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가운데)이 지난 10일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문재인 대통령(펜스 부통령 오른쪽)과 함께 쇼트트랙 경기를 관람하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 AFP=뉴스1 |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조성된 남북한 간의 대화 분위기 속에 미국 정부의 대북 접근법에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는 관측이 잇따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과의 대화는 비핵화를 목표로 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에서 한 걸음을 물러나 '대화를 위한 대화' 가능성도 열어두기 시작하는 분위기가 하나둘 전해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는 12일(현지시간) 복수의 미 정부 고위 관계자를 인용, "최근 수 주간 내부 회의를 거치면서 대북 접근 전략이 바뀌었다"며 "한국과의 결속을 강화하면서 북한과는 '예비적 대화'(preliminary talks)를 할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내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은 이날 "(북한과의) 공식 협상에 앞서 당사자들이 진정 의미 있는 대화에 참여할 준비가 돼 있는지를 판단하기 위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앞서 미 정부 대표단을 이끌고 평창올림픽 개회식에 참석했던 마이크 펜스 부통령도 10일 귀국길 전용기 내에서 "그들(북한)이 대화를 원한다면 하겠다"고 말해 관심을 모았다.
WSJ는 이처럼 미 정부 주요 인사들이 잇달아 북한과의 대화 가능성을 거론한 배경엔 "북한과의 모든 접촉을 피할 경우 한국과의 관계가 껄끄러워지면서 결국 북한의 의도대로 상황이 전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물론 미 정부는 펜스 부통령과 틸러슨 장관의 '대화' 언급이 "'대북 압력'을 중단하겠다는 뜻은 아니다"는 점 또한 분명히 하고 있다.
펜스 부통령은 귀국 후 트위터를 통해 "북한에 관한 우리 정책엔 달라진 게 없다"며 "북한과의 대화 여부와는 관계없이 강력한 추가 제재가 곧 나올 것이다. 북한이 핵 프로그램을 포기할 때까지 '최대한의 압력'은 더 강화될 것이고, 모든 동맹국이 여기에 동의하고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그러나 WSJ는 '새로운 공식: 대북 압박+외교'란 제목의 별도 기사에서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과의 대화에 따른 보상으로서 제재를 완화해주거나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해주는 것을 반대할 뿐, 대화 자체를 반대하는 건 아니다"며 "어쨌든 (대북 외교에서) 완전히 새로운 국면이 시작됐다"고 진단했다.
WSJ는 평창 올림픽과 내달 패럴림픽 폐막 이후 △한·미 양국이 연례 합동군사훈련을 재개할지 여부와 △북한이 핵·미사일 시험 등 추가 도발을 감행할지 여부, 그리고 △남북대화가 실제 북·미 간 대화로 이어질지 여부를 향후 한반도 정세를 좌우할 핵심 변수들로 꼽았다.
블룸버그통신도 '대화는 결코 해를 끼치지 않는다'는 사설에서 △북핵 위기에 대한 군사적 해법이 마땅치 않고, △대북제재만으론 한계가 있다면서 "올림픽이 일시적으로나마 (한반도에) 잔잔함을 불러온 창문 역할을 한 만큼 이를 더 넓힐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블룸버그는 "미국과 북한 간 대화도 북핵 프로그램에 대한 전 세계적 압력과 함께 진행될 수 있고, 또 진행돼야 한다"고 주문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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