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1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1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안 전 수석은 박 전 대통령 등과 공모해 삼성 등 15개 전경련 회원사들에게 미르·K스포츠재단에 774억원을 출연하도록 강요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2018.2.13/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
'비선실세' 최순실씨(62)의 1심 재판부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59)의 업무수첩에 대한 증거 능력을 인정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는 13일 최씨와 안 전 수석,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에 대한 1심 선고공판에서 "업무수첩을 정황 증거로 사용하는 범위 내에서 증거능력이 있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안 전 수석의 업무수첩은 단독 면담에서 대통령과 개별 면담자 사이에 대화가 있었다는 점을 입증할 직접 진술 능력은 없다"면서도 "그런 대화가 있다는 간접사실을 입증할 정황 증거로서의 능력이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안 전 수석이 대통령이 단독 면담에서의 대화 내용을 불러줘서 받아적었다고 진술했다"며 "이는 대통령과 개별면담자 사이에 대화 내용을 추단할 간접사실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이는 안 전 수석 업무수첩의 증거 능력을 인정하고 제외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50)의 항소심 판단과 대비된다. 이 부회장 항소심 재판부는 "업무수첩 기재가 박 전 대통령이 안 전 수석에 지시한 내용,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대화를 입증하는 증거라면 원래 진술이 존재하는지 자체가 아니라 그 내용의 진실성이 문제되는 경우에 해당한다"며 "기재 사실이 진실성과 관계없는 간접사실에 대한 정황증거라 볼 순 없다"고 판단했다.
안 전 수석의 업무수첩을 박 전 대통령의 지시와 단독 면담 대화 존재 자체에 대한 정황 증거로 인정하려면 직접 증거로 사용할 수 없는 기재 내용을 증거로 사용할 수 있는데, 이럴 경우 우회적으로 진실성을 인정하는 증거로 사용된다는 취지다.
'안종범 수첩'은 박 전 대통령의 말을 빼곡히 적은 63권짜리로 '엘리엇 방어 대책'과 '금융지주', '승마', '빙상', 동계스포츠 양성' 등 박 전 대통령이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해 2년 동안 내린 지시가 날짜별로 적혔다.
때문에 수첩은 각종 국정농단 재판에서 핵심 증거로 채택돼 여러 피고인들의 혐의 입증에 '스모킹 건(결정적인 증거)'으로 쓰였다.
반면 이 부회장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를 받는 최씨의 재판부가 수첩의 증거능력을 그대로 인정하면서 수첩의 증거능력을 두고 논란이 더욱 불거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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