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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영역파괴]①색조화장품 파는 편의점vs간편식 파는 H&B숍

양보없는 영역 확장에 채널 간 경계 갈수록 모호해져
조심스러운 각 업계 "'상호보완' '틈새전략' 볼 수 있어"

(서울=뉴스1) 김민석 기자, 정혜민 기자 | 2018-01-13 07:00 송고 | 2018-01-13 12:48 최종수정
CJ올리브영 수유중앙점은 1층 전체를 식품으로 채운 식품특화매장이다. © News1 정혜민 기자
CJ올리브영 수유중앙점은 1층 전체를 식품으로 채운 식품특화매장이다. © News1 정혜민 기자

"1층이 모두 식품으로 채워진 걸 보니 확실히 편의점과 뷰티숍의 경계가 없어진 것 같습니다. 직장과 가까워서 과자를 사려고 자주 찾아요"

지난 9일 CJ올리브영 수유중앙점에서 만난 최가연씨(가명·20)의 말이다. 그는 "접근성이 좋아 올리브영에서 군것질거리를 자주 사게 된다"고 말했다. 수유역 인근에 살고 있는 김민영(가명·21)씨도 이날 젤리와 초코라떼 파우더를 샀다. 김씨는 "과자 종류가 많은데다 2층으로 올라가면 화장품도 살 수 있어 편리하다"고 말했다.
유통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면서 편의점과 헬스&뷰티(H&B)숍 간 경계가 점점 모호해지고 있다. 이같은 영역 파괴는 여대 인근 지역에서 먼저 나타나고 있다. 대학가는 소비 트렌드 변화에 민감해 대표적인 '테스트 베드'다.

헬스&뷰티숍(올리브영·왓슨스·롭스 등)은 매장 규모와 상권에 따라 △과자·음료 △간편 조리식품 △수입과자 등 식품 판매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

반면 CU와 GS25, 세븐일레븐 등 편의점 3사는 화장품 브랜드를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편의점 3사는 전국 3만6000여 개 매장을 바탕으로 새로운 화장품 유통 채널로 부상하고 있다. H&B숍과 편의점이 서로 상대방의 텃밭을 공격하고 있는 셈이다. 
◇편의점 색조브랜드 론칭에 H&B숍 한 층을 식품으로

올리브영은 성신여대·덕성여대·동덕여대가 주변에 있어 여성 자취생들이 밀집한 수유역 근처에 매장 1층 전체를 식음료와 건강기능식품으로 채웠다.

올리브영은 서울교대, 숙명여대와 각각 인접한 서초대로점과 숙대입구점도 식품특화 매장으로 운영하고 있다. 잘 팔린 상품의 경우 올리브영 다른 지점으로 판매를 확대하고 있다. 

헬스&뷰티숍 업계 2·3위인 왓슨스와 롭스도 대부분 매장에 스낵과 음료, 간편식을 진열하는 식음료 코너를 두고 있다. GS리테일은 지난해 2월 왓슨스코리아의 AS왓슨스 지분 50%를 사들여 단독 경영권을 확보한 후 편의점 GS25와 시너지를 내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헬스&뷰티숍 업계 관계자들은 편의점 사업에 진출한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헬스&뷰티숍의 주력 상품은 변함없이 화장품이며 헬스&뷰티숍과 편의점으로 명칭은 다르지만 '체인화 편의점'으로 분류된다. 두 곳 모두 같은 법과 제도의 적용을 받기 때문에 별다른 구분은 없는 상황이다. 

해외에서 시작된 드럭스토어는 약국을 포함하면서 화장품·식료품을 판매한다. 그러나 국내에선 70% 이상을 화장품과 생활용품으로 채우고 식품·건강기능식품을 곁들인 형태로 헬스&뷰티숍이란 이름으로 자리잡았다. 헬스&뷰티숍 매장 수는 지난해 말 기준 약 1300개 정도다.

