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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인상에 아파트 58% 경비원 휴게시간 늘려

광주지역 109개 아파트 조사…임금인상 피해가기 꼼수
인원 줄어 늘어난 휴게시간이지만 쉬지 못하고 일해야

(광주=뉴스1) 남성진 기자 | 2018-01-16 17:40 송고 | 2018-01-16 17:50 최종수정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붙은 휴게시간 안내표. /뉴스1DB© News1 민경석 기자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붙은 휴게시간 안내표. /뉴스1DB© News1 민경석 기자

최저임금이 인상되면서 광주지역 상당수 아파트가 경비원들의 임금 인상을 막기 위해 휴게시간을 늘리는 꼼수를 부리는 것으로 조사됐다.

16일 광주시비정규직지원센터에 따르면 광주지역 109개 아파트 경비노동자 실태 조사결과 전체 아파트의 58%가 휴게시간을 연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휴게시간 연장이 '없었다'는 응답은 24%, 미정(아직 통지받지 못함)은 20%로 그 뒤를 이었다.

'미정'의 경우 입주민대표자회의 등 내부 절차를 남겨두고 있어서 휴게시간을 연장한 비율은 70%대에 육박할 것으로 센터는 내다봤다.

휴게시간이 연장된 아파트 중에서는 전년에 비해 '1시간 증가'가 62%로 가장 많았다. '30분 증가' 16%, '1시간 30분 증가' 14%였다. '2시간 증가'도 8%나 됐다.
휴게시간을 연장하지 않은 아파트단지 26곳을 분석한 결과 '300세대 미만' 단지가 43%, '300세대~500세대 미만'단지 22%, '500세대~1,000세대 미만' 단지 17%, '1000세대 이상' 단지 12%였다. 세대 수가 적은 아파트일수록 휴게시간을 늘리지 않은 비율이 높은 셈이다. 

경비노동자들의 임금은 시급으로 산정되는 데 매년 최저임금이 오를 때마다 휴게시간을 늘리는 게 관례처럼 됐다. 휴게시간은 임금산정에서 제외돼 최저임금 인상분을 상쇄시키는 효과를 발휘하기 때문이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인원 조정이 진행된 아파트는 3곳으로 2.75%에 불과했다. 이는 많은 아파트단지들이 몇 해 전부터 인원 감축을 해오다보니 더 이상 줄일 수 없는 형편이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정찬호 센터장은 "갈수록 열악해지는 경비노동자들이 근무 환경 개선을 위해 휴게시간 연장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과 입주민에 대한 계도활동 그리고 공동주택이라는 특성에 맞게 공공성을 강화할 수 있는 각종 대책마련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아파트 단지 청소하는 경비원 모습 ./뉴스1DB© News1 구윤성 기자
아파트 단지 청소하는 경비원 모습 ./뉴스1DB© News1 구윤성 기자

실제로 일선 아파트 현장에서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력 구조조정과 함께 휴게시간은 늘고 임금은 그대로인 곳이 많다.

올해 경비원을 절반 줄인 광주 북구 한 아파트 경비원 A씨는 "일이 두 배로 늘었고 휴게시간에도 쉬지를 못한다"며 "휴게시간에도 재활용 쓰레기가 가득 차면 비워야 해 온전히 쉰 적이 없다"고 토로했다.

15개동에 정문을 포함해 모두 16개 초소에 초소당 2명의 경비원이 있었지만 올해부터는 초소당 1명으로 줄었다. 격일제로 근무하다 보니 경비원 1명이 관리해야 하는 아파트 동도 1개에서 2개로 늘었다.

같은 아파트에서 일하는 B씨도 인원이 줄면서 일이 굉장히 힘들어졌다고 하소연했다.

B씨는 "건강 유지하고 자식들에게 손 안 벌리려고 일을 해왔는데, 이제는 못하겠다"며 "이번에 많은 눈이 왔을 때는 가까이 있는 창고 문이 고장 나 멀리 떨어진 창고까지 두개 동에 뿌릴 염화칼슘 다섯 포대를 가져왔는데 정말 힘들더라"고 말했다.

이어 "12~13년 전 이 일을 처음 할 때나 지금이나 받는 돈은 거의 그대로다"라며 "아직 이번 달 급여를 못 받아서 얼마나 오를지는 모르겠지만 일이 너무 힘들어졌다"고 한숨을 쉬었다.


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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