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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브란스-세종병원, 똑같은 화재 결과는 '극과극'…이유는?

화재훈련하고 매뉴얼 숙지한 세브란스병원, 사상자 '0'
방화벽도 매뉴얼도 없는 밀양세종병원의 사상자 192명

(서울=뉴스1) 음상준 기자 | 2018-02-05 13:57 송고
© News1 최진모 디자이너
© News1 최진모 디자이너


연세대 세브란스병원과 밀양 세종병원이 똑같은 화재사고를 겪었지만 평소 화재교육과 매뉴얼에 얼마나 충실했느냐가 희비를 갈랐다. 각종 위험이 도사리는 병원들은 평소 위기관리를 어떻게 준비하느냐에 따라 환자들의 생사가 갈린다. 기본을 무시한 안전불감증이 언제든 대형참사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경고다.
지난 3일 오전 7시56분쯤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 본관 3층에서 불이 나 입원환자와 보호자 등 300여명이 긴급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경찰과 소방당국이 정밀감정을 벌인 결과, 병원 3층 푸드코트에 입점한 피자업소의 화덕에서 발생한 불씨가 환기배관 내부로 유입되면서 불이 번졌다. 평일보다 내원객이 적은 토요일 오전이었지만 조기에 불씨를 잡지 못했다면 대형 참사로 이어질뻔한 상황이었다.

세브란스병원이 조기에 불씨를 잡을 수 있었던 것은 스프링클러와 방화벽이 화재 직후에 정상적으로 작동했고, 직원들이 매뉴얼에 따라 환자와 보호자들을 신속히 대피시켰기 때문이다. 불이 난 당시 병원 병동에는 환자가 1100여명이 입원해 있었다. 화재경보가 울리자 병원 직원들은 숙지해온 매뉴얼에 따라 수백명의 환자와 보호자들을 안전한 곳으로 대피시켰다.

신촌에 위치한 세브란스병원과 치과대학병원은 지난해 13번의 오프라인 화재교육을 진행했다. 교육대상은 신입 교원부터 간호사, 의사, 약사, 일반직, 용업입점업체 등 병원 내 모든 종사자를 총망라했다. 여기에 사이버 온라인교육은 연중 이뤄졌다. 병원측은 화재점검도 법정점검 2회, 정기점검 7회, 수시점검은 4회 등 총 13회 진행했다.

입원환자 대피계획은 본관과 어린이병원, 재활병원, 심장혈관병원, 연세암병원, 안·이비인후과병원, 치과대학병원별로 수립해 직원들이 반복해 훈련했다. 세브란스병원은 화재사고를 발견한 즉시 소방서에 신고하고 각 병동별로 불을 끄고 환자를 대피시키는 자위소방대도 만들었다.

화재사고를 상정해 환자를 대피시키는 훈련을 진행 중인 세브란스 치과대학병원 직원들.© News1
화재사고를 상정해 환자를 대피시키는 훈련을 진행 중인 세브란스 치과대학병원 직원들.© News1

이런 신속한 대응에도 환자 8명이 화재연기를 마시는 2차 피해가 발생했지만 큰 후유증없이 병실과 집으로 돌아갔다. 옥상으로 대피한 50대 암환자 등 2명은 헬기를 타고 인근병원으로 이송됐다가 세브란스병원으로 되돌아왔다.
병원 관계자는 "화재가 일어나면 경보 발령부터 자위소방대 구성, 환자 대피 등 각종 위험상황을 상정해 훈련해왔다"며 "거동이 불편한 환자들을 안전한 곳으로 대피시키는 교육도 진행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화재로 사상자가 발생하지 않은 것은 다행"이라며 "화재교육과 매뉴얼을 더 정밀하게 점검하겠다"고 덧붙였다.

반면 193병상 규모의 밀양 세종병원은 면적이 작아 스프링클러를 의무적으로 설치하는 대상이 아니었다. 스프링클러는 뜨거운 열기가 상층부로 올라가는 굴뚝효과(연돌효과)를 막는데 효과적인 소방장비다. 불길이 번지는 것을 막는 방화벽 역시 없었다.

직원들이 일사불란하게 환자들을 대피시키는 매뉴얼도 존재하지 않아 거동이 불편한 고령의 환자들이 유독가스 마셔 숨지는 참사가 벌어졌다. 병원 3층 중환자실 환자 대부분이 한쪽 손목이 결박돼 있어 인명피해를 키웠다. 더욱이 의사 등 직원 3명마저 목숨을 잃은 것도 매뉴얼 부재의 뼈아픈 대목이다.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에 따르면 5일 현재 밀양병원 화재사고로 숨진 환자는 43명, 부상자는 149명으로 총사상자 수는 192명으로 집계됐다. 생명이 위독하거나 중상을 입은 부상자도 10명에 달한다. 추가 사망자를 예고하는 대목이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의 한 대학병원 교수는 "2018년에 화재로 환자들이 목숨을 잃은 것은 후진국형 인재로밖에 볼 수 없다"며 "병원감염에 버금가는 안전대책을 수립하고 화재 매뉴얼 보급을 중소병원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s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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