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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전용기, 이번엔 구매? 다시 임차?…"곧 결정해야"

현재 대한항공 소속 여객기 임차해 사용…사실상 전세기
노무현·MB정부 당시 도입 무산…구매가 임차보다 경제적

(서울=뉴스1) 김현 기자, 조규희 기자 | 2018-02-18 12:00 송고
대통령 전용기인 '공군 1호기'. 일명 '코드 원'으로 통한다. 2017.9.6/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대통령 전용기인 '공군 1호기'. 일명 '코드 원'으로 통한다. 2017.9.6/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평창동계올림픽 개최로 4대 메이저 국제 스포츠대회(하계올림픽, 동계올림픽, FIFA월드컵, 세계육상선수권)를 치른 나라가 된 대한민국의 국격이 높아짐에 따라 '대통령 전용기' 도입에 대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특히 현재 대한항공과 장기임차 계약으로 운영되고 있는 대통령 전용기의 임차 만료 기간이 2년 가량 밖에 남지 않아 국가안보의 핵심 설비인 대통령 전용기의 구매에 대한 여론이 다시금 높아질 전망이다.
그러나 정부는 물론 여야 모두 전용기 구매에 대한 당위성과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침체된 경제상황에 대한 정부의 눈치보기와 여야간 극심한 대립으로 인해 대통령 전용기 도입 여부가 정쟁에 휩싸일 가능성이 커 실제 대통령 전용기 구매가 이뤄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18일 청와대에 따르면, 우리나라 대통령 전용기는 '공군 1호기'로 부른다. 대통령 전용기의 항공교통 관제호출부호(CALL SIGN)인 '코드 원'으로 통한다. 현재 대통령 전용기는 보잉747-400(2001년식) 기종으로, 대한항공 소속 여객기를 빌려 쓰고 있다. 엄밀히 말해 '대통령 전용기'라기 보단 '대통령 전세기'인 셈이다.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0년 2월 대한항공과 5년간 1157억원에 장기 임차 계약을 맺고 그해 4월 첫 비행을 했다. 400석이 넘는 좌석을 200여 석으로 줄이고, 일반통신망과 위성통신망, 미사일 경보 및 방어장치를 장착했다. 미사일 방어장치 구축을 위해 300억원 정도가 별도 투입됐다고 한다. 박근혜정부 당시인 2014년 말 계약 만료에 따라 2020년 3월까지 5년간 1421억원에 재계약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 때까진 해외 장거리 순방시 대한항공 전세기를 이용했다가 김대중 전 대통령때 아시아나 전세기를 썼다. 노무현 전 대통령 재임 시에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소속 여객기를 교대로 이용했다가 이명박 대통령 시절부터 지금까지 대한항공 전세기를 사용하고 있다.

현재 우리가 운용하는 대통령 전용기는 1대 뿐이다. 국격이 높아지고 국력이 커지면서 대통령을 수행해야 할 참모진이 늘어나 전용기의 좌석 부족으로 청와대 참모진과 취재기자들이 별도의 민항기를 타고 대통령의 순방을 수행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은 정상의 해외 순방시 안보상의 이유 등으로 통상 2~3대의 전용기를 운영하고 있다.

대통령 전용기는 국가 안보를 위한 핵심 설비 중 하나로 꼽힌다. 군(軍) 통수권자인 대통령의 이동시 안전을 보장하고 유사시에는 전용기에 탑승한 채 군을 지휘하기 때문이다. 각국의 대통령 전용기 관련 예산이 국방 예산에 포함되는 것도 이런 연유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과 ASEAN(동남아국가연합) 정상회의 참석을 마치고 전용기로 귀국하던 도중 위성전화를 통해 청와대 국가위기관리센터로부터 포항 지진 발생에 대한 보고를 받고 각종 조치를 지시했다.

미국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원. © AFP=뉴스1
미국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원. © AFP=뉴스1

이른바 '에어포스 원'으로 유명한 미국 대통령의 전용기는 '하늘의 백악관'이라고 불릴 만큼 우리의 전용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성능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방한 당시 타고 온 전용기는 보잉 747-200B 여객기를 개조한 VC-25A로, 백악관 집무실에서처럼 비화(암호화) 통신과 화상회의 시스템을 갖췄고, 인터넷과 연결할 수 있는 시스템과 85회선의 전화선이 있어 트럼프 대통령이 즐겨하는 트위터도 사용 가능하다.

또 재급유 없이 1만3000여㎞를 비행할 수 있고 공중에서 지상으로 교신하는 위성통신 장비뿐 아니라 다양한 주파수로 세계 여러 나라와 통신할 수 있다. 대공미사일 회피 기능과 핵폭탄 폭발 시 발생하는 EMP(전자기파) 방해를 막는 장비도 탑재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한항공으로부터 임차한 대통령 전세기의 계약 기간 만료가 2년 앞으로 다가오면서 전용기 구매에 대한 논의가 재점화될 분위기다.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11월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노무현 정부와 이명박 정부에서 무산된 대통령 전용기 구매 문제를 현 정부에서 다시 검토할 것을 촉구했다. 당시 조 의원은 "2020년이면 대통령 전용기 임차계약이 만료된다"며 "입찰과 업체선정 1년, 실제 제작이 2~3년 걸릴 것을 고려하면 내년 상반기까지는 구매할지, 다시 임차할지 결론을 내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의 한 원내 핵심당직자는 이날 뉴스1과 통화에서 "지금 우리 국민들 중에서 대통령이 비행기를 빌려 쓰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 많지 않을 것"이라면서 "우리의 국격과 국력으로 보자면 이제는 대통령 전용기가 있어야 한다고 본다"고 야당과의 논의 가능성을 내비쳤다.

