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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학교 객관식 시험 퇴출하고 중간·기말고사 폐지하나

올해부터 22개中 '선다형→논·서술형' 전환 추진
공정성·객관성 논란, 새 사교육시장 형성 우려도

(서울=뉴스1) 김재현 기자 | 2018-01-03 11:00 송고
지난해 8월 서울 강서구 한 중학교에서 2학년 학생들이 수업을 받고 있다. /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지난해 8월 서울 강서구 한 중학교에서 2학년 학생들이 수업을 받고 있다. /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서울시교육청이 올해부터 중학교에서 객관식 시험을 단계적으로 퇴출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대신 중간·기말고사(정기 지필고사)에서 논·서술형 평가를 치르거나 아예 중간·기말고사를 없애고 수행평가로 전환한다.

'학습결과 중심평가'에서 '학습과정 중심평가'로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것이다. 중학교 단계에서 이런 시도를 하는 건 17개 시도교육청 가운데 처음이다.
3일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2018년부터 중학교 과정중심평가 시범학교 22곳을 선정·운영하기로 했다. 2월 중 서울지역 모든 중학교에 관련 공문을 보내 공모를 진행하고 새 학기 시작 전 최종확정한다는 계획이다. 예산은 총 2억2000만원이다.

시범학교에서는 객관식(선다형) 시험을 아예 치르지 않는다. 대신 중간·기말고사 때 논·서술형평가를 치르고 수행평가도 반영한다. 아예 수시평가만 100% 진행할 수도 있다. 교육부의 '학교생활기록 작성 및 관리지침'에 따르면 초등학교와 중학교는 중간·기말고사를 치르지 않고 수행평가만으로 교과성적을 매길 수 있다.

과목은 되도록이면 전 과목 반영을 추진한다. 다만 학교 여건에 따라 과목 수는 조정할 수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실질적인 평가방식 전환효과를 얻기 위해 적어도 국어·영어·수학 등 주요과목에는 적용될 수 있도록 권장한다는 계획이다.
대상은 중학교 전학년이다. 시범학교에는 바뀐 평가방식을 중학교 자유학기·학년제를 제외한 성적산출기간에 모두 적용하기로 했다.

향후 고교입시에는 별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는 게 시교육청 관계자의 설명이다. 평가방식만 달라지고 산출방식(5단계 내신 성취평가제)은 그대로 유지되기 때문이다.

과정중심평가 시범학교는 올해 운영결과를 보고 향후 확대규모를 정하게 된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내년에 시범학교를 얼마나 늘릴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지만 서울시내 대부분의 중학교에 이런 평가방식이 반영될 수 있도록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내 중학교는 총 385개교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평가혁신의 필요성을 여러 차례 강조한 바 있다. 지난 1년간 평가혁신 태스크포스(TF)도 구성해 평가방식 변화를 추진해왔다.

조 교육감은 지난달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4차산업혁명시대의 미래인재 양성을 위해서는 평가방식도 바뀌어야 한다"며 "단순 암기를 측정하고 줄 세우기를 하는 평가에서 학습과정 속에서 창의적으로 성장하는 과정·역량중심평가로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결과중심 평가에서 과정중심 평가로 학생 평가제도를 개선하는 것은 문재인정부의 국정과제 중 하나이기도 하다. 교육부도 올해 초·중학교 평가방식을 바꾸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이를 선제적으로 진행하는 셈이다.

다만 걸림돌이 있다. 대표적인 게 객관성·공정성 논란이다. 새로운 평가방식은 정답 여부가 아니라 교사가 정한 채점기준에 따라 성적이 좌우된다. 입시문제가 걸려 있기 때문에 학생·학부모가 교사의 채점기준이나 결과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사례가 빗발칠 수 있다. 

또다른 사교육 시장이 형성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새로운 정책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사교육업체들이 앞다퉈 관련 상품을 내놓고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논술·독서학원 사교육 의존도만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그동안 평가혁신TF를 운영하면서 평가방식을 전환함에 따라 생길 수 있는 문제점에 대해서는 대부분 파악한 상태"라며 "올해 운영하는 시범학교를 통해서는 예상되는 문제점에 대해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를 확인하고 이를 보완하는데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올해의 시범학교 운영학교 결과를 토대로 앞으로 중학교 현장에 과정중심 평가가 뿌리내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kjh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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