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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①]'감빵' 이규형 "신원호PD, 내 만취연기 보고 캐스팅… 감격"

(서울=뉴스1) 윤효정 기자 | 2018-01-28 14:55 송고
© News1 엘앤컴퍼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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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슬기로운 감빵생활’(극본 정보훈/연출 신원호)에서 이규형(35)은 두 개의 이름으로 불렸다. 해롱이와 한양이. 마약 흡연으로 감빵생활을 하게 된 유한양은 제정신일 때는 한양이로, 금단현상으로 정신이 온전하지 못할 때는 ‘해롱해롱댄다’고 해서 ‘해롱이’로 불렸다.

두 캐릭터를 오가는 반전이 시선을 집중시켰고 ‘난 고통을 느끼지 않지’를 외치며 같은 방 죄수들과 신경전을 벌일 때는 그 무모함이 웃음을 불러 일으켰다. ‘해롱해롱’대는 그의 꼿꼿하지 못한 자세와 말투가 어린 아이처럼 느껴질 법 했지만, 필요할 때마다 죄수들에게 적절한 ‘팩트폭력’ 조언을 남기는 등 여러모로 매력적인 캐릭터. 그는 2상 6방의 마스코트였다.
해롱이로 듬뿍 사랑을 받았고, 출소하자마자 다시 마약에 손을 대는 충격적 결말로 잊히지 않는 인물이 됐다. 2001년 영화 ‘신라의 달밤’을 시작으로 오래도록 연극, 뮤지컬 무대와 브라운관을 오가며 연기활동을 펼친 이규형은 지난해 tvN ‘비밀의 숲’에 이어 ‘슬기로운 감빵생활’로 자신의 얼굴을 만인에게 알린, 이규형과의 인터뷰다.

Q. 작품을 잘 마무리한 소감은.

“큰 사랑을 받아서 감사하다. 오디션까지 포함하면 11개월 정도 이 작품과 함께 했는데 보내려니 아쉽다. 내 캐릭터 결말에 충격을 받은 분들도 계시지만, 바람직한 결말이었다고 생각하고 감독님의 결정에 만족하고 있다. 범죄자를 미화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나 역시 해롱이가 출소하자마자 마약을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처음에는 많이 놀랐다. ‘그냥 다시 마약을 하는 건가’ 싶었다. 해롱이가 귀엽게 그려지기는 했지만, 마약을 하는 행위 자체는 절대 미화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초범이 재범이 되고 상습범이 된다고 하더라. 적절한 결말이었다고 본다.”
© News1 엘앤컴퍼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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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어떻게 합류하게 됐나.

“재작년(2016년) 가을, 겨울에 연극 ‘날 보러 와요’ 뮤지컬 ‘팬레터’ 등에 출연했다. 운이 좋았는지 신원호 PD가 그 공연을 연달아 봤다고 했다. ‘날 보러 와요’에서 나는 용의자였고, 만취해서 경찰서에서 난동을 피우는 장면이 있는데 그 모습에서 해롱이를 본 것 같다. ‘비밀의 숲’을 찍고 있을 때 오디션 연락을 받았고 , 두 번 정도 만난 후 합류했다. 그게 3월 즈음이다.”

Q. 기분은 어땠나.

“신기했다. 남의 이야기인줄 알았다. 유명감독이 공연을 보고 캐스팅을 한다는 것이 나의 이야기일줄 몰랐다. ‘신원호 감독이 나라는 사람의 존재를 안다고?’ 감사하고 신기했다.”

