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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설 명절에 '날벼락'…GM '극적인 효과' 노렸나

군산공장 폐쇄, 1조원 생산액 증발…지역경제 '먹구름'
기습발표, 정부에 자금지원 압박 카드?…여론은 '싸늘'

(서울=뉴스1) 박기락 기자 | 2018-02-13 15:23 송고 | 2018-02-13 15:28 최종수정
한국지엠 군산공장 생산라인 가동이 중단된 지난 8일 전북 군산시 한국지엠 군산공장 정문이 닫혀 있다. 한국지엠 군산공장은 이날부터 4월 중순까지 두 달여 간 생산가동조절(TPS, Temporary Shut Down) 등의 이유로 가동을 중단키로 했다.2018.2.8/뉴스1 © News1 문요한 기자
한국지엠 군산공장 생산라인 가동이 중단된 지난 8일 전북 군산시 한국지엠 군산공장 정문이 닫혀 있다. 한국지엠 군산공장은 이날부터 4월 중순까지 두 달여 간 생산가동조절(TPS, Temporary Shut Down) 등의 이유로 가동을 중단키로 했다.2018.2.8/뉴스1 © News1 문요한 기자

설 명절을 앞두고 한국지엠(GM)이 군산공장 폐쇄를 결정하면서 우리나라 경제에 비상이 걸렸다. 연 1조원이 넘는 생산 규모(2016년 기준)의 군산공장 폐쇄 결정에 따라 지역 경제에 악영향은 물론 정부 일자리 대책에 적지 않은 타격이 될 전망이다.
한국지엠은 13일 사업구조조정의 일환으로 올 5월 군산공장을 폐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군산공장의 최근 3년간 가동률이 약 20%에 불과한데다 가동률이 계속 하락해 지속적인 공장 운영이 불가능한 상황에 이르렀다는 게 한국지엠 판단이다.

연간 25만대의 생산능력을 가진 군산공장은 2013년 수출량이 최고조에 달할 당시 가동률 100%를 넘어 27만대를 생산했지만 2016년 3만대 수준까지 급락했다. GM이 쉐보레 브랜드의 유럽 철수를 결정하면서 유럽 수출을 위한 전진기지였던 군산공장이 직격타를 맞은 것이다.

총 생산액도 2011년 5조6000억원에 달했지만 2016년 1조원까지 줄었다. 생산량이 줄면서 같은 기간 총 4300여명이 일했던 군산공장의 직원수도 지난해 2040명까지 줄었다.

◇군산공장 폐쇄 정부 압박용 카드?
군산공장은 한국지엠이 구조조정을 시작할 경우, 가장 먼저 칼날을 꺼내들 사업장으로 꼽혀왔다. 지난해부터 한 달 기준 조업일수가 10여일이 되지 않을 정도로 가동률이 떨어진 탓이다. 또 최근에는 판매 부진에 따른 재고 조정으로 1~2달간 가동 중단에 들어가는 경우도 잦았다.

일각에서는 본사인 GM이 정부에 자금지원을 요청하기 위한 압박용 카드로 갑작스럽게 군산공장 폐쇄를 결정한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최근 한국을 방문한 배리 앵글 GM 사장이 정부와 산업은행 측에 한국지엠의 경영 정상화를 위한 자금을 요청했지만 당국이 적극적으로 응하지 않자 공장 폐쇄라는 강수를 뒀다는 것이다.

또 공장 폐쇄 발표를 결정한 시점도 여러 가지 계산이 들어갔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온다. 평창 동계올림픽과 설 연휴를 앞둔 국가적인 축제 분위기 속에서 공장 폐쇄를 발표하면서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는 결과를 의도한 것 아니냐는 주장이다.

의도하던 의도하지 않았던 결과적으로 GM의 이번 결정은 큰 이슈를 낳았다. 그동안 한국지엠 문제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던 정부도 긴급회의를 열고 대책 마련을 논의하는 등 사태 수습에 나선 상태다.

여론도 GM의 갑작스러운 결정에 크게 동요하는 분위기다. '한국시장 철수'를 무기로 우리 정부에 공적 자금 투입을 압박하는 모양새의 GM에 반감을 드러내는 한편, 협력업체 등 수만명의 일자리가 위태롭게 된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가동 중단으로 적지 않은 타격을 입었던 군산 경제에 먹구름이 드리운 상태다. 2016년 기준 한국지엠 군산공장과 협력업체의 군산시 고용 비중은 22.6%에 해당한다. 군산공장에 납품하는 130여개 협력업체, 1만3000여명의 근로자가 일자리를 잃어버릴 위기에 처한 셈이다.  국정 운영의 최우선 과제를 일자리 마련에 뒀던 정부에게도 군산공장 폐쇄는 적지 않은 부담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향후 신차도 부평공장, 군산공장 영구 폐쇄 가닥

한국지엠 사측은 군산공장 폐쇄에 앞서 노조와의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에서 향후 한국지엠이 50만대 생산체제로 운영될 계획임을 밝혔다. GM으로부터 추가 수출물량을 확보해도 군산공장을 재가동할 계획이 없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한국지엠은 25만대의 생산능력을 가진 군산공장과 함께 40만대의 부평공장, 21만대의 창원공장까지 3개의 완성차 공장을 두고 있다. 추후 국내 공장에서 생산할 신차로 GM의 글로벌 전략형 소형 SVU가 거론되는데 현재 같은 세그먼트의 차종인 '트랙스'가 생산되는 공장은 부평 1공장이다.

이를 바꿔 말하면 GM으로부터 연간 20만대 수출 물량으로 배정받을 신차는 트랙스를 대체할 소형 SUV가 되며 군산공장은 영구적인 폐쇄가 불가피하다는 의미다.

사측의 이같은 결정에 노조는 크게 반발하고 있다. 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지엠지부는 군산공장 폐쇄 결정 직후 "폐쇄 결정은 그동안 군산공장 정상화에 대한 노조의 요구를 무시한 결과로 빚어진 적자경영에 대한 책임을 오로지 노동자들에게 전가시키는 행태"라며 사측을 강력하게 비난했다.

한편 정부도 군산공장 폐쇄 이후 실사를 진행하기로 하는 등 사태 수습에 나섰다. 군산공장 폐쇄 발표 직후 고형권 기획재정부 1차관 주재로 열린 관계부처 긴급 차관회의에서 정부는 "그간 정부는 관계기관 합동으로 한국지엠 관련 진행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정보를 공유해 왔다"며 "향후 한국지엠의 지난 수년간 경영상황을 명확히 파악하기 위해 객관적이고 투명한 실사를 진행할 수 있도록 산업은행이 지엠 측과 협의해 나갈 예정이다"고 밝혔다.


kiroc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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