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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트럼프 '핵단추' 진실은?…"단추 아니라 가방"

서류가방 '풋볼'과 암호카드 '비스킷'으로 핵공격
백악관 "트럼프 핵공격 절차 매우 잘 알아"

(서울=뉴스1) 김혜지 기자 | 2018-01-04 11:08 송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AFP=뉴스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AFP=뉴스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것보다 더 크고 강하다"고 큰소리친 '핵 단추' 발언은 어디까지가 진실일까?

새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3일(현지시간) 정례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핵 단추 발언은 "그냥 사실이다"라고 단언했다. 미국의 핵 역량은 "북한보다 훨씬 크다고 장담할 수 있다"고도 덧붙였다.

하지만 엄밀히 따지자면 사실이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핵공격 절차는 핵 단추가 아닌 '핵가방'이 수행하기 때문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핵 단추가 내 책상 위에 있다"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신년사에 맞대응 격으로 "내게도 단추가 있다. 내 것이 더 크고 강력하다. 심지어 작동도 한다"는 트윗을 올렸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보좌하는 장교가 핵가방 '풋볼'을 들고 있다. © AFP=뉴스1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보좌하는 장교가 핵가방 '풋볼'을 들고 있다. © AFP=뉴스1

뉴욕타임스(NYT) 등 미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과 주고받은 '핵 단추 설전'을 일제히 보도하면서 사실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물리적인 핵단추가 "없다"고 보도했다.

비밀스럽고 복잡한 미국의 핵공격 절차는 '풋볼'이라고 불리는 무게 20㎏짜리 서류가방이 담당한다.

가방은 지정된 미군 장교 5명이 서로 돌아가면서 항상 대통령 지척에서 들고 다니는데, 핵발사 장치뿐만 아니라 라디오 전파를 이용한 통신장비, 전쟁계획을 담은 책 한 권도 담고 있다.

여기에 든 가이드북은 미국이 핵무기로 타격 가능한 지점들과 미군이 보유한 900여기의 핵무기 명단을 보여준다.

가방을 드는 장교의 수가 5명인 이유는 이들이 미군을 구성하는 육군·해병·해군·공군·해안경비대에서 각각 차출되기 때문이다.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전용기 앞에서 미군 장교가 풋볼을 들고 이동 중이다. © AFP=뉴스1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전용기 앞에서 미군 장교가 풋볼을 들고 이동 중이다. © AFP=뉴스1

대통령이 타국에 대한 핵공격 명령을 내리려면 우선 국방부 미군 관계자들에게 신분을 확인해야 한다. 얼굴과 목소리가 대통령이라고 해서 핵공격이 가능한 것은 아니다.

대통령 신분 확인은 '비스킷'이라고 불리는 1장의 카드가 담당한다. 이 역시 대통령이 항상 몸에 지니는 것인데, 핵발사 코드(암호)가 적혀있다.

이 암호와 국방부의 암호가 서로 맞아떨어지면 대통령은 그 다음으로 국방부와 전략사령부에 발사 명령을 내리게 된다.

그렇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단추가 아닌 풋볼과 비스킷으로 핵공격을 명한다는 사실을 몰랐을까.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의 해명에 따르면 트럼프는 핵공격 절차를 "매우 잘 알고 있다"고 한다.

이는 자명한 사실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월 취임식 직후 풋볼 사용법과 관련한 상세 브리핑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브리핑은 대통령 취임 직후 수행해야 할 가장 중요한 관례 중 하나다.

백악관 트럼프 대통령 집무실 책상 위에 있는 빨간 버튼. (USA 캡쳐) © News1
백악관 트럼프 대통령 집무실 책상 위에 있는 빨간 버튼. (USA 캡쳐) © News1

흥미로운 사실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자칫 핵공격용으로 오인할 수 있는 버튼이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4월 한국에 사드 비용 10억달러를 청구하겠다고 말한 로이터통신 인터뷰에서 빨간색 '코크 버튼'을 눌러 눈길을 끌었다.

코크 버튼은 백악관 오벌 오피스(집무실) 책상에 놓인 작은 빨간색 버튼이다. 버튼을 누르면 백악관 직원이 유리컵에 담긴 시원한 '다이어트 콜라'를 갖고 들어온다.

코크 버튼을 핵 버튼으로 오해한 사람들도 있었다. 파이낸셜타임스(FT) 기자인 드미트리 세바스토풀로는 핵 단추 오해와 관련한 자신의 경험담을 전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 앞에 앉아 있었는데 책상 위에 놓인 빨간 버튼에 눈길이 갔다. 핵 버튼이냐고 물었더니 트럼프는 '아니에요. 모두가 그렇게 생각하죠'라고 답하고선 그 버튼을 눌러 다이어트 콜라를 주문했다"고 밝혔다.

과거 누리꾼들은 트럼프의 코크 버튼을 핵 단추와 비교하며 농담거리로 사용했다. 북한에 핵을 쏘려고 했는데 핵 버튼 대신 코크 버튼을 눌러 북한에 콜라를 보냈다는 식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 AFP=뉴스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 AFP=뉴스1

핵 단추가 아닌 가방이라면, 핵 공격 결정은 정확히 누구의 소관인 걸까.

결정은 오로지 트럼프 대통령 혼자 한다. 결정 사항에는 공격 강도와 목표물을 설정하는 것까지 포함된다.

마치 패스트푸드 메뉴를 고르는 것과 비슷하다. 매점 판매원 앞에서 햄버거와 음료를 각각 고르듯 "A열에서 1개를 고르고 B열에서 2개를 고르는" 방식이라고 전직 백악관 보좌관 버즈 패터슨은 설명했다.

지난 2008년 딕 체니 당시 미 부통령은 "(핵 격과 관련해) 대통령은 그 누구에게도 확인받을 필요가 없다"며 "의회에 전화할 필요도 없고 법원으로부터 확정받을 필요도 없다. 그 권한은 대통령에게 속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일부 정치권 인사들은 핵공격 권한을 분산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다이앤 파인스타인(민주·캘리포니아) 상원의원은 지난해 "대통령이라는 한 사람이 책임을 진다. 만약 그가 실수하면 아마겟돈(지구 종말)이다"라고 말했다.


icef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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