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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바이오 반년새 42조원대 M&A 러시…국내 기업엔 '그림의 떡'?

(서울=뉴스1) 이영성 기자 | 2018-01-29 07:50 송고
© News1 이은주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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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글로벌 대형 제약사들이 미국 바이오벤처와 대규모 인수합병(M&A) 행렬을 이어가고 있다. 탄탄한 자금력을 갖춘 글로벌 제약사는 벤처 인수로 새 기술 확보에 나설 수 있고, 벤처 입장에선 신약개발에 필요한 자금을 수혈할 수 있어 '윈윈 전략'이다. 하지만 국내 바이오벤처들에겐 아직 낮은 한국 브랜드 가치로 '그림의 떡'이란 지적이 나온다.

29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다국적제약사 사노피는 지난 22일 미국 바이오벤처 바이오베라티브를 116억달러(약 12조4000억원)에 인수키로 했다. 당뇨병치료제 명가인 사노피는 점차 경쟁이 심해지는 당뇨병시장을 넘어 바이오베라티브 인수로 혈우병치료제 시장에도 진출하게 됐다.

또 다국적제약사 세엘진은 지난 8일 미국 혈액암 치료제 개발사 임팩트 바이오메디슨즈를 70억달러(약 7조5000억원)에 사들였다. 같은 달 22일엔 신개념 항암제 계열인 '카티'(CAR-T)를 개발 중인 주노 테라퓨틱스를 90억달러(약 9조6000억원)에 인수키로 했다. 카티는 현존하는 최고의 혈액암 치료제이다. 타미플루 개발사로 잘 알려진 길리어드도 지난해 8월말 '카티' 계열 치료제 '예스카타'를 보유한 미국 바이오벤처 카이트파마를 119억달러(약 12조7000억원)에 사들였다.

이들 M&A 사례는 모두 최근 반년 새 일어난 것으로 그 규모만 42조원대에 달한다. 피인수된 벤처기업 모두 의료시장에 아직 획기적인 치료제가 없는 '항암 신약'을 개발하는 업체들이다. 또 미국에 기반을 둔 바이오벤처라는 점도 공통분모다.

해외기업과 비교해도 기술력이 달리지 않는 국내 바이오벤처들이 속속 나타나고 있지만 아직 국내 기업들이 이같은 기회를 잡는 게 쉽지 않은 실정이다. 신약개발 비용이 부족한 국내 벤처는 해외 대형기업으로의 M&A나 신약물질 기술수출, 공동개발 등에 적극적이지만 해외 M&A 러시에는 소외돼 있다. 기술력에 비해 낮은 인지도, 해외지사도 없는 인프라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범부처신약개발사업단 관계자는 "국내 벤처들의 기술력은 좋지만 해외에서 뜨는 기술이면 무조건 따라하는 형상이어서 해외 관심을 끌기엔 부족할 수 밖에 없다"면서 "완전히 새로운 신약개발에 주력해 신시장을 개척하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개최된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에 참석했던 국내 바이오벤처 관계자는 "해외기업으로부터 미국 지사가 없는 기업에 대해선 관심도 갖지 않는다는 말을 들었다"며 "생각보다 해외 진출 벽이 높다는 것을 절감했다"고 토로했다.

다만 최근 국내 바이오산업에 굵직한 실적이 나오기 시작하면서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미국의 한 바이오벤처 관계자는 "지난 2015년부터 한미약품이 사노피와 릴리, 제넨텍 등에 기술수출을 이어가면서 한국에도 좋은 기술력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됐다"며 "그 전까진 한국에 대해선 관심을 갖는 미국 기업이 거의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만 최근에는 조금씩 인식이 변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국내 바이오벤처에 대해 부쩍 높아진 관심은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에서 확인됐다. 세계 몇 안 되는 '유전자 가위'(크리스퍼 캐스9) 기술을 가진 국내 벤처 툴젠은 이번 행사에서 30여개 글로벌기업·투자자와 파트너링 미팅을 가졌다. 특히 해외 M&A가 '카티'(CAR-T) 계열 치료제 보유 경쟁으로 번지고 있는데, 툴젠은 최근 카티 개량신약도 개발에 나서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국내 분자진단업체 씨젠도 JP모건 콘퍼런스 헬스케어 초청을 받고 자사의 인공지능(AI) 기반의 분자진단 시약 개발 성공사례를 발표해 해외 바이어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앞으로 해외에서 바이오산업 주도권을 잡기 위해선 국가적으로 연구개발 지원은 물론 한국 바이오에 대한 홍보도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ly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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