업계 한 관계자는 "드럭스토어가 들어온 후 점차 약국을 포함하지 않는 방식을 취하면서 헬스&뷰티숍 시장을 형성했다"며 "이 이름은 마케팅 차원에서의 업태를 의미한다"고 말했다. 이어 "체인화 편의점이라는 큰 범주에서 같다"면서 "사업자와 소비자들의 혼동을 줄이기 위해 용어를 구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CU 전용 '홀리카홀리카 구데타마 콜라보레이션'(위) '에뛰드 미니 케어 시리즈'(중간) GS25 전용 색조브랜드 '토니모리 러비버디'(아래)© News1© News1

마찬가지 이유로 편의점들도 화장품 브랜드를 자유롭게 론칭하고 있다. BGF리테일의 CU는 일부 매장에 홀리카홀리카 브랜드 △아이섀도 △블러셔 △팩트 등 색조화장품을 판매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의 에뛰드하우스와 손잡고 '에뛰드 미니 케어 시리즈'도 론칭했다.

CU 덕성여대학생회관점의 경우엔 '에뛰드 미니 케어 시리즈'와 '홀리카홀리카 구데타마 콜라보레이션' '카카오프렌즈 립밤' 등 다양한 브랜드를 진열해 화장품편집숍 느낌을 냈다. 매장 뒤편으론 '파우더존(Powder Zone)'도 설치했다. 대학생들에게 밀접하게 다가가 편의점 화장품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심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CU는 최근 킹슬리벤처스·한국콜마·오스트인베스트먼트와 업무협약을 맺고 CU에 단독 론칭할 스타트업 화장품브랜드 발굴사업에도 돌입한 상태다.

앞서 롯데 코리아세븐의 세븐일레븐은 비씨엘(BCL)과 업무제휴를 맺고 10대~20대 여성을 겨냥한 색조브랜드 '0720'을, 글로벌브랜드 로레알의 '로레알 파리 맨' 시리즈를 론칭한 바 있다.

GS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GS25도 최근 토니모리와 손잡고 색조브랜드 '러비버디'를 론칭했다. 러비버디는 기초 피부톤을 정비하는 베이스 '톤업크림', 피부 색감을 정비하는 '올인원쿠션' 등 총 6종으로 구성됐다.

이마트의 자체상표(PL) 노브랜드는 지난해 8월 스마트쿠션 등을 통해 색조화장품 시장에 진출했다.© News1 김민석 기자
이마트의 자체상표(PL) 노브랜드는 지난해 8월 스마트쿠션 등을 통해 색조화장품 시장에 진출했다.© News1 김민석 기자

◇다이소·노브랜드, 식품에 색조화장품 다 팔며 가세

이마트의 자체상표(PL) 브랜드 '노브랜드'도 미백·주름개선·자외선차단 3중 기능성을 갖춘 쿠션팩트를 선보이며 색조화장품 시장에 진출했다. 노브랜드는 지난해 코스맥스와 손잡고 콤팩트형 쿠션 '수분가득 촉촉하게 스마트쿠션' 등을 비롯해 마스크팩·클렌징 크림·립밤 등 30여 종 화장품을 출시했다.

급성장 중인 생활용품숍 다이소 역시 최근 셀트리온스킨큐어와 협업해 화장품브랜드 론칭 대열에 합류했다. 다이소전용 브랜드 '위드피카'는 색조라인 14종과 기초 라인 11종 등 총 25종으로 구성됐다. 전국의 1200여개 다이소 매장에 순차적으로 입점한다.

다이소는 초기부터 매장 규모에 따라 △식음료 △신선식품 △간편식품 △식품첨가물(조미료) △채소·과일 △생활가전 등 4만~6만개 상품군을 아울러왔다.

이처럼 편의점과 헬스&뷰티숍뿐 아니라 다이소도 가세해 각 유통채널 간 경계가 무너지면서 시장 경쟁은 더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상품 구색이나 서비스 측면에서는 자연스럽게 경계가 조금씩 무뎌지고 있는 건 사실"이라며 "편의점의 경우 화장을 시작하는 연령대가 낮아지고 접근성이 좋아 새로운 화장품 구매 채널로 지속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헬스&뷰티숍이 소비자 접점을 늘리기 위해 매장을 대형화하고 식품을 확대하고 있다"며 "대형숍들이 늘어나면 근처 편의점 점주들에게 영향을 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한정된 시장에서 많은 사업자들이 치열한 경쟁을 펼쳐야 하는 현실이 반영된 게 아닐까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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