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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화진칼럼]하버드는 왜 새 총장으로 바카우를 선택했나

(서울=뉴스1) 김화진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 | 2018-02-18 09:00 송고 | 2018-03-02 15:41 최종수정
김화진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 News1
하버드대학교가 지난 11일 제29대 총장을 선출했다. 터프츠대 총장을 지낸 로렌스 바카우(Lawrence Bacow) 박사다. 지난 11년간 학교를 이끌어 온 드류 파우스트 현 총장에 이어 오는 7월 1일 취임한다. 당초 오바마 전 대통령, 옐런 전 연방준비위원회 의장, 김 용 세계은행 총재 등 학계 밖의 많은 사람들이 하마평에 올랐지만 학계 인사로 결론났다.
모친이 아우슈비츠 강제수용소 생존자인 바카우는 MIT에서 경제학을 공부 한 후 하버드대 로스쿨을 졸업하고 하버드대 행정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MIT에서 24년간 환경정책 등을 가르치고 MIT 대학이사장을 지낸 후 터프츠대 총장으로 부임해서 10년간 학교를 이끌었다.

신임 총장의 선출 직후에 상세한 브리핑 기사가 교내 소식지(The Harvard Gazette)에 실렸다. 이 기사는 기자들이 총장의 선출에 직간접적인 정보를 가지고 있는 주요 인사들을 인터뷰한 것을 정리한 것이다. 자세히 뜯어보면 하버드가 왜 바카우로 낙점했는지를 엿볼 수 있고 이는 결국 하버드대가 미래에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고자 하는지를 알 수 있게 해 준다.

하버드대 총장선출위원회는 먼저 지금이 고등교육과 학술연구의 가치가 여러 방면에서 의심받고 있는 중차대한 시기라는 점을 인식했다. 이러한 시기에는 대학이 노련한 리더를 필요로 하며 그 리더는 전략적으로 사고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하고 전략을 엄중하게 집행할 수 있어야 한다. 나아가 자신의 대학이 보유하고 있는 역량과 문제를 잘 파악하고 대학과 모든 구성원, 사회 전체의 발전에 기여하고자 하는 열정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바카우는 그 최적임자라는 것이다.

바카우는 터프츠대 총장으로 재직하는 동안 학생들에게 다양한 기회의 지평을 넓혔다. 교육과 연구의 혁신을 도모했고 단과대학들과 학과들 간 연계와 협력을 증진시켰다. 대학이 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한 사람이기도 하다. 특히 학생들의 경력개발기회 확충 차원에서 장학금을 두 배로 늘리고 저소득층 학생들의 학자금 대출을 장학금으로 바꿨다. 공공분야와 비영리 분야에 진출하고자 하는 학생들을 위해서는 대출금 상환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학사 운영 측면에서는 학생들의 학부 시절 경험을 풍부하게 하고 국제화에 매진했다. 연구와 대학원 교육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사회의 변화에 부응하기 위해 8개 단과대학들 간 연계와 학제적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대학의 사회공헌을 위해 77개국 360개 대학들이 참여하는 국제 콘퍼런스를 발족시키기도 했다. 최근에는 온라인 교육을 포함한 대학 운영의 전략적 측면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해온 것으로 알려진다.

이런 업적들이 하버드가 바카우를 총장으로 선출하는 배경이 됐다. 총장선출위원회는 4000명이 넘는 학생들의 의견도 수렴했다.

물론 총장의 선출에는 객관적인 실적 외에도 오랜 세월 동안 관련되는 인사들과의 교류에서 축적된 개인적인 품성에 대한 탁월한 평가와 대인관계 등이 반영되었을 것이다. 특히 바카우는 2011년부터 하버드대학법인의 이사여서 현 총장뿐 아니라 대학 관계자들과 교분이 깊다. 총장 후보로 거론되기 시작하자 사퇴했다. 그러나 그런 요소들은 하버드대 뿐 아니라 모든 대학의 리더에게 반드시 요구되는 덕목이라 특별한 것이 아니다.

차기 총장에 선출된 후 바카우는 "내가 아는 하버드는 언제나 최소한 세 가지에는 양보가 없었다. 첫째, 진리의 추구, 둘째, 수월성의 숭상, 셋째, 기회의 제공이다"라고 강조했다. 물론 성별과 소수자를 배려하는 다양성의 확대에도 양보는 없다고 했다.

미국의 경우 대학 총장은 학문과 교육의 세계를 상징하고 학교와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는 지적 지도자형이었다가 점차 기금의 모금과 학교 행정에 전념하는 관리자형으로 변모되어 왔다. 가장 바람직한 총장상은 양자를 겸비한 인물일 것이다.

그러나 대학이라는 거대한 조직과 살림을 끌어가는 일은 만만치 않은 것이어서 양자 겸비는 쉽지 않다. 최근의 경향은 학문적으로 탁월한 학자가 특이하게도 행정과 모금에 흥미를 보이고 실적을 쌓은 경우 그런 인물을 초빙하는 것이다. 46세에 취임해서 66세가 된 20년간 학교를 이끌었던 예일대 레빈 전 총장이 좋은 사례다.

우리 대학들이 미국 대학들이 선호하는 총장상을 그대로 가져올 필요는 없다. 특히 우리 총장들에게는 4년이라는 길지 않은 임기가 있고 취임 준비기간도 짧아 '현업'에 즉시 투입될 수 있는 검증된 실천력이 요구된다. 또 고유의 '총장 흔들기'까지 견뎌내며 비전을 실현해야 하는 척박한 여건하에 있다. 그 역할과 인적 환경내의 역학관계가 복잡해서 미국 총장들보다 더 강력한 인내심과 포용력을 겸비해야 한다. 그런 준비가 없으면 바로 차기 후보군이 등장해버린다.

그러나 가장 앞서가는 대학이 차기 리더를 뽑을 때 어떤 방향을 채택했는지를 아는 것은 여전히 중요하다. 위에서 표출된 것들만으로 보면, 연구를 통한 진리의 추구나 연구와 교육에서의 수월성 추구 같은 영구적 중요성을 가지는 덕목들 외에 첫째, 학생에 대한 지원, 둘째, 학문간 연계와 통합, 셋째, 온라인 교육 등 교육 방법과 인프라에 대한 전략, 넷째, 대학의 사회공헌 같은 가치들이 중점적으로 고려된 것 같다. 우선순위 차이는 있을 수 있어도 우리에게도 다 중요한 것들이다. 서울대를 포함해서 차기 총장을 선출해야 하는 대학 구성원들이 참고하면 좋겠다.

※이 글은 뉴스1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tigerkang@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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