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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허들 넘는데 2년 걸렸어요…없는 규제도 만들어"

[규제개혁 없이 혁신성장 없다④]이지혜 에임 대표

(서울=뉴스1) 차윤주 기자 | 2018-01-22 07:30 송고
이지혜 에임 대표( © News1
이지혜 에임 대표( © News1

"6개월이면 될 줄 알았는데 2년 6개월이 걸렸네요."

최근 서비스를 시작한 로보어드바이저(robo-advisor) '에임'(AIM)의 이지혜 대표의 말이다. 얼굴에는 만감이 교차하는 듯했다.

로보어드바이저는 로봇(robot)과 자문(advisor)을 합친 말로 빅데이터 분석과 알고리즘을 활용해 투자자 성향에 맞는 자산을 자문·운용하는 서비스다. 최소 투자금만 수억원에 달해 고액 자산가들만의 리그였던 기존 자산관리와 달리, 누구나 가진 만큼 최소한의 수수료를 내고 안정적인 수익을 얻는 '금융 민주화 서비스'로 주목받고 있다. 

이 대표는 뉴욕 월가에서도 귀하다는 '퀀트(계량분석) 트레이더'로 10년 넘게 일하며 미국 로보어드바이저 기업 '배터먼트'의 성공을 목격했다. 1000억달러 넘는 돈을 굴리면서도 업(業)의 가치를 고민하던 그는 투자 대중화 시대를 열겠다는 각오로 모국에 돌아와 창업에 나섰다.
 
이미 알고리즘 개발을 끝낸 터라 반년이면 서비스할 줄 알았다. 그런데 2년이 훨씬 넘게 걸렸다. '규제 허들'을 넘는데 시간을 다 허비했던 것이다. 이 대표는 "그때까지 아무런 규제도 없었는데 우리가 서비스를 한다고 나서자, 대형증권사들이 가로막고 나섰다"면서 "고객을 만나 서명을 받아야 한다는 유권해석을 받아 우리가 진입하지 못하도록 장벽을 친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이 대표는 "이전에 없던 '비대면 일임 계약'이라는 말이 등장했다"면서 "정부가 비대면 금지 규제를 풀어주겠다고 했지만 마냥 기다릴 수 없어 우리는 사업모델을 바꿀 수밖에 없었다"고 털어놨다. 실제로 금융위원회는 2년째 비대면 금지 규제를 못풀고 있다.

결국 사업모델을 바꿔 '비대면 금지 규제' 허들을 넘은 에임은 이후에도 규제허들을 계속해서 넘어야 했다. 이 대표는 "투자자문업은 등록제지만 사실상 허가제"라며 "등록서류를 내기전에 사전심사를 통과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석달이면 라이센스를 받겠지 했던 게 순진한 생각이었다"며 "사전심사와 등록서류 제출 등을 거치는데 8개월이 걸렸다"고 했다.
 
스타트업을 하면서 그 모든 과정을 거친 이 대표는 "우리나라는 정부가 모든 것을 컨트롤하고 싶어한다"면서 "실무적으로 들어가면 규제가 정말 세밀하다는 것을 느낀다"고 머리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미국에서 '배터먼트'가 사업을 시작할 때 당국이 규제보다 도움을 줬던 상황과 상당히 비교된다고 했다. 이 대표는 "신사업을 키워주는게 정부의 존재 이유 아닌가"라고 반문한다.

지금까지 약 17억원을 투자받은 에임은 고객의 자산 25억원을 굴리며 연 10%대의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이 대표는 "내년까지 자산 1조원을 굴리는 게 목표"라며 "고객들의 반응을 보면 충분히 달성가능한 목표라고 생각한다"고 자신했다.

© News1 최진모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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