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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유엔 대북제재는 대북 밀수 왜 못막나

(서울=뉴스1) 정은지 기자 | 2018-01-03 14:47 송고 | 2018-01-03 15:44 최종수정

1일 오전 경기도 평택시 평택·당진항 인근 해상에 북한과 연계된 것으로 의심 받는 파나마 선적 5100t급 유류 운반선 '코티(KOTI)'호(뒤쪽)가 억류되어 있다.  2018.1.1/뉴스1 © News1 오장환 기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지난해 12월22일 대북제재 결의안 2397호를 채택했다.

이 결의안은 지난해 들어서만 4번째로 채택된 결의로, 제재 내용이 구체적이고 강력하다. 국제사회의 대북 압박 의지가 그만큼 강력하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런 강력한 결의도 비밀리에 북한에 정유제품을 이전하는 밀수를 막지 못하는 것으로 보여 국제사회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 2397호 결의안은 어떤 내용을 담고 있나?

주요 내용으로는 대북 정유제품 공급량을 연간 200만 배럴에서 50만 배럴로 축소했다. 지난 9월 2375호 채택 직전까지의 공급량이 450만 배럴이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두 차례 결의로 대북 정유제품 공급량이 약 90% 차단된 것이다.

또 북한이 추가 도발할 경우 석유제품과 원유를 모두 아우르는 유류 제한 조치를 추가한다는 '트리거' 조항을 명문화했다.

북한의 해외파견 노동자들을 향후 2년 내로 전원 송환시키는 내용과 제재 품목을 싣고 있다고 의심되는 선박이 자국 항구로 입항할 경우 검색·동결·억류할 수 있게 하면서 선박을 이용한 밀무역의 가능성까지 차단했다.

북한이 수출할 수 없는 품목 리스트에 식료품·농산품, 기계류, 전기기기, 광물 및 토석류 등도 새로 추가됐다.

대다수 전문가들은 이번 결의안에 가능한 분야의 제재 내용이 대부분 담겼으며 이전에 비해 훨씬 강도가 높아졌다고 보고 있다.

◇이전 한계점을 보완했는가?

대북 제재의 목적은 제재·압박을 통해 북한을 대화의 길로 이끌어 내기 위함이다. 2397호는 기존 대북 제재 결의안의 내용을 더욱 구체화하고,명문화했으며 제재 품목을 확대했다.

이를테면 그동안 현재 수준에서 동결이라는 문구가 포함됐던 대북 원유공급 상한선을 연간 400만배럴로 명시한 점이다. 모호했던 부분에 대해 구체적 숫자를 명시한 것이다.

금수 리스트에 포함된 식료품의 경우에도 HS코드로 제대 대상 물품을 지정했는데 여기에는 감자 토마토 등과 같은 식용채소, 사과 포도 등과 같은 과실, 대두, 해바라기씨 등을 아우른다.

또 북한의 추가 제재를 억제하기 위한 '트리거조항'이 처음으로 삽입했다.  

향후 유류 제재 수위를 높일 수 있다는 내용으로 북한의 추가 도발을 자제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 외에 '북한 선박과 다른 선박간 물품 이전'을 금지한 2375호에서 한발 더 나아가 제재 결의를 위반한 것으로 의심되는 선박이 회원국에 입항할 경우 이를 동결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많게는 5억달러의 외화 수입원으로 평가받는 북한 노동자를 24개월 이내에 송환하는 것을 의무화하는 조항도 특징이다.

◇결의 내용을 이행하고 있는가?

유엔 회원국들은 결의안을 준수할 의무를 갖고 있으며 결의안 채택 이후 90일 이내에 이행 보고서를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 

지난 9월 채택된 2375호는 현재까지 35개국이 이행보고서를 제출했으며 이전 보고서인 2371호는 총 42개국이 보고서를 제출한 것으로 파악됐다.

북한과의 거래가 없거나 제재 이행 내용이 없는 경우에는 보고서를 제출하지 않는 경우도 있고, 90일이 지난 이후에 이를 제출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결의 이행과 관련해서는 북핵 당사국의 이행 여부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최근 당사국인 중국, 러시아 등이 북한 선박에 정유를 이전한 것으로 확인돼 결의안의 실효성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정부는 전남 여수항에 입항해 정유 제품을 싣고 출항한 홍콩 선적 선박 '라이트하우스 윈모어'호가 공해상에서 북한 선박에 정유 제품을 이전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최근 밝혔다.

당국은 최근 채택된 제재 결의안 2397호에 언급된 제재 결의 위반 의심 선박 동결 조항에 따라 해당 선박을 억류했다.

억류된 선박은 중국 선박으로 알려졌는데, 이는 중국을 통해 북한에 유류가 공급됐음을 반영한다는 지적이다.

러시아 국적 선적도 지난 10~11월 공해상에서 최소 3차례 이상 북한 측에 유류를 공급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이에 대해 중국 측은 대만 선박이라며 관련성을 부인하고 있고 러시아는  "유엔 대북제재를 준수하고 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 밀수는 막을 수 없을까?

최근 불거진 유류 불법 거래에 대해서는 일부 사기업들이 정부의 제재망을 피해 밀거래를 했을 가능성도 있고, 어쩌면 정부가 책임 회피를 위해 관련 의혹을 부인하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여러 방식으로 행해지는 밀수를 원천적으로 막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우선 공해상에서 이뤄지는 선박 간 물품 이전의 경우에는 선박이 등록되어 있는 곳과, 선박을 용선해 운용하는 곳, 발주처 등의 변수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실제 최근 북한과 연계된 것으로 의심돼 조사를 받고 있는 '코티'호의 경우에도 파나마에 등록된 선박으로 파악된다.

코티호는 중국 측이 운영하는 선박으로 알려지는데, 이들은 제3국에 선박을 등록해 세금 등을 회피하고 있다. 이같은 이유로 많은 화물선들은 파나마 선적을 보유하고 있다.

공해상에서의 불법 거래뿐 아니라 국경을 통한 밀수 역시 문제점으로 꼽힌다. 일례로 중국과 북한은 약 1300㎞에 달하는 국경을 맞대고 있는데 이를 통해 이뤄지는 밀거래를 완전하게 봉쇄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와 관련 중국 지린대 쑨싱제 국제관계학과 교수는 홍콩언론을 통해 "밀수는 근절하기 어렵고 각국 정부가 안고 있는 과제"라며 "미국 정부조차 멕시코에서 불법 마약이 국경을 넘어오는 것을 근절하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 때문에 유엔 안보리 결의안이 여러 차례 한계점을 보완하거나 기존 문제점을 발전시켜 새로운 제재 결의안을 도출해내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핵과 미사일 개발을 중지하도록 최대로 강한 압박을 가하자는 유엔 결의안의 취지를 감안, 국제사회가 중국 러시아에 이행을 압박하는 외교적 노력을 진행하고, 특정국가의 불법성이 드러날 경우 이를 강도높게 추궁하는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ejj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