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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위 40% 대학만 정원 2만명 감축…더 가혹해진 구조조정

[2018교육계이슈]대학구조개혁평가 명칭 바꿨지만
"무늬만 바꿔…지방대 중심 구조조정 심화" 지적도

(서울=뉴스1) 권형진 기자 | 2018-01-02 07:00 송고 | 2018-01-02 09:06 최종수정
교수단체와 대학 교직원 단체 등이 지난해 12월 '대학 기본역량 진단' 공청회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대학구조개혁평가 중단을 요구하는 모습. /뉴스1 © News1
교수단체와 대학 교직원 단체 등이 지난해 12월 '대학 기본역량 진단' 공청회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대학구조개혁평가 중단을 요구하는 모습. /뉴스1 © News1

2018년은 대학이 피 말리는 시험을 치러야 하는 해다. 3년마다 돌아오는 대학구조개혁평가를 받아야 한다. 오는 8월말 어떤 성적표를 손에 쥐느냐에 따라 대학의 운명은 하늘과 땅 차이다.

평가 결과 하위 40% 대학은 정원 2만명을 감축해야 한다. 그중에서도 하위 20% 대학은 학생들의 국가장학금 지원과 학자금 대출도 제한된다. '부실대학'이라는 낙인을 피해갈 수 없다. 경우에 따라 퇴출 위기에 몰릴 수도 있다.
상위 60% 안에 들면 정원을 감축하지 않아도 된다. 상위 60% 대학은 2019년부터 대학이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일반재정도 지원받는다. 무조건 상위 60% 안에 들어야 하는 생존 경쟁이 본격 시작됐다.

◇'기본역량 진단'으로 명칭 바꾸고 상위 60%엔 일반재정 지원

교육부가 지난달 12일 확정한 '대학 기본역량 진단 추진계획'은 2015년 1주기 대학구조개혁평가와 달리 정원 감축이 아니라 진단과 지원에 방점을 찍었다. 이름도 '2주기 대학구조개혁평가'에서 '대학 기본역량 진단'으로 바꿨다.
평가 결과는 크게 3개 등급으로 구분한다. 1단계 평가에서 상위 60% 대학은 '자율개선대학'으로 지정한다. 이들 대학은 정원 감축을 자율에 맡긴다. 2019년부터 3년간 일반재정도 지원한다. 사용에 제한 없이 대학이 자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돈이다. 

2015년 1주기 대학구조개혁평가에서는 6개 등급(A·B·C·D+·D-·E)으로 구분했다. 최우수(A)등급을 제외한 나머지 대학은 등급에 따라 4~15%(전문대는 3~10%)의 정원을 줄여야 했다. 4년제 대학과 전문대학을 합해 16.6%(48개大)의 대학이 A등급을 받았다. 

자율개선대학을 5개 권역별로 나눠 선정하는 것도 달라진 점이다. 같은 권역 안에서 경쟁하는 시스템이다. 1주기 때는 전국 단위로 등급을 구분하면서 상대적으로 우수한 지방대가 재정지원을 받기 위해 더 많은 정원을 줄이는 부작용이 발생했다. 다만 서울처럼 우수대학이 몰려 있는 지역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하기 위해 50%는 권역별로 뽑고 10%는 전국 단위로 선정한다.

나머지 하위 40% 대학은 2단계 평가를 실시해 '역량강화대학'과 '재정지원제한대학'으로 나눈다. 이 대학들은 정원을 줄여야 한다. 교육부는 이들 대학을 대상으로 총 2만명의 정원을 감축할 계획이다.

하위 40% 대학 중에서도 역량강화대학은 특성화(교육)와 산학협력(LINC) 연구(BK21) 사업 등 '특수목적사업'에 참여할 수 있다. 1주기 평가 결과를 감안하면 평가 결과 상위 61~80%에 해당하는 20%가량의 대학이 선정될 것으로 보인다.

