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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까지 동원…사진에서 영상으로 진화하는 '지인능욕'

지인 능욕 계정 점차 늘어…청와대 청원 12만명
국내 걸그룹 합성한 음란 영상 등장…경찰 "신고 중요"

(서울=뉴스1) 권혜정 기자 | 2018-02-17 14:00 송고
(텀블러 캡처) © News1
(텀블러 캡처) © News1


연예인은 물론 일반인의 사진을 음란물에 합성해 인터넷에 유포하는 '지인 능욕, 합성'이 근절은커녕 점차 발전하고 있다. 
'지인 능욕, 합성'은 음란 사진에 일반인이나 연예인의 얼굴을 합성, 이를 인터넷상에 공개·유포하는 신종 디지털 성범죄를 말한다. 트위터나 텀블러 등 소설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합성을 의뢰하면 의뢰를 받은 사람은 합성한 사진과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는 설명을 붙여 이를 인터넷에 유포한다. 

누군가에게는 여전히 생소한 '지인능욕'이지만 규모는 점차 커지고 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지난해 하반기 실시한 '음란·성매매 정보 중점 모니터링'에 따르면 적발된 494건 중 지인 능욕·합성이 291건으로 절반을 차지했다. 

통계 뿐만 아니라 실제 트위터와 텀블러 등 SNS에 '지인능욕'을 검색하자 수만개의 글이 등장했다. '지인 합성', '지인제보 부탁', '지인 합성, 능욕' 등 간판을 달고 합성 사진을 만드는 계정만 수백여개에 달했다.

한 텀블러 유저는 공지사항을 통해 지인능욕을 의뢰하기 위해서는 '당사자의 얼굴이 잘 보이는 사진 2장'과 나이와 이름 등 '간단한 프로필'이 필요하다고 공지했다. 의뢰는 대부분 카카오톡과 라인 등 SNS 채팅앱 등을 통해 이뤄지고 있었다. 
문제는 지인능욕 기법이 점차 진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미국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AI(인공지능)를 활용해 국내 걸그룹 얼굴을 실제 음란물에 합성시킨 가짜 영상이 올라왔다. 그동안 사진 합성에 그쳤던 지인능욕이 영상으로까지 진화한 것이다. 

이 영상은 누리꾼 '딥페이크(Deepfakes)'에 의해 미국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에 올라온 것으로 알려졌는데, 딥페이크라는 누리꾼은 지난해부터 할리우드 유명 여배우의 얼굴을 실제 포르노 배우의 몸과 합성한 영상을 꾸준히 개제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 영상은 딥페이크가 자체 개발한 AI로 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온라인에 게재된 여배우들의 얼굴 사진을 AI가 데이터화 시켜 음란물 속 배우 얼굴에 입히는 방식을 사용한 것이다. 

합성 사진을 넘어 영상까지 등장하자 우려하는 목소리는 점차 커지고 있다. 연예인을 넘어 일반인의 얼굴을 합성한 음란 영상이 유포될 날이 머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문제는 사진을 만들거나 유포하는 계정 대부분이 텀블러, 트위터로 해외 사이트를 기반으로 하고 있어 규제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자신을 평범한 고등학생이라고 밝힌 한 여성은 "내 얼굴을 야한 나체 사진에 합성한 사진과 내 신상이 텀블러와 트위터 등에 유포돼 있었다"며 "심각한 것은 트위터와 텀블러 등이 외국 소유라 우리나라 경찰에 신고해도 수사가 쉽지 않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 News1 방은영 디자이너
© News1 방은영 디자이너


문제가 심각해지자 일반 시민들까지도 합세했다. 한 시민은 청와대 청원 게시판을 통해 지인능욕의 유포를 처벌해달라는 청원 글을 올렸다. 지난해 11월30일 게시해 12월30일 마감된 이 청원에는 총 12만3000여명 이상이 참여했다. 청원인은 "일반인 여성을 비롯해 미성년자의 정상적인 사진이 '지인능욕'이라는 콘텐츠로 무분별하게 소비되고 있다"며 "해외 사이트라는 이유만으로 국가가 이러한 범법행위를 눈감아주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최근에는 '딥페이크'를 막아달라는 청원도 올라왔다. 청원글을 올린 이는 "인공지능이 딥러닝과 인터넷 빅테이터를 이용해 입력된 사람의 얼굴을 다른 영상에 합성하는 기술"이라고 소개하며 "이미 우리나라의 몇몇 연예인들도 그 피해자가 되었으며 국내 각종 커뮤니티에도 입소문이 퍼져 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온갖 성매매, 나체 합성 의뢰, 딥페이크 자료가 오가는 레딧과 텀블러로의 국내 출입을 금지하고 딥페이크 및 합성 사진 유통을 수사하는 것에 더 많은 경찰 인력과 예산이 투입돼야 한다"며 "딥페이크는 영상 속 얼굴 주인에게 수치심을 남기는, 그 자체로 엄연한 성범죄, 명예훼손"이라고 강조했다. 

이같은 현상과 관련해 경찰은 지속적으로 모니터링을 통한 단속을 하고 있다면서도 피해를 입은 이들의 신고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근 사이버 성폭력 수사팀을 신설하기도 한 경찰은 "단속을 통해 적발된 사례에는 단순 음란물 배포가 아니라 형량이 더 높은 명예훼손 혐의를 적용시키고 있다"며 "신고 없이 모니터링을 통해 적발될 경우에도 명예훼손 혐의를 적용한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미국의 경우 아동 음란물이 아닌 경우 합성사진에 대해 명예훼손 등으로 처벌하지 않는다며 "성인 음란물의 경우에는 표현의 자유라고 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은 연예인이 아닌 일반인 피해자의 경우, 일반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합성의 유무를 판단하기 쉽지 않다며 적극적인 신고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경찰은 "피해자 대부분이 여성이고 나이가 어리다 보니 신고 보다 대부분 숨기기에 급급하다"며 "합성 자체가 워낙 자연스럽기 때문에 제3자가 합성 유무를 알아채기는 쉽지 않아 신고가 첫번째"라고 강조했다. 


jung90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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