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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미 시인, 원로시인 지목하며 "나도 당했다"…문단 반응은

"용기에 찬사" vs "한 문인이 곧바로 문단권력은 아냐"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2018-02-07 10:34 송고 | 2018-02-09 12:48 최종수정
최영미 시인./뉴스1 DB
최영미 시인./뉴스1 DB

최영미 시인(57)이 풍자시를 통해 문단의 한 원로시인을 성추행을 저지르는 '괴물'로 표현한 데 이어 방송 인터뷰에서도 "(성폭력의) 상습범"이라고 비판했다. 누리소통망(SNS)에는 "최 시인의 용기에 감사하다"며 누리꾼들과 문인들의 찬사가 이어졌다.
7일 문단에 따르면 최영미 시인은 잡지 '황해문화' 2017년 겨울호에 청탁을 받고 문단 뒤풀이 등에서 성추행을 저지르는 한 시인을 묘사한 시 ‘괴물’을 발표했다. 시는 'En선생 옆에 앉지 말라고/문단 초년생인 내게 K시인이 충고했다/젊은 여자만 보면 만지거든//K의 충고를 깜박 잊고 En선생 옆에 앉았다가/Me too/동생에게 빌린 실크 정장 상의가 구겨졌다'는 내용으로 시작해 문단 모임에서 겪은 성추행을 고발했다.  

이 시가 SNS를 통해 확산되면서 최 시인은 지난 6일 오후 JTBC 뉴스에 출연해 자신의 시에 대해 "처음에 어떤 자신의 경험이나 사실에 기반해서 쓰려고 하더라도 약간 과장되기도 하고 그래서 그 결과물로 나온 문학작품인 시는 현실과는 별개의 것이다. 현실하고 똑같이 매치시키면 곤란"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시에 언급된) 그는 상습범이다. 한두 번이 아니라 정말 여러 차례, 제가 문단 초기에 데뷔할 때 여러 차례 너무나 많은 성추행과 성희롱을 저희가 목격했고 혹은 제가 피해를 봤다"고 상당부분 사실에 입각한 시라고 주장했다. 

이어 "성적인 요구를 거절하면, 술자리든 아니든 간에 그것도 거절할 때도 세련되게 거절하지 못하고 좀 거칠게 거절하면 뒤에 그들(유명 남성문인들)은 복수를 한다"며 "메이저 문예 잡지의 편집위원들이 바로 그들인데 그들이 시 편집 회의를 하면서 그런 자신들의 요구를 거절한 그 여성 문인에게 시 청탁을 하지 않고, 작품집이 나와도 평 한 줄 써주지 않는다. (그렇게 되면)그녀는 작가로서의 생명이 거의 끝난다"고 설명했다.
"그렇게 해서 실제로 문단에서 인정받지 못하고 결국은 문단에서 자기의 위치를 점하지 못했던 여성 피해자들이 있는가"는 질문에 최 시인은 "여성 피해자들이 아주 많다. 특히 '독신'의 '젊은 여성들'이 타깃"이라고 대답했다. 

출처 ; 황해문화 2017년 겨울호
출처 ; 황해문화 2017년 겨울호

지난 4일 트위터 ‘문단-내-성폭력 아카이브’에 오른 시 '괴물'은 'En시인'이라고 표기된 인물에 대한 궁금증이 더해져 SNS와 언론 등으로 퍼져나갔다. 많은 언론과 누리꾼이 한 원로시인을 지목하자 해당 시인은 한 언론에 “30년 전 일이라 정확한 기억은 없지만, 당시 후배 문인을 격려한다는 취지에서 한 행동이 오늘날에 비추어 성희롱으로 규정된다면 잘못된 행동이라 생각하고 뉘우친다”고 입장을 밝혔다.

최영미 시인의 시와 인터뷰에 대한 문인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이혜미 시인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Metoo 는 시대의 모멸을 온몸으로 통과한 여성들의 숨비소리 같은 것"이라면서 "문단에 상습적인 성희롱과 여성 작가들에 대한 성적 대상화가 넘친다는 걸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나. 그것이 이제야 수면 위로 떠올랐을 뿐. 나는 #en시인 과 함께 방송을 진행하며 그의 여러 우스운 만행들을 접했고, 'en 주니어'들이 넘쳐나는 한국 문단에서 오래 성희롱을 겪어왔다"고 밝혔다. 

다만 한 개인(문인)을 곧바로 문단권력으로 치환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입장도 있었다. 공지영 소설가는 "검찰이나 이런 곳의 피해와 다르다. 문단은 모두 독립적인 구조다"고 자신의 페이스북에 썼다.

황정산 시인도 자신의 SNS에 "문단의 적폐라 할 수 있는 것에 대한 용기있는 고발에 경의를 표한다"면며 "하지만 사태를 너무 단순하게 설명해서 문단에 대한 오해를 하게 만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아울러 "성희롱성 발언과 행위가 많았던 것은 사실이지만 청탁과 작품조망이 모두 그와 관련있는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뛰어난 시인이 성희롱을 참지 못했다는 이유만으로 문단에서 사장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출처: 황정산 시인 페이스북(캡처)
출처: 황정산 시인 페이스북(캡처)



ungaung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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