하위 20%에 해당하는 '재정지원제한대학'은 정원을 줄이는 것뿐 아니라 정부재정지원사업에도 참여할 수 없다. 국가장학금 지원과 학자금 대출도 제한된다. 재정지원제한대학 중에서도 성적이 더 나쁜 2유형 대학은 강도 높은 구조조정 대상이다.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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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개선대학 확대 외엔 1주기 평가와 크게 달라진 것 없어"

명칭을 바꾸고 정원 감축을 자율에 맡기는 대학 비율을 약 17%에서 60%로 확대했지만 대학가에서는 기본적으로 1주기 평가와 달라질 게 없다고 지적한다. 평가 결과 하위 대학을 대상으로 정원을 감축하는 기본 틀을 유지하고 있는 탓이다.

이 때문에 1주기 때보다 다소 완화될 수는 있겠지만 결과적으로 지방대 중심의 구조조정이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자율개선대학을 권역별로 선정한다고 해서 1주기 평가 때보다 수도권 대학이 특히 불리해졌다고 볼 수 없다는 뜻이다.

임은희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1주기 평가 결과를 5개 권역별로 구분해서 분석했더니 모든 권역에서 보통(C) 등급 이상 비율이 60% 안팎이었다. (C등급 이상 비율이) 50% 미만인 권역은 없었다"라며 "1주기 때와 같은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4년제 일반대학의 1주기 대학구조개혁평가 결과와 비교해 보면 등급별 비율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기존 B(우수)등급 대학이 A등급으로 격상된 것 정도가 달라진 점이다.

1주기 평가에서 4년제 대학은 평가대상 158개교 중 22%(34개교)가 A등급을 받았다. B등급은 35%에 해당하는 56개교가 받았다. A·B등급을 합하면 57%다. 2주기 평가에서 자율개선대학으로 선정할 60%와 비슷하다. 정원 감축을 자율에 맡기는 대학이 기존 A등급에서 B등급까지로 확대된 셈이다.

기존 C·D·E등급을 합하면 43%다. 이번 평가에서는 하위 40% 그룹에 해당한다. C등급은 '역량강화대학', D·E등급은 '재정지원제한대학'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1주기 평가에서 C(보통)등급은 36개교가 받았다. 약 23%다. '미흡'과 '매우미흡'에 해당하는 D·E등급 대학을 합하면 20%(32개교)다.

임 연구원은 "이번 방안은 대선 전인 3월에 초안이 나왔고 그에 맞춰 대학이 준비를 해왔기 때문에 전면 개편이 현실적으로 어려웠던 측면도 있다"며 "결과적으로 대학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자율개선대학을 60%로 확대하고 50%는 권역별로 선정한다고 해도 1주기 때와 비슷한 평가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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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위 40% 정원 집중 감축…"지방대 중심 구조조정 심화될 것"

하위 40% 대학에 대한 구조조정은 더 강화됐다. 2주기 구조개혁 평가에서는 정원 감축이 하위 40% 대학에만 집중되는 탓이다. 평가 결과에 따라 감축하는 정원 2만명은 하위 40% 대학이 모두 감당해야 한다.

임은희 연구원은 "1주기 평가에서 D·E대학(재정지원제한대학)이 줄인 규모가 1만명 정도 된다. 평가 결과에 따라 비율이 다소 달라질 수는 있겠지만 하위 40% 대학에는 1주기 때보다 2배의 강도가 가해질 수 있다"며 "하위 40% 대학은 거의 문 닫는 구조로 가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병국 전국대학노동조합 정책실장은 "대학 기본역량 진단은 최대 40%를 부실대학, 구조조정 대상 대학으로 규정하고 있다"며 "진단도 하기 전에 구조조정할 대학의 '쿼터'를 미리 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1주기 대학구조개혁평가에 비해 훨씬 더 강압성을 내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1주기 대학구조개혁평가가 고등교육 황폐화, 대학의 등급화 등 여러 부작용을 양산하는 것으로 규탄을 받았지만 그래도 대학 구조조정의 총량을 정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하위 40%만을 대상으로 정원 감축을 추진하면 오히려 지방대, 중소 규모 대학 중심의 구조조정이 더 심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교육부가 밝힌 정책 의도와는 사뭇 다른 결과다.