조 의원의 언급처럼 과거에도 전용기 도입 여부를 논의한 적 있었지만, 번번이 무산됐다.

참여정부 시절이던 2005년10월 노무현 전 대통령은 출입기자들과 산행에서 전두환 전 대통령 시절인 1985년 도입된 보잉737-300기종(40인승)의 당시 공군1호기(현 공군2호기)를 거론, "(사실상) 국내용이다. 미국과 유럽 등 멀리 정상외교를 가게 될 경우엔 1호기로 안 된다. 새로 장만하는 결정을 하게 되면 그게 적용되는 시기는 제 임기 중이 아니고, 아마 다음 대통령도 해당 없고 그 다음 대통령 때나 쓸 수 있을 것"이라고 도입 필요성을 거론했다.

이에 정부는 2006년 6월 전용기 구매 예산을 요청했지만, 당시 야당이던 한나라당(현 자유한국당)은 "전용기를 구입할 예산이 있으면 5만원 전기세를 못내 촛불을 켜고 사는 수많은 빈곤층에 따뜻한 눈길을 돌려야 한다"(이재오 당시 한나라당 원내대표)며 '경제 상황'을 이유로 전용기 구매 예산(착수비 300억원)을 전액 삭감하는 등 강력 반대했다. 2007년에도 착수비 150억원을 신청했지만 한나라당이 같은 이유로 삭감, 결국 노무현 정부에서의 전용기 도입은 무산됐다.

전용기 구입은 이명박 정부 첫해인 2008년 다시 추진됐다. 그러나 이번엔 민주당(현 더불어민주당)이 과거 한나라당과 같은 논리로 막아섰다. 이에 여당이 된 한나라당은 노무현 정부 때 전용기 구매를 반대했던 것에 대해 사과했고 이를 민주당이 받아들이면서 합의가 이뤄졌다. 하지만 보잉사와의 협상과정에서 가격차를 드러내며 전용기 구입시도는 또 다시 백지화됐다.

문재인정부의 청와대도 전용기 구매 필요성엔 공감하고 있지만, 어려운 경제 상황과 국민 여론 등을 고려해 먼저 말을 꺼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은 당시 조 의원의 지적에 "지난 6개월을 해 본 결과 워낙 중요한 문제라 생각한다. 안전뿐만 아니라 움직이는 그대로의 사무실"이라면서도 "중이 제 머리 깎기 참 어렵다. 국회에서 한 번 논의해주면 적극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지난해 11월 ASEAN(동남아국가연합) 정상회의 당시 필리핀의 한 공항에 중국(리커창 중국 총리)과 한국(문재인 대통령), 일본(아베 신조 일본 총리) 정상의  전용기가 나란히 서 있는 모습.© News1
지난해 11월 ASEAN(동남아국가연합) 정상회의 당시 필리핀의 한 공항에 중국(리커창 중국 총리)과 한국(문재인 대통령), 일본(아베 신조 일본 총리) 정상의  전용기가 나란히 서 있는 모습.© News1

다자회의 등 국제무대에선 대통령 전용기가 국격과 국력을 상징하면서 노후화된 우리 전용기가 논란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2011년 3월 아랍에미리트(UAE)로 향하던 전용기가 이륙한 지 약 1시간40분 만에 기체 진동과 소음으로 긴급 회항했다가 비상점검을 통해 객실 에어컨의 부속품 일부가 부서진 것을 발견, 급히 교체하고 출발한 바 있다. 추후 보잉사에 의뢰한 결과 출고 당시부터 작동 볼트 하나가 잘못 장착된 것으로 확인됐다.

2012년11월 당시 김황식 국무총리가 라오스에서 열린 아셈(아시아유럽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공군 2호기를 이용했다가 현지 공항에서 일본 총리의 전용기와 나란히 서 있는 모습이 노출돼 '굴욕'을 겪기도 했다.

현재 한반도 주변 선진국들은 대통령 전용기를 교체하고 있다. 미국은 1990년에 인도된 현재의 대통령 전용기가 노후화됨에 따라 지난 2015년 전용기를 최신의 보잉 747-8 기종 2대로 바꾸기로 결정했다.

교체 비용이 40억 달러(당시 환율기준 4조6000여억원)에 이르자,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이던 지난 2016년 구매 계약을 중단시켰고, 보잉사와 논의 끝에 지난해 8월 파산한 러시아 항공사로부터 해당 기종 2대를 사들이는 방식으로 교체비용을 낮춰 도입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미국은 현재 8대의 전용기를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본도 지난 1993년부터 우리의 전세기와 같은 보잉747-400 2대를 이용했으나, 오는 2019년부터는 최신형인 보잉 777-300ER 2대를 도입할 계획이다.

대통령 전용기의 구매와 임차 여부와 관련해 '구매'가 더 경제적이라는 분석도 적지 않다. 지난 2011년 한국국방연구원 용역 결과, 전용기 도입이 민항기 임차보다 비용과 안전성 등에 있어 더 타당성이 있다는 결론을 내렸고, 국회예산정책처도 향후 25년 경제성 비교시 전용기 구매가 장기 임차에 비해 4700여억원의 절감이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임차를 하더라도 새로운 기종으로 임차를 해야 하고, 구매로 방향을 바꾼다면 항공기 구매와 획득에 들어가는 시간을 감안할 때 올해 예산국회에서는 사업착수 예산 집행을 의결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gayunlov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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