Q. 해롱이는 어려운 캐릭터다. 준비해야 할 것이 많았을 텐데.

“첫 오디션에서 ‘날 보러와요’ 속 연기를 한 번 보여달라고 하더라. 가볍게 했다. 조금 더 가보라고 하더라. 조금 더 갔고, 거기서 또 끝까지 가보라고 하더라. 끝까지 갔다. (웃음) 딱 그 상태에서 ‘귀엽게 할 수 있냐’고 했다. 약쟁이인데 귀엽다는 게 뭘까 싶었다. 나름 했더니 (제작진이) 좋아했다. 그리고 3주간 연락이 없었고 주변에서 오디션을 보러 간다는 사람들 이야기를 들었다. 그리고 두 번째 오디션을 봤는데 만난 지 5분? 정도에 ‘같이 합시다’는 말을 들었다. 감격스러웠고, 울 뻔 했다. (웃음)”

© News1 엘앤컴퍼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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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왜 이규형을 캐스팅했다고 하던가.

“술 취한 연기를 할 때 나만의 시그니처같은 톤이 나온다고 하더라. ‘흐응?’ 같은 것. (웃음) 연극을 보고 그 장면에서 신원호 감독 이우정 작가 둘만 ‘풉’하고 웃음이 터졌단다. 그 점이 해롱이랑 잘 맞는다고 생각한 것 같다.” 

Q. 애교 넘치는 말투는 어떻게 설정했나.

“모델은 따로 없었다. 고양이를 연상했다. 예전에 고양이를 키운 적이 있어서 알고 있었다.배우들은 연기 공부하면서 동물 묘사를 많이 한다. 해롱이의 어떤 부분은 화난 고양이처럼 표현했다. ‘으르렁’ 대는 장면이 그렇다.”

Q. 해롱이가 이렇게 사랑받을 줄 알았나.

“예상 못 했다. 솔직히 특이한 캐릭터로는 나오겠다 생각했다. 약쟁이에 동성애자이고 약을 먹으면 멀쩡해지고 약을 끊으면 해롱해롱한 것이 특이하잖나. 그런데 이 정도로 사랑을 받을 것이라고는 생각 못 했다.”

Q. 신원호 PD의 연출방식은 어떤가. 무엇이 특징이었나.

“수평적이고 권위적이지 않았다. 놀랄 정도다. 정웅인 선배도 정말 많은 작품을 한 배우이지 않나. 선배도 신원호 감독을 보고 놀랐다고 하더라. 가면이 아니고 실제로 좋은 사람이다. 상대가 배우이든, 스태프이든, 조단역이든 모든 이들에게 싫은 소리 없이 편하게 연기할 수 있게 해주는 사람이다.”

© News1 엘앤컴퍼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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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해롱이가 만든 장면들은 웃음이 많이 났다. 특히 기억에 남는 장면은.

“(문래동 카이스트와) 고추와 물파스 대결도 재미있었고 ‘고갈비’라고 놀릴 때, 니킥 맞을 때 다 기억에 남는다. 유대위와 초딩 싸움도 재미있었고, 지원이와의 키스신도 기억에 남는다. (웃음)”

Q. 이규형의 실제 성격은 어떤가. 해롱이처럼 귀여운 면도 있나.

“딱히 없다. 해롱이가 귀엽게 나올 수 있던 것은 내가 형들을 좋아해서 그런 것 같다. 나는 오히려 동생들이 더 어렵다. 최무성 선배, 호산이형, 해수형 등 원래 잘 알던 선배들이니 편하게 할 수 있었다. 내 성격은 조금 과묵하다고 할까. 사람들이 답답해할 때도 있다. (웃음) 그러다가도 친구들 만나면 재미있는 사람이 되고 그렇다.”

Q. 평소엔 뭘 하나.

“집에 있거나 쉬는 날 영화보는 것 좋아한다. (연애는) 여자친구는 없다. 어서 생겼으면 좋겠다. 쉽지가 않더라.”
  
Q. 오래도록 연기 생활을 했는데 단 한 작품으로 스타덤에 오른 것이 허무한 생각이 들진 않던가.

“아니다. 드라마 파급력이 굉장하다는 생각을 했다. 지금 내가 이렇게 많은 기자들을 만나서 인터뷰를 하고 있는 것도 예전에는 생각도 못 했던 일이다. 두 달 전후로 많은 것이 바뀌어서 놀랐다.”

(인터뷰②)로 이어집니다.
    


ich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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