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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이 어떻게 이럴 수 있어요?"…가맹점주 울리는 농협 '한삼인'

특판 상품 인터넷·홈쇼핑서 판매…가맹점주 '죽을 맛'
본사 문제점 알면서도 용인…가맹점주, 공정위 고발 예고

(서울=뉴스1) 신건웅 기자 | 2018-01-23 06:00 송고 | 2018-01-23 14:11 최종수정
농협 홍삼정 매장용(좌)과 특판용(우)© News1
농협 홍삼정 매장용(좌)과 특판용(우)© News1

"본사가 어떻게 이럽니까. 가맹점은 다 죽어도 된다는 말이에요?"

22일 서울의 한 농협 한삼인 매장. 가맹점주는 연신 휴대폰으로 인터넷 쇼핑몰 화면을 보여주며 "이러면 누가 매장을 찾느냐?"고 울분을 토했다.
그의 휴대폰 화면에는 매장에서 판매 중인 것과 비슷한 한삼인 홍삼 제품들이 걸려 있었다. 대부분 홍삼 함량은 매장 제품보다 낮았지만 가격이 저렴하거나 용량이 컸다. 인터넷에선 매장에서 주력으로 판매하는 5만원짜리 제품과 유사한 상품이 절반에도 못 미치는 2만원에 판매되고 있었다.

가격 차이가 크다 보니 인터넷이나 홈쇼핑에서 제품을 본 고객들은 매장에서 홍삼 제품을 살 리 없었다. 가맹점주와 대화한 2시간여 동안 단 한 명의 고객도 매장을 찾지 않았다.

한숨을 푹 내쉰 가맹점주는 지금으로부터 약 6년 반 전인 2011년 한삼인 가맹사업을 시작했다. 당시만 해도 농협이 한삼인 브랜드를 적극적으로 홍보했고 매장 매출도 나쁘지 않았다.

문제는 본사가 가맹점주보다 '특판 업자(밴더)'를 더 신경 쓰면서 시작됐다. 특판 업자는 그동안 기업들이나 학교법인에 제품을 대량으로 판매해 왔다. 해당 상품은 매장에서 판매 중인 제품보다 홍삼 함량은 적지만 싼 가격을 내세워 인기를 끌었다.
특판 업자는 제품이 잘나가자 인터넷과 홈쇼핑, 신문 광고를 통해서도 판매했다. 낮은 가격을 경쟁력으로 내세웠다. 본사는 해당 사실을 알면서도 용인했다.

실제 매장 주력 상품인 '홍삼정스틱'과 '홍삼정스틱라이트'의 소비자 가격은 각각 9만6000원, 5만5000원이다. 반면 인터넷과 홈쇼핑 등을 통해 판매하는 '굿데이 홍삼스틱'은 1만9900원에 판매됐다. 다른 변형 상품들도 3만~4만원선으로 매장 가격보다 20% 이상 저렴했다.

홍삼 농축액 함량 차이는 있지만 그럴싸한 포장과 싼 가격에 가맹점을 찾는 고객 발길은 뚝 끊겼다. 가맹점 상품 옆에는 "저희 매장 제품은 홈쇼핑 인터넷 제품과는 품질과 용량이 다릅니다"라는 푯말이 붙어있지만 보는 사람은 없었다.

특판 업자의 인터넷·홈쇼핑·광고 활동이 늘어날수록 가맹점의 피해는 커졌다. 매출이 줄면서 문들 닫는 매장도 생겨났다. 2012년 말 210여개에 달하던 가맹점 수는 지난해 말 80여개로 급감했다.

한 가맹점주는 "특판 업자 상품은 싸고, 인터넷 검색하면 언제든 살 수 있으니까 고객들이 매장을 안 찾는다"며 "본사가 제정신이면 이런 부분에 대해 규제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지적했다. 실제 경쟁사인 KGC인삼공사는 특판 업자의 개인고객 판매를 철저하게 관리하고 있다.

그는 "가맹비까지 내고 가게를 열었지만 특판 업자에 본사가 몰아주기 하면 어느 누가 버틸 수 있겠냐"며 "본사 없이 가맹점이 있을 수 없지만 가맹점 없는 본사도 문제"라고 꼬집었다.

농협 한삼인 매장 상품(위)과 특판 업자 상품(아래) © News1
농협 한삼인 매장 상품(위)과 특판 업자 상품(아래) © News1

가맹점주들을 더 화나게 한 것은 본사 태도다. 문제 해결을 위해 수차례 본사에 항의했지만, 시간이 지나도 크게 달라진 것 없었다.

전국가맹점주협의회 관계자도 "본사를 찾아가 허정덕 한삼인 대표를 만났지만 '매번 해결할테니 기다려 달라'고만 했지 해결된 게 없었다"고 설명했다. 가맹점주들은 결국 공정거래위원회에 해당 내용을 신고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이에 대해 농협 한삼인 본사 관계자는 "문제점에 대해 인지하고 있으며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더 이상 특판 업자가 인터넷과 홈쇼핑 등에서 제품을 판매하지 못하도록 내용증명을 보냈다"고 답했다.

하지만 가맹점주는 농협 본사의 해명을 믿지 못하겠다는 반응이다. 한 가맹점주는 "본사는 매출을 유지하기 위해 특판 업자의 문제를 알면서도 그동안 용인해 왔다"며 "이번에도 잠깐 문제 해결에 나설 순 있겠지만 근본적으로 해결할 것으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비정상적인 유통구조를 고치고 공정한 게임을 하기 위해 이번 문제는 꼭 풀어야 하는 과제"라며 "본사와 가맹점이 잘 지낼 수 있도록 문제가 해결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k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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