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지펀드들이 사상최대 규모의 유로 롱(매수) 포지션으로 새해를 시작했다.
시카고선물거래소(CFTC)에 따르면 지난 2일까지 한 주간 헤지펀드를 비롯한 투기적 플레이어들의 유로 순(net) 매수 포지션은 3만5000계약 증가한 12만7868계약을 기록했다. 금액 기준으로는 193억달러에 달하는 유로 강세 베팅이다.
이러한 유로 순 매수 포지션은 지난 2007년 5월의 11만9538계약을 뛰어넘는 사상최대 규모다.
경제 펀더멘털 개선과 투기적 유로 매수 베팅이 어우러져 지난주 유로-달러 환율은 장중 1.2089달러까지 올랐다. 9월 고점(1.2092달러)의 목전까지 다가선 것이다.
이 물살을 타고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올해 유로 전망치를 상향하기도 했다. 도이체방크의 FX 애널리스트들의 경우 올 연말 유로-달러 전망치를 1.30달로 상향했다. 유로존으로 자금유입이 늘어날 것이라는 판단에 기반했다.
다만, 투기적 유로 롱 포지션이 이렇게 확대된 상황에서 다음 질문은 `과연 유로의 상승 모멘텀이 지속될 수 있을 것인가`이다.
8일 유로-달러 환율은 이틀 연속 내리며 1.20달러 선을 하회하고 있다. 최근 유로 달러 흐름은 새로운 호재(순풍) 없이는 상당기간 이 레벨 위를 머무는 게 쉽지 않다는 것을 시사한다.
트레이더들은 연준이 공격적인 긴축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는데 베팅하고 있다. 동시에 ECB가 과연 언제까지 마이너스 금리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인지 의심한다. 유로존의 성장세가 양호하고, 유가(물가상승 압력을 키울 요소)가 3년래 최고 수준에 달한 상황이라 특히 그렇게 판단하는 것 같다.
그러나 최근 유로 강세를 보면서, 쌓여 가는 투기적 유로 롱 포지션을 보면서, ECB의 딜레마도 커질 듯 하다. 유로 강세 때문에, ECB의 정책 이사들은 통화정책 정상화 속도에 대해 재고를 거듭할 것 같다.
더구나 지난달(12월) 유로존의 물가 상승률은 1.4%에 머물러 ECB의 정책 목표(중장기적으로 2%를 소폭 하회하는 선)에 여전히 많이 못미치고 있다. 여기에다 지난 1년간 14%나 절상된 유로 가치는 유가상승과 경기 확장에 따른 물가 압력을 억누르는데 일조할 것이다.
지난 2007년으로 돌아가 보자. 그해 5월까지 투기적 플레이어들은 유로 순 매수 포지션을 한껏 늘린 뒤 그들의 포지션을 되감았다. 그리고 거의 1년간 유로 순 매도(숏) 포지션으로 돌아선 채로 있었다.
다만 당시 유로-달러 환율이 이들의 포지션 변화와 일치하진 않았다. 유로 순 매수 포지션이 정점에 달했던 2007년 5월, 유로-달러 환율은 1.35달러를 기록한 뒤 이듬해 4월에는 1.60달러까지 올랐었다.
이번에도 이와 유사한 패턴이 반복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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