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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술한 관리 제주 게스트하우스, 살인사건으로 달라질까

숙박형태 정의‧관리규정 마련 필요…관계자‧부처간 간담회 촉구

(제주=뉴스1) 안서연 기자 | 2018-02-19 17:37 송고
지난 12일 제주시 구좌읍 한 게스트하우스에 폴리스라인이 설치돼 있다. 제주동부경찰서는 지난 11일 이 게스트하우스에 숙박했다 목이 졸려 살해된 20대 여성의 시신을 인근 폐가에서 발견했다. 경찰은 게스트하우스 관리인 B씨(33)를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추적 중이다.2018.2.12/뉴스1 © News1 이석형 기자
지난 12일 제주시 구좌읍 한 게스트하우스에 폴리스라인이 설치돼 있다. 제주동부경찰서는 지난 11일 이 게스트하우스에 숙박했다 목이 졸려 살해된 20대 여성의 시신을 인근 폐가에서 발견했다. 경찰은 게스트하우스 관리인 B씨(33)를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추적 중이다.2018.2.12/뉴스1 © News1 이석형 기자

“게스트하우스는 제주 여행 문화의 큰 부분이 됐는데 왜 여전히 별도 숙박업으로 인정하지 않는거죠?”
제주 게스트하우스 살인사건을 계기로 그동안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있던 게스트하우스를 둘러싼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백기웅씨(25) 등 제주대학교 학생 3명으로 구성된 마지노선팀은 지난해 제주도의 청년활동지원사업인 ‘청춘열기 왕왕작작프로젝트’에 참여해 6개월간 제주지역 ‘게스트하우스’ 실태조사에 나섰다.

나홀로 여행객들이 늘어나면서 게스트하우스가 새로운 숙박형태로 어엿하게 자리 잡았는데도, 별도의 숙박업으로 지정되지 않아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문제 의식에서 시작했다.

100개의 게스트하우스를 방문하고 200명에 이르는 스태프들과 인터뷰를 가진 이들은 운영자들의 방만 운영과 스태프들의 불합리한 노동 조건에 혀를 내둘렀다.
이들은 이같은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근본 원인으로 ‘제도적 미비’를 꼽았다.

도내 게스트하우스 대부분은 농어촌지역 주민들의 소득을 늘릴 목적으로 마련된 ‘농어촌민박’으로 등록돼 있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주소지만 농어촌으로 옮긴 운영자가 숙박업을 목적으로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이들의 지적이다.

휴양펜션이나 일반숙박업과 달리 공중위생법이나 관광진흥법을 적용받지 않는데다 허가제가 아닌 신고제여서 건축 연면적 230㎡ 미만 규정만 갖추면 개업이 가능해 우후죽순으로 증가하고 있다.

도에 따르면 2017년 6월30일 기준 도내 농어촌민박은 3156곳 1만356실에 달한다. 2013년 1444곳 5610실, 2014년 1698곳 6322실, 2015년 2357곳 8259실, 2016년 2850곳 9547실로 해마다 눈에 띄는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행정에서는 휴양펜션업이나 관광숙박업, 일반숙박업으로 신고한 업소에 대해서만 담당부서별로 관리할 뿐 농어촌민박업 사후관리는 사실상 손을 놓고 있었다.

백씨는 “농어촌민박은 운영자가 직접 거주해야만 하는데 많은 사장들이 이런 규정도 모른 채 별도 사업체쯤으로 인식하고 있다”며 “제주하면 떠오르는 게 게스트하우스가 됐을 정도로 여행문화의 큰 부분을 차지하게 됐는데 왜 여태 별도의 숙박업소로 인정하고 관리하지 않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게스트하우스는 이제 제주의 얼굴이 됐다”고 강조한 백씨는 “스태프들이 부당한 대우를 받고 손님들이 성범죄에 노출될 수 밖에 없었던 근본 원인은 게스트하우스가 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운영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게스트하우스를 새로운 숙박형태로 인정하고 제대로 된 정의와 함께 관리 규정이 마련돼야 한다”며 “이번 살인사건을 계기로 게스트하우스에 대한 대대적인 정비가 이뤄지길 바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게스트하우스 정의를 통해 등록 기준을 명확하게 하고, 등록이 이뤄진 곳에서만 스태프를 고용할 수 있도록 하고, 스태프는 한달을 일하더라도 숙박업소 관리에 대한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게 마지노선팀의 의견이다.

이들은 게스트하우스 관련 의견을 공유하기 위한 카카오톡 오픈채팅방까지 개설, 현재 139명 가량이 참여해 목소리를 내고 있다.

살인사건으로 인한 이미지 추락으로 손님이 뚝 떨어졌다고 호소하는 게스트하우스들은 파티를 아예 없애거나 파티를 하더라도 과도한 음주를 막기 위한 소등시간을 정하는 등 나름의 방안들을 강구하고 있다.

하지만 자구 노력만으로는 빠른 개선을 기대하기 어려워 게스트하우스와 관련 부처 가 간담회를 갖고 게스트하우스 문화 개선을 위한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asy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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