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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투자했다가 등록금 날렸어요"…대학생들 '아우성'

"정부 당국자의 무책임한 발언이 논란 키워" 지적도

(서울=뉴스1) 이진성 기자 | 2018-01-17 15:42 송고 | 2018-01-17 18:43 최종수정
© News1 방은영 디자이너
© News1 방은영 디자이너

#대학생인 이정남씨(가명·27)는 최근 비트코인에 700만원을 투자했다가 530만원을 잃었다. 이씨가 투자한 700만원에는 부모로부터 미리 받은 2018년도 대학등록금과 생활비 등 500만원과 과외로 번 200만원이 포함됐다. 이씨는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에 "다시는 비트코인을 하지 않겠다. 제발 학비를 보태달라"고 도움을 요청했다.

최근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자신의 계좌번호를 남기면서 입금을 요청하는 게시글이 끊임없이 올라오고 있다. 큰돈을 벌 수 있다는 믿음으로 대학 등록금 등을 가상화폐에 투자했다가 손해를 본 대학생들이 대부분이다. 
17일 커뮤니티 포털인 디시인사이드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등에 따르면 최근 하루에 수십건씩 대학 등록금을 잃었다는 게시글이 올라오고 있다. 대부분 최근 가상화폐 열풍이 불었을 때 투자한 대학생들로 학비 문제를 주로 토로했다.

이씨는 이달 초 원금의 수십배는 벌 수 있다는 지인의 소개로 가상화폐인 비트코인과 리플 등에 투자했다가 보름만에 원금의 75%를 날렸다. 투자 초기만 해도 지인의 말대로 어느정도 수익을 봤지만, 최근 정부 관계자들의 비트코인 규제 검토 발언이 이어지면서 수익이 손실로 바뀐 것이다.

서울에서 대학을 다니는 김선희씨(가명·25)는 복학을 앞두고 부모로부터 전셋값으로 받은 4000만원을 가상화폐에 투자했다가 2800만원을 잃었다. 그는 학비를 내고 나면 원룸 월세 보증금으로도 부족하다며 도움을 호소했다. 
이 같은 사례는 현재에도 커뮤니티 게시판과 SNS 등에 끊임없이 올라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책임없는 정부 고위 당국자들의 발언이 이 사태를 더욱 키웠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가상화폐로 손실을 봤다는 대학생들이 늘기 시작한 시점은 지난 11일 박상기 법무부 장관의 발언 이후다. 이날 박 장관은 "가상화폐 거래는 투자가 아닌 도박이다"며 "거래소 폐지 등의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박 장관의 폭탄발언이 있은 후 연일 오르던 가상화폐가 큰 폭으로 떨어졌다. 문제는 규제 방침이 확정되지 않은 시점에서 이러한 발언이 혼란만 부추겼다는 점이다.

실제 박 장관의 발언을 가상화폐 규제로 받아들인 투자자들이 청와대에 '규제반대' 청원을 넣었고, 불과 몇시간만에 청와대가 "결정된 것이 없다"고 한발 물러섰다. 이후 다시 투자자들이 몰린 상황에서 지난 16일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가상화폐에 대해서는 규제가 필요하다는 게 정부 입장"이라고 밝히면서 하루만에 비트코인 가격이 30%떨어지는 등 시장이 폭락장으로 변했고 이로인해 미처 준비를 못한 투자자의 손실이 불가피했다는 지적이다.

가상화폐로 등록금을 전부 잃었다는 한 대학생은 "지난주 청와대가 결정된 것이 없다고 밝히면서 저가에 살수 있는 기회라 생각해 친구들을 비롯해 많은 대학생들이 뒤늦게 가상화폐에 투자했다"며 "규제하겠다는 방침도 정해진게 없는 상황에서 고위 관계자들이 툭툭 발언을 뱉어내는 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손실을 각오하고 투자한 건 맞지만 정부라면 기본적으로 정확한 방침을 가지고 입장을 발표해야 혼란이 줄어들지 않겠냐"고 반문했다.


jin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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