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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보기의 책보기]'비정상의 정상화'를 향해

김희경의 ‘이상한 정상 가족’

(서울=뉴스1) 최보기 북칼럼니스트 | 2018-02-22 09:44 송고 | 2018-02-22 19:49 최종수정
책 '이상한 정상가족' 표지(사진출처: 인터넷교보문고)

‘최보기의 책보기’가 가급적 외면하는 책들이 있다. 자기계발서 류를 잘 다루지 않는다. 자기를 계발한다는 것은 삶에 대한 신념과 자세의 문제지 테크닉이 아니기 때문이다. 방법을 몰라서 자기계발을 못하는 사람은 없다. 다만, 게으르거나 의지가 박약한 사람이 있을 뿐인 것이다. 나 또한 늘 그러하다.
대형 출판사의 책을 다루지 않는다. 그런 출판사의 책들은 마케팅 능력도 뛰어나 언론 기사와 광고 등 선전이 충분히 이뤄진다. 반면 심혈을 기울였으나 마케팅 능력이 딸리는 소규모, 1인 출판사의 좋은 책을 다루려 노력한다. 외국인 저자의 번역서를 잘 다루지 않는다. 열악한 국내 출판계 현실상 저자들 또한 별 재미를 못 본다. 국내 저자들의 책이 한 권이라도 더 팔려 저작 환경이 나아지기를 바라는 뜻으로 가급적 국내 저자들의 책을 다루려 노력한다. 시와 소설을 거의 다루지 않는다. 아는 것도 많지 않은데 자칫 ‘문학비평’을 쓴 것으로 오해 받을까봐서다.

인권운동가 김희경의 ‘이상한 정상 가족’은 둘째 사유에 해당돼 여태 쓰지 않았다. 꽤 잘 나가는 듯한 출판사에서 출판돼 홍보가 충분히 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문재인 대통령이 저자에게 손수 격려편지를 보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이거 뭐지?’ 싶었다. 책을 읽어보기로 했다. 책을 읽고 났더니 ‘우리 사회에 이렇게 건강한 메시지를 던지는 책이 많이 읽혀 사회가 진보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란 생각이 들었다. 한 권이라도 더 읽히면 서평가로서 보람이 있을 책이었던 것이다.

이 책이 논하는 ‘정상 가족’은 ‘친부모와 친자녀’로 구성된 가족이다. ‘비정상 가족’은 그렇지 않은 가족이다. ‘이상한 정상 가족’은 말 그대로 정상 가족인데 좀 ‘이상한 상황’에 놓여있는 가족이다. 그 이상한 상황이란 ‘부모가 자녀를 독립적인 인격체로서 존중하는 것이 아니라 마치 자신들의 소유물처럼 여기는 상황’이다. 자녀를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 가두어 놓은 후 ‘가족=동일체’를 강조함으로써 심각한 부조리가 발생하는 상황이다. 그 부조리란 다름 아닌 ‘아동 학대’다. 학대에는 자녀를 독립 인격체로 존중하지 않는 마음, 문화, 질서, 압박, 체벌, 폭력 등이 모두 포함된다.

그러한 부조리의 뿌리는 몹시 깊다. 외국인과 소수자 차별, 아들과 딸의 차별, 남편과 아내 차별, 선비와 노비 차별, 사농공상(士農工商) 차별을 지나 장유유서(長幼有序)에 따른 어른과 아이의 차별까지 ‘공자’의 종교인 유교에 이른다. 2500년이 넘는 뿌리를 가진 ‘이상한 정상 가족’이 ‘정상 가족’이 되려면 앞으로 몇 년이 더 필요한 걸까!
이 책은 ‘꽃으로도 아이를 때리지 말라. 독립 인격체인 아이 스스로 자신의 인생을 결정케 하라. 그래야 우리 사회가 성숙한 인권 사회가 될 수 있다. 그때야 비로소 우리가 함께 하는 가족이 정상 가족이라 말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강하게 던진다. 이 ‘비정상’은 우리가 북유럽형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도 반드시 극복해야 한다. ‘비정상의 정상화’란 딱 이럴 때 쓰는 말이다. 지금 주로 남성의 여성에 대한 여러 성범죄를 피해자가 직접 폭로하는 ‘미투(me too) 운동’으로 나라가 뜨겁다.

◇이상한 정상 가족 /김희경 지음 /동아시아 펴냄 /1만5000원


ungaung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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