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퀄컴 '특허우산' 접을까…공정위, 50조 M&A "이대론 안돼"

경쟁사에 배타적 특허정책 바꿔야

(세종=뉴스1) 최경환 기자 | 2018-01-18 12:01 송고 | 2018-01-18 13:53 최종수정
퀄컴. © 로이터=뉴스1
퀄컴. © 로이터=뉴스1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1조원대의 과징금 처분을 받고 소송 중인 '특허공룡' 퀄컴이 또다시 공정위와 맞붙었다. 470억달러, 우리 돈으로 50조원이 넘는 반도체 업계 사상 최대 인수합병(M&A)을 시도 중인 퀄컴에 대해 공정위가 18일 까다로운 이행조치를 요구했다. 

공정위는 이날 퀄컴의 NXP 인수 건에 대해 NXP가 보유한 NFC(근거리무선통신) 표준필수특허 및 시스템 특허를 제3자에 매각하도록 하는 등 4가지의 시정조치를 부과했다. 퀄컴은 시정조치를 이행해야 NXP의 지분을 인수할 수 있다. 

공정위의 시정조치는 그동안 퀄컴이 보여온 특허정책에 대한 공정위의 '시각'이 작용했다. 공정위는 퀄컴이 NXP를 인수할 경우 NFC 특허 라이선스 정책을 변경해 관련 시장의 경쟁을 제한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

퀄컴은 모바일 기기의 핵심 부품인 베이스밴드 칩셋의 시장지배력을 바탕으로 NXP의 기존 라이선스 정책을 변경할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특허정책에 있어 퀄컴과 NXP는 성향이 전혀 다르다. 퀄컴은 배타적인 '특허 우산'을 만들어 공격적인 마케팅을 하는데 비해 NXP는 경쟁사에도 라이선스를 제공하는 우호적 기업이다. 

이 기업이 퀄컴에 인수되면 NFC 특허 라이선스 정책이 변경될 가능성이 높다. 퀄컴은 자신이 보유한 모든 특허 포트폴리오를 모바일 기기 제조사에 대해 포괄적으로 라이선스하고 있기 때문이다. 

NFC 특허 라이선스 정책이 변경될 경우, 경쟁사에 대한 라이선스를 거절하고 자신의 NFC 칩 구매자에 대해서만 특허우산을 구축함으로써 경쟁사업자가 배제되고 진입장벽이 높아질 우려가 있다.  

NFC 칩 시장은 NXP가 시장지배자다. 2016년 매출액이 2억900만달러에 달하고 시장점유율은 74.6%다. 경쟁사인 삼성전자는 점유율 15.4%(4300만달러), 소니는 5.4%(1500만달러)에 불과하다. 퀄컴이 기존 정책대로 경쟁사에 표준특허를 제공하지 않으면 시장 경쟁의 판도가 바뀔 가능성이 높다. 

또 퀄컴의 기존 특허 포트폴리오에 NFC 특허가 포함됨으로써 로열티가 인상될 우려도 있다. 

© News1 최진모 디자이너
© News1 최진모 디자이너

이번 기업결합은 모바일 반도체 분야에서 강점을 보유하고 있는 퀄컴이 자동차, 보안 등의 분야에서 강점을 가지고 있는 NXP 인수를 통해 스마트카, 사물인터넷 등 새로운 분야로 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추진됐다.

퀄컴은 CDMA(70.2%), WCDMA(12.4%), LTE 베이스밴드 칩셋(56.4%) 시장에서 시장지배력을 보유하고 있다. NXP는 NFC 칩(74.6%), 보안요소 칩 및 보안요소 운영체제(69.1%) 시장에서 시장지배자다. 

퀄컴이 이번 공정위의 시정조치를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공정위가 의결서를 퀄컴측에 통보하면 퀄컴은 이 내용대로 이행한 뒤에야 기업결합을 완료할 수 있다. 

우리나라 공정위는 유럽연합(EU), 중국 규제당국과 긴밀히 협의했다. 퀄컴은 앞서 EU의 기업결합 심사과정에서 NFC 표준특허를 매입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우리나라 공정위는 퀄컴의 배타적 특허 정책을 포기할 것도 함께 요구하고 있다. NXP가 보유한 특허에 대해서는 경쟁사에 라이선스를 제공하도록 한 것이다. 

퀄컴은 앞서 불공정한 라이선스 운영을 이유로 공정위로부터 1조30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이동통신 표준기술에 대한 표준필수특허(SEP)를 독점하고 경쟁사와 휴대폰 제조사 등에 불공정한 라이선스 계약을 강요한 것이 이유다.

퀄컴은 이에 불복해 현재 공정위와 소송을 벌이고 있다. 이번 M&A 시정조치에도 공정위가 퀄컴의 불공정 행위를 문제삼고 있기 때문에 퀄컴이 공정위 시정조치를 받아들 수 있을지 주목된다. 

공정위 관계자는 "퀄컴의 특허 정책에 대한 시정조치는 기업결합 이후 그렇게 하지 말라는 것이기 때문에 특허권 사전 매각 조치와 성격은 다른 점이 있다"며 "소송 중인 사건이 있기 때문에 퀄컴에 부담은 되겠지만 피해가 즉각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 News1 이은주 디자이너<br /><br />
© News1 이은주 디자이너




kh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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