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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율 100% 정보 엔진' 구현 성공…IBS 연구단

(대전ㆍ충남=뉴스1) 김태진 기자 | 2018-01-25 12:00 송고
연구진의 정보 엔진 실험 시스템과 맥스웰의 도깨비 비교© News1
연구진의 정보 엔진 실험 시스템과 맥스웰의 도깨비 비교© News1

기초과학연구원(IBS)은 첨단연성물질연구단 박혁규 연구위원(UNIST 자연과학부 교수)이 이끄는 연구진이 그간 불가능했던 효율 100%의 정보 엔진을 구현했다고 25일 밝혔다.
정보 엔진(information engine)은 정보를 일로 전환하는 장치다. 전통적인 열역학 법칙을 깨는 정보 엔진은 이전에도 존재했으나 ‘정보를 일로 전환한다’는 새로운 틀에서 완전한 효율을 달성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보 엔진은 ‘맥스웰의 도깨비’라는 물리학 개념에서 출발했다. '맥스웰의 도깨비'는 열역학 제2법칙인 ‘엔트로피(Entropy)는 감소하지 않는다’를 시험하기 위해 맥스웰이 고안한 사고 실험이다. 어떤 가상의 존재(도깨비)가 온도가 같은 두 방 사이에 앉아, 두 방문 사이에 오가는 기체 분자의 위치와 속도를 측정다고 가정한다. 이 도깨비는 문을 향해 다가오는 분자가 빠른지 느린지에 따라 문을 여닫는다. 이를 반복해 빠른 기체 분자와 느린 분자를 각각 다른 방에 모으면 두 방의 온도가 달라지고 결국 엔트로피가 감소한다.

전통적으로 엔진이 바꿀 수 있는 일의 양은 열역학 제2법칙에 의해 제한됐다. 그러나 '맥스웰 도깨비'가 제안된 후 과학자들은 도깨비가 분자의 위치와 속도 ‘정보’를 온도 차를 만드는 ‘일’로 바꾼다는 것을 증명했다. 이후 열역학 제2법칙을 뛰어 넘을 수 있는 정보 엔진의 개념이 등장했다. 정보 엔진은 맥스웰의 도깨비와 마찬가지로 정보를 이용하는 원리다. 자연스럽게 정보를 고려해 열역학 제2법칙이 새롭게 수정됐고, 최근에 과학자들은 실제로 정보 엔진을 만들었다. 과학자들은 정보 엔진의 효율을 높이려 계속 시도했지만 이전까지는 최대 75%에 지나지 않았다.

이번 연구의 핵심은 효율 100%의 정보 엔진을 실현했다는 데 있다. 연구진은 '정보'를 '일'로 전환할 수 있도록 주어진 온도에서 무작위한 방향으로 브라운운동을 하는 작은 입자를 레이저 집게로 가두고, 입자가 오른쪽으로 치우칠 때마다 레이저를 아주 조금씩 오른쪽으로 이동시켰다. 이를 반복하면 무작위 방향으로 운동하던 입자들을 밀지 않고도 한 방향으로 움직이게 만들 수 있다. 입자의 위치 정보를 이용해 오른쪽으로 입자들을 옮긴 것이다.
브라운운동(Brownian motion)은 미소 입자의 무작위 운동으로, 입자가 주변의 기체 혹은 액체분자와 충돌하기 때문에 일어난다.

레이저 집게는 집광된 레이저 빛의 가장자리에 위치한 작은 입자를 빛의 중심 방향으로 미는 힘이 존재하기 때문에 집광된 레이저 빛이 작은 입자를 가둔다, 입자가 매우 큰 에너지를 가져야 레이저 집게를 탈출할 수 있다.

입자의 위치 정보는 측정 레이저로 파악한다. 측정 레이저가 위치 정보를 측정하면 이를 연결된 컴퓨터가 판별하고 입자를 가둔 레이저 집게를 옮기는 순서다.

이 시스템은 1nm(나노미터, 1nm = 10억분의 1m) 단위로 입자 위치를 감지하고, 측정한 순간부터 20 마이크로 초(μ, 100만 분의 1초) 이내에 레이저를 이동한다. 정보를 수 나노미터, 수십 마이크로 초 단위의 정확도로 다룬 것이다.

제1 저자인 고빈드 파네루 연구위원은 “정보 엔진이 정보를 낭비하지 않는 이유는 입자 위치를 파악하고 레이저로 피드백을 주기까지 일련의 과정이 이상적인 수준으로 정확하고 빠르게 이뤄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맥스웰의 사고 실험에 이번 연구를 비교하면 다음과 같다. '맥스웰의 도깨비'는 입자의 위치와 속도를 측정하고 빠른지 느린지 판별한 다음, 가운데 있는 문을 연다. 연구진의 실험에서는 입자 위치를 컴퓨터가 측정, 판별해 조건에 맞으면 레이저를 이동시킨다. 컴퓨터가 이 실험의 도깨비 역할을 한 셈이다.

연구를 이끈 박혁규 연구위원은 “정보에서 일을 끌어낼 수 있다는 건 이론적으로나 실험적으로 증명된 바 있으나 실제 정보 엔진의 효율은 이론적으로 가능한 양에 훨씬 미치지 못했다”며 “이번 연구는 이용 가능한 정보를 100% 일로 변환한 엔진이라는 점에서 획기적”이라고 말했다.

이 원리를 이용한다면 나노로봇이 효율적으로 작동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연구 결과는 물리학 분야 최고 권위의 학술지 ‘피지컬 리뷰 레터스(Physical Review Letters)’ 1월 12일자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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