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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악을 말하다'…강원국제비엔날레 주목할 작품은

난민, 인종차별, 핵실험…세계 각국 58명 작가 참여

(서울=뉴스1) 여태경 기자 | 2018-02-04 12:08 송고 | 2018-02-04 12:13 최종수정
라파엘 고메스 바로스 'House Taken(집 점령)', 강원국제비엔날레2018.© News1

평창동계올림픽과 맞물려 개최된 강원국제비엔날레가 3일부터 '악의 사전'(The Dictionary of Evil)이라는 주제로 강원 강릉 녹색도시체험센터 일원에서 열리고 있다.

회화와 사진 등이 주로 전시된 A홀과 다양한 설치미술들이 무질서하게 배치된 B홀에서 23개국, 58명의 작가(팀)들의 수준 높은 작품을 볼 수 있다. 이번 비엔날레에는 미국, 영국, 일본, 중국, 스위스 뿐만 아니라 내전과 전쟁을 겪거나 겪고 있는 시리아, 레바논, 아프가니스탄, 콜롬비아, 카자흐스탄 등의 작가들이 110여점의 작품들을 내놨다.

A홀에 전시 중인 콜롬비아 작가 라파엘 고메스 바로스의 'House Taken(집 점령)'은 400여개의 개미조각상을 통해 오랜 내전으로 인해 갈라진 콜롬비아 사회를 반영하고 있다. 두개의 해골이 맞붙어 있는 형상으로 이뤄져 있는 개미는 우리 주변에 항상 있지만 제대로 인식되지 않는 존재를 상징하는 것으로, 실향과 강제이주, 전쟁 등으로 대량 유입된 이민자와 난민 문제를 상기시킨다.

멕시코에서 온 호아킨 세구라는 강대국을 상징하는 미국, 일본, 영국, 프랑스, 독일, 러시아 등 G8 국가들의 불탄 깃발을 전시해 강대국에 의해 국제 질서가 재편되는 것에 대해 경종을 울린다.

일본의 침↑폼, 겐지 구보타와 미국의 제이슨 웨이트 등이 참여한 다국적 팀 '돈 팔로우 더 윈드'(Don't Follow the Wind)는 후쿠시마 다이치 원전 사태로 인한 아무도 살지 않는 방사능 오염지역을 360도로 촬영한 비디오 작품이다. 후쿠시마에 거주해온 가족 3대가 직접 사용한 방석과 바구니 등으로 헤드셋을 제작했다.

지난해 간암으로 타계한 고(故) 박종필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들도 상영중이다. 이번 비엔날레에서는 대중교통과 장애인 이동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는 '장애인이동권투쟁보고서-버스를 타자'와 중증 장애인들을 위한 검정고시 야간학교 '노들야학'의 학습권을 담은 '노들바람', 국제통화기금(IMF) 시절 노숙자들의 삶을 다룬 '거리에서', 세월호 민간 잠수사가 등장하는 '잠수사' 등을 볼 수 있다.

아크람 자타리, 강원국제비엔날레2018.© News1

하딤 알리 'The Arrival(도착)', 강원국제비엔날레 2018.© News1

레바논의 미디어 아트 작가 아크람 자타리는 이스라엘에 수감된 아랍 정치범들의 사진을 재구성한 작품을 선보였다. 레바논 태생의 미국 작가 왈리드 라드와 아프카니스탄 출신의 하딤 알리의 작품들도 아크람 자타리의 작품과 함께 A홀에서 전시되고 있다.

하딤 알리는 많은 아프가니스탄 난민들이 허술한 배를 타고 유럽으로 향하다가 목숨을 잃는 현실을 태피스트리 작품에 담았다. 악마의 모습으로 표현된 난민들은 절대적 악을 상징하는 기독교적 악마가 아니라 사회적 약자가 악마가 되는 극단적인 위험한 상황을 표현했다.

카자흐스탄의 알마굴 멘리바예바는 40여년동안 군사, 과학 등의 목적으로 핵실험이 456차례 이뤄진 지역과 그 지역 거주민들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에게도 당연한 문제인 핵실험에 대한 메시지를 던진다.

한효석 작가의 '불평등의 균형'은 인종차별 문제를 파격적인 방식으로 다룬 작품이다. 그는 평택미군기지에 근무하는 흑인과 백인 군인의 신체를 그대로 본 떠 전시장에 나란히 매달았다. 작가는 백인의 신체를 본 뜬 조형물에는 흑색을, 흑인의 신체에는 백색을 칠해 인종차별이 갖고 있는 허구성에 대해 메시지를 던진다.

수십개의 수액이 달려 있는 김소장 실험실의 '혼성실험'과 김기라·김형규의 비디오설치 작업 '약속의 땅'도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스위스의 토마스 허쉬혼은 '픽셀 콜라주'에서 미디어에 의해 모자이크 처리되는 끔직하고 비참한 장면들은 그대로 두고 반대로 콜라주로 차용된 패션 이미지는 모자이크로 처리해 우리가 알아야 할 진실이 미디어에 의해 추상화 돼가고 있는 현실을 꼬집는다.

알마굴 멘리바예바의 'Kurchatov 22', 강원국제비엔날레2018.© News1

김영훈 'Tell me the truth', 강원국제비엔날레2018.© News1

A홀 옆에 이번 비엔날레를 위해 마련한 가설건축물 전시장 B홀에서는 심승욱, 김영훈, 리빈유안, 박계훈, 곤살로 마분다, 다닐 갈킨, 한사이포, 전제훈, 김승영, 신제현 등 29명(팀)의 만날 수 있다.

심승욱의 텍스트가 새겨진 8개의 금속 펜스와 중앙부의 확성기 탑으로 구성된 '안정화된 불안-8개의 이야기'는 빈곤과 분쟁, 환경문제 등과 관련된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김영훈은 좁고 긴 공간에 작은 복제 인간들을 반복적으로 설치해 이념과 국가 또는 실체를 알 수 없는 커다란 힘의 영역으로부터 지배당하는 인간에 대한 연민을 보여주고 있다.

모잠비크 작가 곤실로 마분다는 내전이 끝난 1992년에 수거한 살상무기들을 의인화해 16년간 이어진 끔찍했던 내전의 집단기억을 그려냈다. 아일랜드 작가 일레인 호이는 현재 벌어지고 있는 난민사태를 이야기 하기 위해 가상현실과 게임 테크놀로지를 융합시킨 설치 작품으로, 난민들이 느끼는 공포와 긴장감을 경험적으로 전달한다.

싱가포르 작가 한사이포의 '검은 숲'은 삼림 파괴가 우리 환경과 생태계에 미치는 심각한 영향에 대해 경고한다. 또 김승영의 폐스피커로 만든 '바벨타워', 크레인에 매달린 채 난민들의 식사를 나누는 신제현의 '해피밀' 등도 전시 중이다.

일레인 호이 '물의 무게'. 강원국제비엔날레2018.© News1

김승영 '바벨타워', 강원국제비엔날레2018.©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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