 정신없이 실종아동전문기관과 경찰에 신고하는 방법을 남성에게 설명하고 그날밤 잠을 잘 이루지 못했었습니다. DNA 검사는 한달 넘게 걸렸고 거의 1주일에 1~2번은 이 남성분과 통화를 했습니다. 하지만 DNA 결과 친모자 관계가 아닌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제 기사로 한명의 삶이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해 기대했는데, 참 아쉬웠던 순간이었습니다.

그런데 한해를 넘겨 오늘 진짜 원섭씨가 나타났습니다. 원섭씨가 언론에 모습을 드러내길 원하지 않아 직접 만나보지 못했지만 전해 들은 내용으론 원섭씨는 10살쯤 자신이 입양된 것을 알게 됐지만 친부모가 자기를 버린 것으로 생각해 그동안 부모님을 찾지 않았다고 합니다.(관련기사: 반세기만에 아들 찾은 어머니 "이제 소원 없어…기절할 정도")

그러던 중 원섭씨는 지난해 7월쯤 자신의 정체성에 의문이 들어 친부모를 찾아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경찰에 신고를 해 어머니인 기숙씨와 만나게 됐습니다.(물론 모자의 상봉 배경에는 현장 경찰들의 노력이 있었습니다.)

사실 기숙씨의 남편이자 원섭씨의 친아버지는 얼마 전부터 치매로 기억을 차츰 잃어가고 있습니다. 여든을 바라보는 기숙씨도 언제까지 원섭씨를 찾기 위한 활동을 계속할 수 있었을지 모릅니다. 원섭씨가 조금만 늦게 용기를 냈다면 부모님을 영영 못 볼 수도 있었습니다.

부모가 자신을 버렸다고 생각하는 오해에서 시작한 원망을 이겨내고 뿌리를 찾으려 했던 원섭씨의 결정이 반세기 한(恨)으로 응어리진 부모님의 마음을 풀어주셨습니다. 인터뷰를 통해 기숙씨의 한을 잠깐이나마 느껴본 저로서는 원섭씨의 결정이 너무도 감사했습니다.

장기실종아동의 수색 경우 부모들은 이미 DNA 등록을 다 해놓았기 때문에 실종아동이 직접 찾으려 하면 금방 찾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부모의 경우 아이들을 찾기가 너무도 어렵습니다. 이름과 생김새가 많이 바뀌었을 수도 있고 아이가 부모를 기억하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나 부모들은 자녀들이 거쳐갔을 수 있는 입양기관들의 기록을 개인정보보호라는 이유로 볼 수 없습니다. 기숙씨가 50년 가까이 원섭씨를 찾으려 해도 못찾았지만 원섭씨는 불과 몇 개월 만에 어머니를 찾은 것도 이런 이유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장기실종자 당사자들이 부모를 찾기 위해 직접 나서주는 것이 중요한데 원섭씨처럼 상처를 받을까 두려워 나서지 못하는 분들, 어디에 문의를 해야 할지 몰라 그냥 망설이고만 있는 분들이 많을 겁니다. 그분들께 단 한 번만 용기를 내달라고 간절히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아직도 많은 부모님들이 적게는 1년 많게는 40~50년 전 잃어버린 아이를 찾기 위해 전국을 헤매고 있습니다. 친부모를 모른 채 살아가고 있는 분들이 있다면 고민하지 마시고 가까운 경찰에 신고해 주세요. 여러분의 이름을 애타게 부르고 있을 부모님이 계실 수도 있으니까요.

※ 혹시나 부모를 찾기 원하는 장기실종자나, 장기실종자에 대한 정보를 가지고 계신분은 112나, 경찰청 실종아동찾기센터(국번없이 182), 실종아동전문기관(02-777-0182)으로 전화주세요. 



potg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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