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선실세' 최순실 씨가 1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1심 선고공판을 마치고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 이날 법원은 최 씨에게 징역 20년과 벌금 180억원을 선고하고 72억여 원의 추징금을 명령했다. 2018.2.13/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
13일 '비선실세' 최순실씨에게 징역 20년과 벌금 180억원·추징금 72억원의 중형을 내린 '국정농단' 사건의 1심 재판부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한 항소심(2심) 재판부와 여러 면에서 핵심 쟁점에 대한 판단을 달리 했다. 이 부회장 2심 재판부는 최씨가 박근혜 전 대통령과 공모해 삼성으로부터 받은 뇌물을 최씨의 딸 정유라씨 승마지원 용역비인 36억3484만원으로 한정했다. 최씨 1심 재판부는 용역비 외에 삼성이 정씨에게 지원한 말 3마리(살시도·비타나 브이·라우싱) 구입비와 보험료 등 36억5943만원을 합해 모두 72억9735만원을 뇌물액으로 인정했다. 삼성이 지원한 말 소유권이 최씨에게 사실상 이전됐다고 판단한 것이다.
최씨 1심 재판부는 특히 최씨가 박원오 전 대한승마협회 전무에게 "말을 사준다고 했지, 언제 빌려준다고 했냐"며 화를 낸 2015년 11월 이후에는 말 소유권이 삼성에서 최씨에게로 넘어간 것으로 봤다. 마필 소유권이 가른 두 재판부의 상이한 뇌물액 판단은 이 부회장에 대한 대법원 재판 과정에서도 유·무죄 여부와 형량을 가르는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검이 '사초(史草) 수준'이라고 평가한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 업무 수첩의 증거능력도 다른 선고 결과가 나왔다. 이 부회장 항소심 재판부는 증거 능력을 인정하지 않았으나, 최씨 1심 재판부는 '간접 사실에 대한 정황증거'로서 인정했다. 박 전 대통령과 이 전 부회장 등 개별 면담자 사이의 단독 면담에서 수첩에 기재된 내용같은 대화가 있었다는 점을 인정할 간접증거로 받아들인 것이다.
이 부회장의 삼성 경영권 승계를 위한 부정청탁 여부에 대해선 두 재판부가 "인정할 수 없다"고 같은 판단을 내렸다. 특검은 "이 부회장이 삼성 경영권 승계라는 '포괄적 현안' 해결을 위해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후원금(16억2800만원), 미르·K스포츠재단 삼성그룹 출연금(204억 원) 등을 뇌물로 줬다"며 제3자 뇌물죄로 기소했다. 최씨 1심 재판부는 이와 관련해 이 부회장 항소심 재판부와 마찬가지로 "특검이 제출한 증거만으로 경영 승계 작업을 위해 개별 현안들이 추진됐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며 "포괄적 현안이라는 승계작업에 대해 명시적·묵시적 청탁이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동계영재센터 후원금과 미르·K재단 지원액을 모두 뇌물로 인정하지 않고 무죄로 선고했다. 재계에선 "이 부회장이 경영 승계를 위한 부정청탁 의혹은 어느 정도 벗게 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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