대학교육연구소 분석에 따르면 1주기 평가에서 A등급을 제외한 전체 대학을 대상으로 정원 감축을 유도했는데도 수도권 대학의 입학정원 비중은 2013년 37.5%에서 2017년 39.0%로 4년 만에 1.5%p 증가했다. 정원 2000명 이상 대규모 대학의 입학정원 비중도 같은 기간 51.2%에서 52.1%로 소폭 상승했다.

대학교육연구소는 "60%를 자율개선대학이라는 이름 아래 정원 감축 대상에서 제외할 경우 이런 현상은 더욱 심해질 것"이라며 "하위 40%만을 대상으로 정원 감축을 권고할 경우 지방대와 중소 규모 대학이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라고 전망했다.

또 "2주기 구조개혁을 통해 감축하려던 5만명 중 2만명은 평가를 통해 감축하고 나머지는 '시장' 즉 학생 선택을 받지 않은 대학들이 자연 감축하는 방식으로 해소할 방침"이라며 "이렇게 되면 지방대학이 정원감축의 주 대상이 되는 현상은 1주기 때보다 더 심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김병국 실장은 "교육부는 자율개선대학을 선정할 때 10%는 권역 구분 없이 선정한다고 했는데 이렇게 되면 대부분 교육여건이 좋은 수도권 대학이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며 "권역별로 자율개선대학을 선정한다고 해도 실제로는 지방대가 불리한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교육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지난해 10월 '대학교수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하며 대학구조개혁평가 중단을 요구하는 모습. /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교육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지난해 10월 '대학교수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하며 대학구조개혁평가 중단을 요구하는 모습. /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기존 보통(C)등급은 평가 두 번 받아야…평가 부담도 커져

하위 40% 대학의 평가 부담이 더 커진 측면도 있다. 특히 1주기 평가에서 C등급을 받은 대학이 여기에 해당한다. C등급 대학은 이번에 바뀐 평가에서 하위 40% 중에서는 상위 20%인 '역량강화대학'에 해당한다.

1주기 평가에서 C등급 대학은 1단계 평가만 받으면 됐다. 1주기 때는 1단계 평가에서 A·B·C등급을 걸러낸 후 2단계 평가는 D·E등급에 해당하는 대학을 대상으로 실시했기 때문이다. 4년제 일반대냐 전문대냐에 따라 비율은 달라질 수 있지만 이번 평가에서는 기존 C등급에 해당하는 대학도 2단계 평가를 받아야 한다(1주기 대학구조개혁평가 결과 표 참고).

평가 결과를 활용하는 방법은 기존 C등급 대학이나 이번 역량강화대학이나 똑같다. 둘다 정원 감축을 권고받고 특성화나 산학협력 선도대학 육성사업 같은 목적형 사업에 참여할 수 있다. 결과 활용 방법은 같은데 평가는 한 번 더 받아야 한다. 게다가 이번 평가에서는 하위 40%에 대학에 정원 감축이 집중된다. 성적표는 같아도 구조조정의 강도는 1주기 때와 비교할 수 없다.

김병국 실장은 "결과적으로 1주기 대학구조개혁평가 방식을 그대로 승계한, 무늬만 바뀐 2주기 대학구조개혁평가에 지나지 않는다"라며 "대학 입장에서는 무조건 상위 60% 안에 들기 위해 아등바등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반면 일반재정지원의 규모 등은 아직 구체적 방안이 확정되지 않았다. 

이번에 평가를 받는 대학들은 3월 말까지 1단계 평가를 위한 대학별 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1단계 평가 결과는 6월 중 나온다. 여기서 자율개선대학에 포함되지 않은 하위 40% 대학은 7월까지 2단계 평가를 위한 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최종 평가 결과는 8월 말 발표할 예정이다. 9월초 시작하는 대입 수시모집 원서접수 때 재정지원 제한대학 등의 정보를 주기 위해서다.


jin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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