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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초점] 김미화 MBC 중계가 뭇매 맞는 이유

(서울=뉴스1) 정유진 기자 | 2018-02-10 15:56 송고 | 2018-02-10 16:09 최종수정
김미화 SNS © News1
김미화 SNS © News1

처음부터 다소 생뚱맞게 느껴지는 캐스팅이었다. 물론 오랜 파업을 마치고 돌아온 MBC로서는 '블랙리스트' 올랐던 코미디언의 기용이 '달라진 MBC'를 보여줄 수 있는 매우 좋은 기회였을 수 있다. 하지만 시청자들의 생각은 달랐다. 적어도 국가적인 행사인 동계올림픽 개회식 중계 진행자에 대해서는 말이다.

김미화는 지난 9일 방송된 MBC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 생중계에 허승욱 스포츠 해설가, 박경추 캐스터와 함께 진행자로 나섰다.

MBC가 김미화를 진행자로 세운 이유는 스포츠인이 아닌 일반인의 시각을 대변하기 위함이다. 스포츠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하며 동계 올림픽에 조금 더 쉽게 접근해보자는 취지다.

88올림픽을 떠올리게 하는 굴렁쇠를 굴리며 등장한 김미화는 "개막식 중계가 감격스럽다. 평생에 이런 기회가 다시 올까 싶다"며 "시청자 입장에서 모르는 것은 물어보면서 재밌게 즐기겠다"고 각오를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시청자들은 개회식 방송 직후 김미화의 진행에 대해 "전문성이 부족하다"거나 "진행이 불안했다"며 부정적인 의견을 냈다. 논란이 될만한 말실수들이 있었고, 정치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하는 등 전반적으로 매끄럽지 못한 진행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예컨대 김미화는 개회식에 입장하는 아프리카 선수들을 향해 "눈 구경이라고는 못해봤을 것"이라고 말하며 올림픽 참여국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모습을 보였다. 그의 말에 허승욱 해설위원은 "남아프리카 공화국에 스키장이 있다. 아프리카도 스키를 탄다"고 대답하며 편견으로 남을 수 있는 부분을 정정했다.

정치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도 빈축을 샀다. "올림픽이 잘 안 되길 바라셨던 분들도 계실텐데 진짜 평창이 다 녹을 때까지 손을 들고 있어야 한다"고 하거나 남북한 선수단 입장 때 한반도기에 독도가 삭제된 것에 대해 "독도가 없는 한반도기다. 독도를 빼라고 한 IOC(국제올림픽위원회)의 결정이 있었다. 이게 사실은 정치적인 걸 배제하기 위해서 그랬다고 하는데 살짝 불만이 있다"고 이야기한 부분들이 그랬다. 

MBC와 김미화가 앞세웠던 '일반인의 시각'은 단순히 동계올림픽과 참여국가에 대한 기본적인 준비없이 방송을 하는 것은 아니었을 터다. 나아가 올림픽에 대한 지식이 전문가보다 다소 부족할 수 있더라도 진행자로서 지켜야 할 매너를 갖추는 게 필요했다는 것이 MBC 평창올림픽 개회식 중계를 본 이들의 중론이다.

더불어 자신의 생각이나 느낌을 직설적으로 전달하는 김미화의 '솔직함'은 때때로 방송 진행자의 미덕일 수 있으나, 시청자들에게 의미있는 '정보 전달'에 힘을 써야할 중계 방송에서는 격에 맞지 않는 군더더기가 될 수 있음을 알려주는 예가 됐다.
   
MBC는 10일 김미화의 진행에 대해 부정적 여론이 있는 것에 대해 뉴스1에 "확인하고 있는 단계다. 다른 입장 정리는 아직 없다. 방송이 나오면 여러가지 평가 있을 수 있으니 그런 부분들을 파악 중이다"라고 밝혔다. 

그간 '블랙리스트'로 마음고생을 한 김미화를 다시 한 번 지상파 방송에서 볼 수 있었던 것은 매우 반가운 일이었다. 하지만 어울리지 않는 방송의 선택이 독이 된 결과를 만든 것 같아 아쉬움이 남는다. MBC의 평창올림픽 중계방송은 7.7%로 동시간대 3사 중계 방송 중 3위를 기록했다.


eujene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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