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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에서 제천·밀양까지…고인들 뒤엔 항상 그들이 있었다

세월호·제천·밀양 분향소 운영…前 대통령 국가장도
합동분향소 이익 사실상 없어…"사회공헌 차원 운영"

(밀양=뉴스1) 최동현 기자, 권혜정 기자 | 2018-01-28 17:57 송고
27일 오전 경남 밀양시 문화체육회관에 마련된 밀양 세종병원 화재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에서 분향소 운영을 담당한 현진시닝 장례지도사들이 추모객을 안내하고 있다. 2018.1.27/뉴스1 © News1 성동훈 기자
27일 오전 경남 밀양시 문화체육회관에 마련된 밀양 세종병원 화재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에서 분향소 운영을 담당한 현진시닝 장례지도사들이 추모객을 안내하고 있다. 2018.1.27/뉴스1 © News1 성동훈 기자

경남 밀양시 세종병원 화재 참사로 희생된 38명의 넋을 위로하기 위해 추모객들의 발길이 전국에서 이어지는 가운데 합동분향소를 찾는 추모객들을 안내하며 있는 듯 없는 듯 원만하게 분양소를 운영 관리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늘색 제복을 입고 분향소의 동선을 따라 두 손을 가지런히 모은 채 추모객을 맞이하는 이들은 장례지원단 '현진시닝' 장례지도사들이다.

2014년 발생한 세월호 참사부터 지난해 12월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까지 각종 재난재해가 있을 때마다 합동분향소를 설치하고 운영해 온 이들은 밀양 화재 참사 합동분향소에서도 조용히 추모객을 맞이하고 있었다.

◇세월호부터 제천·밀양 분향소까지…3대 대통령 국장도

"세월호 희생자 합동분향소와 제천 화재 합동분향소를 운영했죠.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나 DJ, YS 국장도 담당했습니다"
지난 26일 밀양시 세종병원에서 발생한 화재로 38명이 숨지고 150명이 다치는 대형 참사가 발생하자 밀양시는 이튿날인 27일 오전 9시 삼전동 밀양문화체육회관에 합동분향소를 마련했다.

추모행렬이 이어질수록 분주해지는 손과 발이 있다. 밀양시의 요청을 받고 분향소를 설치한 현진시닝 장례지도사들이다.

국화 한 송이부터 고인의 영정사진과 위패를 모신 제단 설치까지 도맡은 이들은 조문객이 분향소를 방문할 때마다 헌화와 추모를 돕는 의전을 도왔다.

28일 밀양 화재 합동분향소에서 만난 서영선 현진시닝 이사(50)에 따르면 현진시닝은 2014년 발생한 세월호 참사를 추모하기 위해 안산 화랑유원지에 마련한 '세월호 희생자 합동분향소'부터 제천체육관에 설치된 '제천 화재 참사 합동분향소'까지 주요 국가 재난사고마다 분향소를 설치·운영해왔다.

서 이사는 "2009년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국민장부터 김대중 전 대통령의 국장, 2015년 김영삼 전 대통령의 국가장도 모두 현진시닝이 장례절차를 수행했다"며 "행정안전부와 국토부, 법무부 등 국가기관과 계약을 맺고 국가 재난에 따른 분향소 운영과 주요 국가장례 절차를 담당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독 현진시닝만 대형 참사 분향소와 국가장례절차를 담당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서 이사는 "한국의 장례문화는 대부분 개인장례에만 집중된 시스템"이라며 "참사급 재난 사고나 국가장과 같은 대형 장례시스템을 운영할 노하우를 가진 것은 아마 우리가 최초이자 유일할 것"이라고 자부했다.

실제로 밀양 참사 합동분향소도 밀양시의 요청으로 꾸려졌다. 밀양시의 한 관계자는 "현진시닝의 도움이 없었다면 하루 만에 분향소를 열지 못했을 것"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서 이사는 "지금도 제천 참사 분향소를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밀양 화재 참사 합동분향소까지 마련할 여력이 없었다"면서도 "분향소 설치 자문을 구하는 밀양시의 요청을 뿌리칠 수 없었다"고 귀띔했다.

서영선 현진시닝 이사가 28일 오전 경남 밀양시 문화체육관에 마련된 밀양 세종병원 화재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8.1.28/뉴스1 © News1 성동훈 기자
서영선 현진시닝 이사가 28일 오전 경남 밀양시 문화체육관에 마련된 밀양 세종병원 화재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8.1.28/뉴스1 © News1 성동훈 기자

◇최소 인건비만 받고 무료 운영…"슬픔 나누는 자세 필요해"

"이익은 거의 없어요. 사명감이 없으면 할 수 없는 일입니다. 유가족과 한마음이 된다는 마음이 필요하죠"

서 이사는 "국가 재난사고에 따른 합동분향소는 최저 인건비만 받을 뿐 사실상 무료로 운영하고 있다"고 전했다.

현진시닝의 주력 사업은 기업 간(B2B) 장례지원서비스다. 원래는 컵 등 1회용품을 만들어 판매하는 회사였다. 지난 1995년 국내 최초로 조사용품을 세트화해 공급하면서 토탈장례사업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1994년 설립 당시 회사명인 '현진상사'는 2006년 법인으로 전환하면서 지금의 '현진시닝'으로 명칭을 바꿨다.

현진시닝이라는 독특한 이름이 가지는 뜻이 궁금했다. '현진'(賢進)은 한자어 그대로 '참되게 나아간다'는 뜻을 담고있고, '시닝'은 영어로 SEENING으로 표기하는데 '과거를 기반으로 미래를 보는 통찰력'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했다.

서 이사는 "사내복지 차원으로 임직원의 장례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들과 계약을 맺고 인력과 일회용품, 근조기, 근조화환 등 기업 내 장례서비스와 의전을 주요 사업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규모가 큰 장례서비스와 의전 활동도 담당하기 때문에 분향소 사업에 대한 노하우도 가지고 있다"면서도 "일반 분향소에 설치되는 제단의 경우에도 미터당 300만원 상당의 비용을 받지만 세월호나 제천, 밀양 등 재난사고에 따른 합동분향소의 제단은 미터당 180만원 정도만 받고 있다"고 전했다.

분향소 운영과 지원에 투입되는 장례지도사 인건비 정도만 받을 뿐 다른 부대비용은 반값만 받거나 아예 무료로 제공한다는 설명이다.

서 이사는 또 "인력도 무료로 제공할 때가 많다"며 "다른 상조와 달리 업체에 대한 광고를 전혀 하지 않기 때문에 최소한의 비용으로 장례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운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합동분향소 운영을 '사회공헌'이라고 규정했다. 서 이사는 "이윤추구 논리로 합동분향소 사업에 접근한다면 (사업을 운영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재난사고로 가족을 잃은 유가족과 한마음이 돼 그 슬픔을 마주하는 마인드와 사명감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서 이사는 "과거 한국은 두레나 품앗이 등 이웃이 어려운 일을 겪을 때 십시일반 힘을 모으는 전통이 있었지만 핵가족화가 진행된 오늘날 사고의 슬픔은 온전히 개인의 몫"이라며 "장례라는 하나의 행사를 대리하는 사업이라면 남의 슬픔을 이익이 아닌 마음으로 접근한다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dongchoi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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