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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 연극계도 '속앓이'…성폭력 의혹 유명 연출가 '쉬쉬'

공연 제작전 '성희롱 예방교육' 실시 등 재발방치책 마련 노력

(서울=뉴스1) 박정환 기자 | 2018-02-12 12:03 송고 | 2018-02-12 20:28 최종수정
이명행 배우 연극 '거미여인의 키스' 중도하차 관련 사과문 (출처 한엔터테인먼트 페이스북)© News1

유명 연극배우 이명행이 과거 성추행 논란으로 사과문을 내고 연극 '거미여인의 키스'에서 중도 하차한 가운데, 연극계에선 성폭력 논란을 일으킨 유명 연출가와 배우들의 참여나 출연을 내부적으로 금지한 것으로 확인됐다.

12일 공연계에 따르면 국립극단은 연극계를 대표하는 유명 연출가 A씨를 극단 직원들이 반대해 제작에 참여시키지 않고 있다. A씨가 과거 국립극단에서 공연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국립극단 직원에게 성폭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있어서다. 법조계에선 성폭력이 성추행과 성희롱 등을 모두 포괄하는 용어로 사용된다.

국립극단 직원들은 '공론화되는 것을 원치 않는' 피해자의 의견을 존중해 A씨를 국립극단 작품에서 참여시키지 않는 선에서 마무리 지었다. 이에 따라 연출가 A씨는 2015년을 마지막으로 국립극단 작업에 참여하지 못하고 있다.

연출가 A씨가 국립극단 작업에 참여하지 못하자, 한때 연극계에선 정치적 이유에서 출연과 지원을 배제한 '블랙리스트'가 작동된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왔지만, 국립극단은 피해자 보호를 위해 사건을 외부에 알리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민간 극장에서도 유사한 일이 있었다. 서울 종로구에 있는 한 대형 민간 극장은 지난해 기획 공연에 출연한 배우 B씨가 성폭력 가해를 한 것을 확인하고서 재발 방지에 나섰다. 극장 관계자는 "피해자가 이 사건이 공론화되는 것을 원치 않았다"며 "피해자가 만족하는 선에선 사건을 마무리지었다"고 밝혔다. 해당 배우 B씨는 2017년 9월 이후 해당 극장에서 출연하지 못하고 있다.

연극계에선 '출연금지' 조치가 미봉책에 불과하며 성폭력 사태를 고발하는 '미투'(#Metoo, 나도 말한다) 운동을 근본적으로 막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공연계 관계자는 "최근 유명 제작사 대표가 자신이 소유한 극장에서 막내 스태프를 무릎에 앉혀 키스를 요구한 사건이 있었으나, 추후 사과하면서 조용히 넘어간 일도 있었다"며 "피해자가 공연계를 떠날 각오를 하지 않는 이상엔 문제 제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혜화동1번지 6기동인 중 한 명인 송경화 연출은 "공연계에서 성폭력 논란은 과거부터 비일비재하게 들어왔다"며 "민감한 사안이라서 서지현 검사처럼 당사자가 아닌 상황에서 밝힐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당사자가 용기를 내 밝힌다면 그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문화재단 산하 남산예술센터는 공연 제작 과정에서 성폭력을 방지하기 위해 올해부터 교육을 강화하기로 결정했다. 우연 남산예술센터 극장장은 "올해부터 공동제작 협력극단별로 시행 '성희롱 예방교육'을 실시하는 것을 준비하고 있다"며 "지난해에는 여성민우회와 함게 분기별로 극단을 모아 교육했으나, 효과를 높이기 위해 공동제작에 참여하는 극단의 특성에 맞추는 방식으로 바꿨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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