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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4차 산업혁명과 여성 인재 소프트웨어(SW) 교육

정민교 교수 서울여자대학교 SW중심대학지원사업단장

| 2018-02-06 10:00 송고
정민교 교수 서울여자대학교 SW중심대학지원사업단장
제4의 물결이라고 불리는 4차 산업혁명은 우리 삶에 무서운 속도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초연결, 초융합, 초지능 사회를 예고하며 인공지능, 로봇, VR/AR, 자율주행 자동차, 사물인터넷, 3D 프린팅 등과 같은 주요 기반기술이 우후죽순처럼 개발되고 있다.
이런 기반기술의 경쟁력은 다름 아닌 소프트웨어(SW)가 크게 좌우한다. 국제적으로 SW교육을 강화하기 위한 국가 수준의 정책이 활발하게 추진되는 현상은 SW교육의 중요성을 설득하기에 충분하다.

북유럽의 실리콘 밸리라고 불리는 에스토니아는 1992년부터 모든 초·중·고교에 SW과목을 도입하여 20여년 만에 SW강국으로 성장했다. 미국도 2016년부터 40억달러(약 4조원) 기금으로 조성된 프로젝트를 통해 유치원부터 고교까지 모든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SW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2015년 개정 교육과정>을 토대로 2018년부터 단계적으로 초등·중등학교에서 SW교육 실시, 2015년부터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SW중심대학 지원사업> 추진 등 SW인재를 육성하기 위한 정책들이 출범하였다.

그러나 4차 산업혁명시대에서 SW는 글로벌 리터러시(literacy, 문해력)로서 모든 학생들이 갖추어야 할 기초 역량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여성 인재들의 SW교육에 대한 보다 깊은 관심이 필요하다.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의 <SW여성인력 현황 비교 분석> 보고서(2016년 5월)에 따르면, SW직종에서 여성인력이 차지하는 비율은 세계적으로 낮다. 우리나라는 12.5%에 불과하여 미국(22.9%)이나 영국(19.1%)에 비해서도 더욱 낮은 실정이다.
여성과 SW는 양립하기 어려운 관계에 있는 것일까? SW 역사의 기록은 그 정반대임을 말해준다. 19세기 영국 낭만주의 시인인 바이런의 자녀이며, 세계 최초의 컴퓨터 프로그래머로 알려진 에이다(Ada Lovelace)는 여성이다. 또한, 프로그램에 '버그'라는 용어를 처음 도입하고 COBOL 언어 개발을 주도한 그레이스 호퍼(Grace Hopper)나 아폴로 11호의 비행 소프트웨어 개발책임자인 마거릿 해밀턴(Margaret Hamilton)도 여성이다.

과거 SW분야를 주도했던 인재들 가운데 뛰어난 여성들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왜 최근 여성들의 진출이 활발하지 못한 것일까?

그 문제에 대한 답은 SW 교육의 내용, 교수-학습 방법 등에서 찾아볼 수 있다. SW교육이 기술이나 이론에 초점을 맞추고 실생활 적용과 동떨어진 방식으로 전개될 때, 여성들의 분야가 아니라는 스테레오 타입적 인식을 높이고 여성 인재들의 흥미를 떨어뜨리는 경향이 있다.

SW분야에 대한 인식을 재정립하고 여성 인재의 관심을 유도할 수 있는 방안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여성의 학습 특성을 고려한 성인지적 SW교육의 중요성을 토대로 몇 가지 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SW 수업 방식의 개선이다. 여성들은 관계 지향적이어서 소통과 협력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특성에 부합하도록 수업 방식을 소그룹 중심 토론이나 문제해결식 수업으로 전환한다면 여성들의 수업 참여도와 수업 효과를 높일 수 있다.

둘째, SW교육 내용이 기술이나 이론 중심에서 실생활 중심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Java 과목 개편과 관련한 CMU(카네기 멜런 대학)의 연구에 의하면, 여학생들은 기술이나 이론 그 자체보다는 이것이 실제 생활에 어떻게 응용되는지에 더 관심이 많았다.

일례로, Java의 클래스 상속(class inheritance) 개념을 사람의 유전자 상속(gene inheritance) 개념을 사용하여 설명하거나, 실생활과 관련된 코드 예제를 제시할 경우 학습효과가 높았다는 것이다. 이런 연구 결과는 여성들의 관심과 흥미를 유발할 수 있는 방식으로 SW교육 내용이 재편될 필요가 있다는 것을 뒷받침한다. 

셋째, 최근 주목받고 있는 서비스 러닝(Service Learning)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타인을 보살피거나 약자를 돌보는 성향을 가진 여성의 정향성에 부합할 수 있도록 수업 시간에 배운 SW전공분야 지식을 지역사회의 디지털 소외계층을 위한 봉사와 연계될 수 있도록 한다면, 여학생들의 SW교육에 대한 관심과 보람 그리고 문제 해결력을 강화할 수 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여학생들의 SW에 대한 인식 개선 노력이다. 여학생들이 SW코딩을 어려워하는 현상의 기저에는 기계나 장비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자리잡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막연한 두려움은 어린 시절부터 형성되어 온 것이다. 초·중등 교육과정의 총체적 개선을 통해 여성 친화적 SW교육이 실시될 수 있는 기반을 형성하는 한편, 단기간에 걸친 여학생 대상 코딩집중 교육이나 개인 밀착 멘토링을 통해서 코딩에 대한 두려움 극복 및 자기 효능감 제고를 도모할 필요가 있다.   

4차 산업혁명, 지능정보화사회로 불리는 최근의 변화는 미래의 학습자들에게 SW는 그야말로 가장 필요한 핵심 역량이 될 것이라는 점을 절감하게 한다. 모든 학습자가 이제는 읽고, 쓰고, 셈하는 것처럼 SW 문해력을 함양하는 것은 개인의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이다.

따라서 그 동안 상대적으로 등한시 되었던 여성 인재의 SW교육에 대한 발상 전환은 비단 양적으로 부족한 여성 SW 인재를 추가로 확보한다는 차원에서 뿐만 아니라, 모든 학습자의 기본권을 보장한다는 차원에서 고민해야 할 문제임에 틀림없다.

여성 친화적 교육 내용과 방식을 토대로 한 SW교육이 적극 구현된다면 조만간 우리나라에서도 SW분야 기술 발전에 선구자적 역할을 수행하는 여성 SW전문가가 대거 등장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가져본다.


haezung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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