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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어내려 탈출한 여관 투숙객 "화재 당시 경보기 안 울려"

소방시설 미비·노후건물 등 복합적 요인이 피해 키워
방화범 유모씨 종로경찰서 유치장 입감…질문엔 "…"

(서울=뉴스1) 윤다정 기자 | 2018-01-20 19:40 송고
20일 오전 서울 종로5가 여관 방화현장에서 경찰 과학수사대 대원들이 화재감식을 벌이고 있다. 2018.1.20/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20일 오전 서울 종로5가 여관 방화현장에서 경찰 과학수사대 대원들이 화재감식을 벌이고 있다. 2018.1.20/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20일 새벽 종로의 한 여관에 방화로 인해 불이 나 5명이 사망하고 5명이 다친 가운데, 화재 당시 여관 건물에 설치되어 있던 화재경보기가 울리지 않았다는 증언이 나왔다. 여관에 스프링클러 등 소방시설이 설치되지 않은 것은 물론 경보기도 제대로 동작되지 않은 것이 확인될 경우 인재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피해가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청계천 인근에서 직장 생활을 하면서 이 여관에서 1년 넘게 장기투숙을 하고 있던 최모씨(53)는 불이 나자마자 2층 창문에서 뛰어내려 탈출해 간신히 화를 면했다.

서울 시내의 한 병원에 입원해 있던 최씨는 취재진과의 전화통화에서 "오전 3시가 못 돼서 여관 주인과 남자가 싸우는 소리가 들려서 깼다"며 "오전 3시가 넘어 여관 주인이 '불이야'라고 소리치는 것을 들었을 때에는 방에 연기가 가득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1층에서 불이 시작된 탓에 최씨는 차마 출입구를 통해 밖으로 나갈 엄두를 내지 못했다. 방의 전등이 꺼지자마자 최씨는 여름용 티셔츠와 청바지만 간신히 입은채 2층 창문을 통해 바깥으로 뛰어내렸다. 이 과정에서 최씨는 양 발 뒤꿈치와 허리가 골절되는 등 중상을 입었다. 

지어진 지 오래된 해당 여관 건물에는 변변한 소방시설이 없는 것은 물론 그나마 설치돼 있던 화재경보기도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고 최씨는 설명했다. 최씨는 "건물 벽에 화재경보기가 붙어 있는 것 같았지만 울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처럼 소방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데 더해 건물이 좁고 노후화됐으며, 사람들이 잠든 새벽 시간에 피의자 유모씨(53)가 인화성 물질을 뿌리고 불을 지르는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하면서 인명피해가 커졌다.

순식간에 번진 불길을 잡기 위해 종업원과 인근 업주들까지 나서 소화기 14개를 이용해 진화에 나섰지만 소용이 없었다. 신고 이후 소방관들이 4분만에 투입됐음에도 완전히 진화되기까지는 1시간 가량이 걸렸다.

이날 참사로 인해 투숙객 김모씨(55)등 5명이 숨지고 박모씨(58) 등 5명이 중상을 입었다. 사상자 10명 중에는 3명의 장기투숙객이 포함돼 있었다. 최씨와 박씨 등 2명은 2년째 투숙 중인 장기 투숙객이었으며 1명은 사흘 전 장기투숙을 하기 위해 여관에 묵기 시작했다.

'달방'으로도 불리는 장기투숙은 보통 허름한 모텔이나 여관, 여인숙 등에서 객실 요금을 저렴하게 선불로 내고 일정 기간 묵는 형태를 말한다. 일용직 근로자 등 저소득층이 주로 장기투숙을 이용한다. 불이 난 여관의 장기투숙객들은 매월 45만원씩을 내거나, 여관 주인과 협상을 통해 가격을 조정하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숨진 투숙객 중에는 모녀로 추정되는 여성들도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 여관 105호에는 함께 묵고 있던 3명이 모두 목숨을 잃었다. 여관 주인 등의 진술에 따라 경찰은 이들이 가족이었을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한편 "내가 여관에 불을 질렀다"는 신고로 자수해 현행범으로 체포된 유씨는 현존건조물방화치사 혐의를 받고 있으며 경찰은 곧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유씨는 서울 종로경찰서 유치장으로 이동하던 중 기자들이 던진 물음에 울음소리만 내며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다.

20일 오후 서울 종로5가 여관 방화범 유모씨가 경찰조사를 받기 위해 혜화경찰서에서 압송돼 종로경찰서로 들어서고 있다. 이날 새벽 3시께 서울 종로구 종로5가의 한 여관에 유모씨가 불을 질러 5명이 숨졌다. 2018.1.20/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20일 오후 서울 종로5가 여관 방화범 유모씨가 경찰조사를 받기 위해 혜화경찰서에서 압송돼 종로경찰서로 들어서고 있다. 이날 새벽 3시께 서울 종로구 종로5가의 한 여관에 유모씨가 불을 질러 5명이 숨졌다. 2018.1.20/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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